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입는 게 제일 쉬웠어요” 안데스

등록 2011.03.31.
(신광영 앵커)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몸빼 바지와 낡은 츄리닝을 즐겨 입고, 구전동요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젊은 예술가가 있습니다. 낡은 것, 촌스러운 것에서 숨겨진 가치를 찾는다는 안데스씨를 구가인 기자가 만났습니다.

***

지난 해 열린 한 패션쇼. 패션쇼라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벙거지 모자에 츄리닝을 걸쳤거나, 낡은 셔츠에 몸빼 바지를 입은 모델도 있습니다.

패션쇼의 기획자이자 이 옷들의 주인은 같은 인물, 예술가 안데스 씨입니다.

(PIP인터뷰1) "딱 보기에 특이한 면이 있잖아요."

(PIP인터뷰2) "같이 하다보면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안데스 씨가 사는 서울 홍대 근처 작업실을 찾아갔습니다.

(현장음) "들어오세요."

그는 이날도 몸빼 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사진) 안데스씨가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 데일리 코디에는 매일 한 건 씩 독특한 차림과 포즈의 사진이 올라옵니다.

그는 평소 자신이 입은 옷을 기록하기 위해 5년 전부터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데스

"TOP라고 하잖아요. 장소와 시간, 경우에 맞추는 것. 그런 게 너무 답답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런 TOP가 깨지는 순간 약간, 어떤 해방감을 느껴요."

옷들은 주로 서울 황학동이나 부산 남포동의 벼룩시장에서 삽니다. 작업실에는 그동안 사 모은 옷들로 가득합니다.

(PIP/인터뷰) "(시장에) 가면 옷이 저를 불러요. 나를 가져가시오. 조합을 해보면 색이 다양하죠. 검정색, 흰색은 거의 없고..."

남다른 옷차림 때문에 오해도 자주 받습니다.

(인터뷰) 안데스

"지하철 앉으면 자신이 장애인 누구라고 써있는 페이퍼를 나눠 주잖아요. 구걸하잖아요. 그 아저씨가 저한텐 종이를 안 주는 거예요. 그 아저씨한테 인정을 받았다고 해야 할지, 무시를 받았다고 해야 할지..."

거주공간이기도 한 작업실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자나 아이스크림 포장지처럼 하찮고 평범한 것들로 가득합니다.

(PIP 인터뷰) "과자하면 떠오르는 종이봉투 같은 거 있잖아요. 전형적인 이미지를 찾고 있거든요. 어디나 있고 누구나 알지만 무명인 것들. 그런 거에 관심이 많아요."

(인터뷰) "버려진 옷을 입으니까. (버려진 옷은) 산업화 구조 속에서 탈락된 거잖아요. 소외된 것들... 고급과 저급을 나누긴 그런데, 제 취향이 서민적인 거 같아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안데스씨는 과거 쌈지의 아트디렉터를 맡기도 했습니다.

(뮤직비디오 화면) 디자인 작업 외에도 친구인 페이씨와 함께 구전동요를 부르는 인디밴드 부추라마로 활동했습니다.

(PIP 인터뷰) 안데스

" 먹는 부추를 뜻하고, 라마는 달라이라마의 라마. 건강프로그램에 부추를 특집으로 한 날이 있었는데 우연히 그 프로그램을 본거에요. 몸에 노화를 부추기는 활성화 산소를 없애준대요. 부추가. 그래서 저걸 먹어야 겠다. 부추는 젊음을 상징하고, 라마는 신이잖아요. 젊음의 신이 되는 거예요. 유치하죠.(웃음)"

그저 재미삼아 시작한 프로젝트도 많습니다. 요즘에는 전국각지의 전래놀이를 수집하는 이른바 데덴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 장음) "편먹을 때 서울에선 데덴찌 이렇게 하잖아요. 어디 출신이세요?" "저는 전라북도인데 흰둥이 검둥이 이래요" "그쵸, 그 동네가 그래요. 근데 그게 지역마다 달라요. 마산은 덴지야 데덴 이러고, 청주는 엎어라 젖혀라 이러고."

안데스씨는 지난해 패션쇼에 이어, 오는 4월에 자신의 옷을 활용한 파티를 열 계획입니다.

모두가 하찮다고 여기는 것에서 가치와 재미를 찾아냅니다. 그의 바람은 뭘까요.

(인터뷰) 안데스

" 소수 취향인 사람일수록 드러내야지 사회가 경직되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난 보여줘야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제가 어떤 사례가 되는 거예요. 한 명이라도 사례가 있으면 용기가 되더라고요. 저도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고 싶은 거죠."

동아일보 구가인입니다.

(신광영 앵커)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몸빼 바지와 낡은 츄리닝을 즐겨 입고, 구전동요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젊은 예술가가 있습니다. 낡은 것, 촌스러운 것에서 숨겨진 가치를 찾는다는 안데스씨를 구가인 기자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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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열린 한 패션쇼. 패션쇼라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벙거지 모자에 츄리닝을 걸쳤거나, 낡은 셔츠에 몸빼 바지를 입은 모델도 있습니다.

패션쇼의 기획자이자 이 옷들의 주인은 같은 인물, 예술가 안데스 씨입니다.

(PIP인터뷰1) "딱 보기에 특이한 면이 있잖아요."

(PIP인터뷰2) "같이 하다보면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안데스 씨가 사는 서울 홍대 근처 작업실을 찾아갔습니다.

(현장음) "들어오세요."

그는 이날도 몸빼 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사진) 안데스씨가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 데일리 코디에는 매일 한 건 씩 독특한 차림과 포즈의 사진이 올라옵니다.

그는 평소 자신이 입은 옷을 기록하기 위해 5년 전부터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데스

"TOP라고 하잖아요. 장소와 시간, 경우에 맞추는 것. 그런 게 너무 답답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런 TOP가 깨지는 순간 약간, 어떤 해방감을 느껴요."

옷들은 주로 서울 황학동이나 부산 남포동의 벼룩시장에서 삽니다. 작업실에는 그동안 사 모은 옷들로 가득합니다.

(PIP/인터뷰) "(시장에) 가면 옷이 저를 불러요. 나를 가져가시오. 조합을 해보면 색이 다양하죠. 검정색, 흰색은 거의 없고..."

남다른 옷차림 때문에 오해도 자주 받습니다.

(인터뷰) 안데스

"지하철 앉으면 자신이 장애인 누구라고 써있는 페이퍼를 나눠 주잖아요. 구걸하잖아요. 그 아저씨가 저한텐 종이를 안 주는 거예요. 그 아저씨한테 인정을 받았다고 해야 할지, 무시를 받았다고 해야 할지..."

거주공간이기도 한 작업실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자나 아이스크림 포장지처럼 하찮고 평범한 것들로 가득합니다.

(PIP 인터뷰) "과자하면 떠오르는 종이봉투 같은 거 있잖아요. 전형적인 이미지를 찾고 있거든요. 어디나 있고 누구나 알지만 무명인 것들. 그런 거에 관심이 많아요."

(인터뷰) "버려진 옷을 입으니까. (버려진 옷은) 산업화 구조 속에서 탈락된 거잖아요. 소외된 것들... 고급과 저급을 나누긴 그런데, 제 취향이 서민적인 거 같아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안데스씨는 과거 쌈지의 아트디렉터를 맡기도 했습니다.

(뮤직비디오 화면) 디자인 작업 외에도 친구인 페이씨와 함께 구전동요를 부르는 인디밴드 부추라마로 활동했습니다.

(PIP 인터뷰) 안데스

" 먹는 부추를 뜻하고, 라마는 달라이라마의 라마. 건강프로그램에 부추를 특집으로 한 날이 있었는데 우연히 그 프로그램을 본거에요. 몸에 노화를 부추기는 활성화 산소를 없애준대요. 부추가. 그래서 저걸 먹어야 겠다. 부추는 젊음을 상징하고, 라마는 신이잖아요. 젊음의 신이 되는 거예요. 유치하죠.(웃음)"

그저 재미삼아 시작한 프로젝트도 많습니다. 요즘에는 전국각지의 전래놀이를 수집하는 이른바 데덴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 장음) "편먹을 때 서울에선 데덴찌 이렇게 하잖아요. 어디 출신이세요?" "저는 전라북도인데 흰둥이 검둥이 이래요" "그쵸, 그 동네가 그래요. 근데 그게 지역마다 달라요. 마산은 덴지야 데덴 이러고, 청주는 엎어라 젖혀라 이러고."

안데스씨는 지난해 패션쇼에 이어, 오는 4월에 자신의 옷을 활용한 파티를 열 계획입니다.

모두가 하찮다고 여기는 것에서 가치와 재미를 찾아냅니다. 그의 바람은 뭘까요.

(인터뷰) 안데스

" 소수 취향인 사람일수록 드러내야지 사회가 경직되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난 보여줘야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제가 어떤 사례가 되는 거예요. 한 명이라도 사례가 있으면 용기가 되더라고요. 저도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고 싶은 거죠."

동아일보 구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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