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청와대 참모들의 가벼운 입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들은 입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국정을 총괄하는 청와대 참모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민감한 파장을 낳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참모들의 모습은 실망스럽습니다.

청와대의 한 핵심참모는 최근 ＂현역 군인이 군 통수권자의 재가가 난 국방개혁에 반대하면 항명이 되니까 예비역을 대신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그런 `이중플레이`를 하는 현역들이 있다면 인사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역 군인이 국방개혁안에 불만을 토로하면 항명죄로 다스리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습니다. 군인으로서는 가장 경계해야 할 행동이 항명입니다. 명령과 복종은 군의 생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국방개혁이 필요하더라도 그 내용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청와대 참모가 `항명` 운운한 것은 오만한 태도입니다. 자칫하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개혁 리더십에 오히려 부담을 줄 우려가 있습니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4억 달러 규모인 국산 고등훈련기 T-50의 인도네시아 수출 협상에 청신호가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거래는 양국이 공동으로 발표하거나 사는 쪽, 인도네시아가 먼저 알리는 게 관례입니다. 사겠다는 사람이 언제든지 마음만 바꾸면 끝입니다. 거래가 최종 성사될 때까지 조심스럽게 상황을 잘 관리해야 될 텐데 말이 너무 앞서간 느낌입니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도발 때 청와대 참모들이 내부 논의를 제대로 거치지도 않은 채 ＂이명박 대통령이 확전을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말해 엄청난 혼선을 초래한 적도 있습니다. 연평도 피격 당시 우리 군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과 맞물려 청와대 참모들의 설익은 대응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이런 일이 왜 되풀이되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의 위세를 빌어 오만해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경쟁적으로 정치권과 언론 등을 공격해 정치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켰습니다. 그것이 민심이 노 정권에 등을 돌리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음을 지금 청와대 참모들도 거울로 삼아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