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비정한 정치

등록 2011.01.14.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 간에 예정됐던 26일의 신년 첫 만찬이 연기됐습니다. 말이 연기지 사실상 취소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청와대 측은 이 대통령의 다른 일정 때문이라고 했지만, 대통령의 모든 일정은 사전에 치밀하게 조율된다는 점에서 표면적인 구실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를 일방적으로 요구한 데 대한 이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직접적인 요인일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정 후보자의 사퇴 회견문을 읽어본 뒤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합니다. 안타깝다는 표현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지도부의 처사에 대한 불만과 섭섭함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지낸 자신의 참모 출신을 감사원장 후보자로 내정한 것은 생각이 짧았습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들도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습니다. 정 후보자도 다른 건 몰라도 이 점 하나만으로도 본인 스스로 자리를 사양하는 게 옳았습니다.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한나라당 지도부의 처사는 방법상 온당하지 못했습니다. 최소한 청문회라도 열어본 다음 사퇴를 촉구해도 될 일이었고, 여론 때문에 조기 사퇴 요구가 불가피했다면 청와대와 사전 조율이라도 거쳐야 했습니다. 그랬더라면 당청 갈등이니,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시화됐다느니 하는 불필요한 추측은 초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통령의 임기가 후반기로 접어들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관계가 나빠지고 급기야 대통령이 탈당까지 하는 사태가 빚어지곤 한 것이 우리의 정치사였습니다. 민주화와 함께 5년 단임의 대통령제가 만들어진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예외 없이 겪었던 일입니다. 심지어 집권 여당이 헤쳐 모여를 하거나 당명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냉정하게 보면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새 배로 갈아탐으로써 나만 살겠다는 심보나 다름없습니다. 대통령이 힘이 있을 땐 더불어 호사를 누리다 힘이 빠지면 가차 없이 내치는 비정한 정치, 비겁한 정치의 악습이 되풀이돼온 것입니다.

한나라당도 지금 그 길로 막 접어들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 간에 예정됐던 26일의 신년 첫 만찬이 연기됐습니다. 말이 연기지 사실상 취소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청와대 측은 이 대통령의 다른 일정 때문이라고 했지만, 대통령의 모든 일정은 사전에 치밀하게 조율된다는 점에서 표면적인 구실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를 일방적으로 요구한 데 대한 이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직접적인 요인일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정 후보자의 사퇴 회견문을 읽어본 뒤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합니다. 안타깝다는 표현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지도부의 처사에 대한 불만과 섭섭함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지낸 자신의 참모 출신을 감사원장 후보자로 내정한 것은 생각이 짧았습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들도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습니다. 정 후보자도 다른 건 몰라도 이 점 하나만으로도 본인 스스로 자리를 사양하는 게 옳았습니다.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한나라당 지도부의 처사는 방법상 온당하지 못했습니다. 최소한 청문회라도 열어본 다음 사퇴를 촉구해도 될 일이었고, 여론 때문에 조기 사퇴 요구가 불가피했다면 청와대와 사전 조율이라도 거쳐야 했습니다. 그랬더라면 당청 갈등이니,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시화됐다느니 하는 불필요한 추측은 초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통령의 임기가 후반기로 접어들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관계가 나빠지고 급기야 대통령이 탈당까지 하는 사태가 빚어지곤 한 것이 우리의 정치사였습니다. 민주화와 함께 5년 단임의 대통령제가 만들어진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예외 없이 겪었던 일입니다. 심지어 집권 여당이 헤쳐 모여를 하거나 당명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냉정하게 보면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새 배로 갈아탐으로써 나만 살겠다는 심보나 다름없습니다. 대통령이 힘이 있을 땐 더불어 호사를 누리다 힘이 빠지면 가차 없이 내치는 비정한 정치, 비겁한 정치의 악습이 되풀이돼온 것입니다.

한나라당도 지금 그 길로 막 접어들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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