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야권 통합의 딜레마

4·27 재·보궐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야권의 통합 논의가 시련의 나날을 맞고 있습니다. 통합 방식을 놓고 야권 각 정파의 계산이 서로 달라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에선 올 연말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 싸움의 성격도 깔려 있습니다.

야권 통합의 첫 시험대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여부입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북한의 핵 개발과 3대 세습에 대한 평가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민노당은 북한 비판에 대해선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북한 세습 비판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분단의 이분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협상 마감 시한이 31일이어서 막판 협상 결과가 주목됩니다.

친노 독자 세력화를 모색 중인 국민참여당은 민노당과 먼저 통합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단계별 통합을 압박해 야권 통합의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복안입니다.

야권 통합의 난기류를 지켜보는 민주당의 속사정도 복잡합니다. 손학규 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리당략적 사고에 입각한 소통합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그건 올바른 야권 통합의 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야권 각 정파가 자기 계산에 따라 짝짓기를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손 대표는 정권교체의 대의에 따른 대통합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같은 민주당의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은 중도 쪽으로 방향을 잡은 손 대표에 맞서 왼쪽으로 더 가자고 합니다.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 등은 좌파 정당과의 통합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당내 비주류 진영은 연말 당권을 잡기 위해서라도 손 대표 측과 더 각을 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손 대표 측이 결성하는 `국민통합`에 대해 손 대표의 사조직 아니냐고 날을 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친노 진영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대망론이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정치 참여를 꺼려온 문 전 실장은 아예 ＂혹시 도움이 된다면 피하지 않겠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망론은 손 대표 진영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지요. 친노 진영 일부에선 문 전 실장의 정치 참여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많습니다.

우파 진영은 야권 통합이 가치 통합이 아니라 오로지 표만 노린 야합이라고 공세를 벼르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야권 통합의 대의명분을 건드리기 어렵지만 정치 현실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