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셧다운제 발목 잡는 스마트폰

만삭의 아내를 살해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의사 남편에게 게임습벽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게임중독의 폐해가 나이와 직업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심각함을 보여줍니다. 이런 게임습벽은 청소년기에 형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게임중독에 빠진 청소년이 어머니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게임중독 예방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 법안이 마련됐습니다만 해가 바뀐 지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안의 주된 내용은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야시간(0~6시) 게임제공을 금지하는 것, 즉 셧다운제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법안 통과에 발목을 잡는 것은 스마트폰을 규제대상에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스마트폰도 규제대상이라고 밝힌 반면 문화관광체육부와 모바일게임업계 일부는 심야시간 게임제공 금지대상에서 스마트폰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청소년 스마트폰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었을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릅니다. 스마트폰 이용자 중 청소년(12~19세) 비율은 지난해 9.7%였지만 향후 1년 내 구입의향을 밝힌 청소년이 24.5%나 됩니다. 만일 스마트폰을 통한 네트워크 게임을 셧다운제에서 배제할 경우 풍선효과가 발생해 컴퓨터게임이 모바일게임으로 대거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셧다운제는 컴퓨터, 모바일, TV 등의 플랫폼에 따른 구분이 아닌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네트워크 게임에 대한 규제입니다. 스마트폰만 제외할 경우 다른 매체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제기됩니다. 무엇보다 이런 때일수록 왜 셧다운제를 도입하는가 하는 근본적 질문으로 되돌아가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도한 게임은 청소년의 학업성취도 저하, 폭력성 증대, 수면부족,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 증폭 등 여러 병폐를 낳고 있습니다. 게임산업 진흥도 좋지만 우리나라와 미래세대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무엇이 더 중요한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