70년대 ‘새마을 사업’으로 사라지는 걸 막기위해…
등록 2011.01.06.집안으로 들어서면 사방 가득히 멍석, 가마니, 삼태기, 조리, 광주리, 망태, 짚신, 도롱이 등 짚으로 만든 생활 도구들이 용도별, 재료별로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암탉이 알을 품던 닭둥우리, 짚 개집, 짚 도시락, 소의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겼던 쇠짚신도 있다. 전통 집기 뿐 아니라 공룡 거미 가방 신발 추상물 등 짚으로 엮은 현대의 공예품도 수백 점 전시돼 있다.
인 관장은 지난 20여 년간 이러한 우리의 짚풀 문화를 개척해 왔다. 1935년 평남 용강에서 태어난 그녀는 서울대 철학과를 다니던 문학인이었다. ‘껍데기는 가라’로 유명한 고 신동엽 시인의 부인이기도 하다.
인 씨는 남편과 사별 후 중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고택 답사를 해왔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 지배층만이 누리던 문화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때 ‘팔작지붕’에 대해서 수십 번 들었는데 아직도 팔작지붕이 뭔지 잘 몰라요” “답사를 가면 혼자 떨어져서 밑 동네로 돌아 다녔는데 그러다 짚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인 씨는 수만 년부터 우리 조상들이 먹을거리인 쌀을 생산하기 위해 창조해낸 생필품이야말로 진짜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짚풀이란 재료는 인간과 함께 한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자연 유산입니다. 매년 벼 수확이 끝나면 조상들은 탈곡이 끝난 볏짚을 집 안 곳곳에 보관했어요.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이듬해 농사를 짓기까지 필요한 집기들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안에는 삶의 역사인 동시에 삶의 지혜와 또 그 속에 엄청난 과학의 지혜가 담겨 있어요.”
70년대 말 박정희 정권이 새마을 사업을 하면서 이 문화는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고나면 사라지고 돌아서면 사라지고 하니까 조급한 마음이 들었어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이 물건들을 내가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그때부터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마치 밥 얻어먹으러 다니는 사람처럼 농가를 기웃거릴 때는 내가 왜 이러고 다니나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질 때도 있었어요.”
그녀는 그 힘든 수집 과정을 거치면서도 이일을 계속해온 것은 짚풀에게 이끌리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DNA가 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방학을 맞아 요즘 그의 박물관은 어린 학생들로 시끌벅적하다. 달걀꾸러미 만들기, 꼴망태 엮기, 복조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학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 관장은 지난 2008년 박물관을 재단법인으로 전환하고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았다. 그는 이 문화를 후손들이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그의 남은 계획이자 소망이라고 밝혔다.
동아닷컴 동영상 뉴스팀 ㅣ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종로구 명륜동 8-4번지 현대식 빌딩 사이로 조그만 한옥이 눈에 띈다.‘ㄱ’자 모양의 나무마루, 흰 눈 소복이 내려앉은 뒤뜰의 장독대, 처마가득 쌓인 볏단, 영락없는 시골 농가 겨울 풍경이다. 이곳은 짚풀로 엮인 한민족의 생활사를 이어가는 곳, 지푸라기할머니 인병선(75.여)씨의 아지트다.
집안으로 들어서면 사방 가득히 멍석, 가마니, 삼태기, 조리, 광주리, 망태, 짚신, 도롱이 등 짚으로 만든 생활 도구들이 용도별, 재료별로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암탉이 알을 품던 닭둥우리, 짚 개집, 짚 도시락, 소의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겼던 쇠짚신도 있다. 전통 집기 뿐 아니라 공룡 거미 가방 신발 추상물 등 짚으로 엮은 현대의 공예품도 수백 점 전시돼 있다.
인 관장은 지난 20여 년간 이러한 우리의 짚풀 문화를 개척해 왔다. 1935년 평남 용강에서 태어난 그녀는 서울대 철학과를 다니던 문학인이었다. ‘껍데기는 가라’로 유명한 고 신동엽 시인의 부인이기도 하다.
인 씨는 남편과 사별 후 중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고택 답사를 해왔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 지배층만이 누리던 문화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때 ‘팔작지붕’에 대해서 수십 번 들었는데 아직도 팔작지붕이 뭔지 잘 몰라요” “답사를 가면 혼자 떨어져서 밑 동네로 돌아 다녔는데 그러다 짚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인 씨는 수만 년부터 우리 조상들이 먹을거리인 쌀을 생산하기 위해 창조해낸 생필품이야말로 진짜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짚풀이란 재료는 인간과 함께 한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자연 유산입니다. 매년 벼 수확이 끝나면 조상들은 탈곡이 끝난 볏짚을 집 안 곳곳에 보관했어요.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이듬해 농사를 짓기까지 필요한 집기들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안에는 삶의 역사인 동시에 삶의 지혜와 또 그 속에 엄청난 과학의 지혜가 담겨 있어요.”
70년대 말 박정희 정권이 새마을 사업을 하면서 이 문화는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고나면 사라지고 돌아서면 사라지고 하니까 조급한 마음이 들었어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이 물건들을 내가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그때부터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마치 밥 얻어먹으러 다니는 사람처럼 농가를 기웃거릴 때는 내가 왜 이러고 다니나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질 때도 있었어요.”
그녀는 그 힘든 수집 과정을 거치면서도 이일을 계속해온 것은 짚풀에게 이끌리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DNA가 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방학을 맞아 요즘 그의 박물관은 어린 학생들로 시끌벅적하다. 달걀꾸러미 만들기, 꼴망태 엮기, 복조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학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 관장은 지난 2008년 박물관을 재단법인으로 전환하고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았다. 그는 이 문화를 후손들이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그의 남은 계획이자 소망이라고 밝혔다.
동아닷컴 동영상 뉴스팀 ㅣ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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