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구제역 사태는 인재였다

등록 2011.01.27.
민족이 대이동하는 설 연휴가 1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걱정되는 것이 구제역 확산입니다.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2개월 만에 전국으로 확신됐습니다. 262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매몰됐고 정부 보상비만도 1조7387억 원이나 들어갔습니다. 이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의 원인이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와 일부 축산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안동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처음 있었던 지난해 11월 28일보다 최소한 열흘 전에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경기 지역으로 번졌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북부 지역에서 최초로 구제역 신고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12월 14일이었습니다.

구제역 대처용 매뉴얼과 역학조사 방식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부실 대응을 초래했다고 합니다. 매뉴얼에는 구제역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의 대처 요령은 있지만,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잠복기에 구제역이 다른 지역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대책이 없습니다. 감염 경로의 추적도 사람들의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완벽한 사전 차단이 어렵습니다.

정부가 매몰 처분 위주의 정책을 고집하며 초기에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것도 정책 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축 전염병에 대한 대책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효과가 있는데도 말입니다. 정부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집착해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친 것이죠. 정부는 축산업이 구제역에 유린된 뒤에야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뒷북을 치고 있습니다.

구제역 발생 국가에 다녀온 뒤 신고도 하지 않을 정도로 소독과 방역에 소홀했던 일부 축산인들의 도덕적 해이도 구제역 확산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금도 구제역 발생 국가를 방문하는 축산인이 하루 50여 명이나 됩니다. 매몰 처분 가축에 대한 실비 보상 제도가 축산 농민들의 무사안일을 부추긴 측면도 있을 겁니다.

구제역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서 설 연휴에 귀성과 축산농가 방문을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민족이 대이동하는 설 연휴가 1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걱정되는 것이 구제역 확산입니다.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2개월 만에 전국으로 확신됐습니다. 262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매몰됐고 정부 보상비만도 1조7387억 원이나 들어갔습니다. 이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의 원인이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와 일부 축산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안동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처음 있었던 지난해 11월 28일보다 최소한 열흘 전에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경기 지역으로 번졌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북부 지역에서 최초로 구제역 신고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12월 14일이었습니다.

구제역 대처용 매뉴얼과 역학조사 방식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부실 대응을 초래했다고 합니다. 매뉴얼에는 구제역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의 대처 요령은 있지만,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잠복기에 구제역이 다른 지역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대책이 없습니다. 감염 경로의 추적도 사람들의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완벽한 사전 차단이 어렵습니다.

정부가 매몰 처분 위주의 정책을 고집하며 초기에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것도 정책 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축 전염병에 대한 대책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효과가 있는데도 말입니다. 정부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집착해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친 것이죠. 정부는 축산업이 구제역에 유린된 뒤에야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뒷북을 치고 있습니다.

구제역 발생 국가에 다녀온 뒤 신고도 하지 않을 정도로 소독과 방역에 소홀했던 일부 축산인들의 도덕적 해이도 구제역 확산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금도 구제역 발생 국가를 방문하는 축산인이 하루 50여 명이나 됩니다. 매몰 처분 가축에 대한 실비 보상 제도가 축산 농민들의 무사안일을 부추긴 측면도 있을 겁니다.

구제역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서 설 연휴에 귀성과 축산농가 방문을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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