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이상민, 전희철 90년대 농구 스타들 총출동

등록 2011.06.27.
옛날 기분 한번 내보자고 마련한 자리였으나 역시 전쟁이었다. 애당초부터 추억 운운할 매치가 아니었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전성시대를 이끈 고려대와 연세대 출신 은퇴 선수들이 26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맞붙은 ‘추억의 라이벌, 어게인 1995! OB 고연전’은 지면 끝인 전쟁이었다. 한 케이블TV 채널이 기획한 이번 라이벌전은 농구대잔치 정규 경기 1위 결정전에서 두 학교가 맞붙었던 1995년을 다시 한 번 떠올려 가라앉은 농구 인기를 띄워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 코트 안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실을 찾은 고려대 전희철 김병철(이상 92학번)과 연세대 문경은(90학번) 이상민(91학번) 중 멀쩡하게 걸어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희철은 종아리에 파스를 붙인 채 엉금엉금 기듯 들어섰다. 문경은은 무릎에 얼음을 댄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나타났다. 전희철의 말대로 “이겨야 산다”는 생각으로 다들 죽기 살기로 뛴 탓이다. 이상민은 “쓰러질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 수업을 위해 미국에 머물다 경기 이틀 전에야 훈련에 합류한 이상민은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이를 악물고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고전은 축구로 치면 한일전으로, 이기고 봐야 하는 경기”라고 했다.

추억을 되새기자는 이벤트 경기였지만 고연전은 달랐다. 감독과 코치, 벤치를 지키는 선수 중 앉아서 경기를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만큼 경기에 대한 몰입이 대단했다. 승부욕 탓에 심판 판정에 대한 어필도 타이틀이 걸린 정규 경기 못지않았다. 연세대 우지원(92학번)은 3쿼터 막판 고려대 윤호영(89학번)이 자신의 얼굴을 가격했다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승리는 초반부터 리드를 잡은 고려대의 몫이었다. 고려대는 1쿼터 초반 전희철의 3점슛으로 3-1 리드를 잡은 뒤로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72-60으로 이겼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오리온스에서 은퇴한 김병철이 3점슛 3개를 포함해 27점을 몰아넣으며 모교에 승리를 안겼다.

○ 코트 밖

경기장을 양분한 두 학교 재학생 응원단의 열기는 정기 고연전 못지않았다. 경기 시작 전부터 목이 터져라 불러댄 응원가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30분 가까이 계속됐다. 고려대 감독을 맡은 김동광 한국농구연맹 경기위원장(70학번)은 “1973년 정기전 이후 처음 참가한 고연전인데 재학생들의 응원 열기로 모처럼 학생 때 기분이 났다”고 말했다. 고려대와 연세대 단장을 맡은 박한 전 고려대 감독(65학번)과 김인건 전 태릉선수촌장(62학번), 두 학교 총장도 응원전에 동참했다.

연세대 93학번인 서장훈(LG)과 고려대 94학번 신기성(전자랜드)은 경기 해설을 맡아 입담 대결을 펼쳤다. 서장훈은 전반이 끝난 뒤 경기 내내 끌려 다니는 모교가 안타까웠는지 “내가 나가서 뛰면 안 될까요”라는 코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유명 스포츠 용품 업체끼리도 이번 라이벌전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아디다스가 연세대의 상징색인 파란색 농구화를 선수들에게 돌리자 이 소식을 접한 경쟁사 나이키는 고려대의 상징색인 붉은색 농구화를 고려대 선수들에게 지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영상 | 동아일보 사진부 양회성 기자 photolim@donga.com

옛날 기분 한번 내보자고 마련한 자리였으나 역시 전쟁이었다. 애당초부터 추억 운운할 매치가 아니었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전성시대를 이끈 고려대와 연세대 출신 은퇴 선수들이 26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맞붙은 ‘추억의 라이벌, 어게인 1995! OB 고연전’은 지면 끝인 전쟁이었다. 한 케이블TV 채널이 기획한 이번 라이벌전은 농구대잔치 정규 경기 1위 결정전에서 두 학교가 맞붙었던 1995년을 다시 한 번 떠올려 가라앉은 농구 인기를 띄워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 코트 안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실을 찾은 고려대 전희철 김병철(이상 92학번)과 연세대 문경은(90학번) 이상민(91학번) 중 멀쩡하게 걸어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희철은 종아리에 파스를 붙인 채 엉금엉금 기듯 들어섰다. 문경은은 무릎에 얼음을 댄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나타났다. 전희철의 말대로 “이겨야 산다”는 생각으로 다들 죽기 살기로 뛴 탓이다. 이상민은 “쓰러질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 수업을 위해 미국에 머물다 경기 이틀 전에야 훈련에 합류한 이상민은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이를 악물고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고전은 축구로 치면 한일전으로, 이기고 봐야 하는 경기”라고 했다.

추억을 되새기자는 이벤트 경기였지만 고연전은 달랐다. 감독과 코치, 벤치를 지키는 선수 중 앉아서 경기를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만큼 경기에 대한 몰입이 대단했다. 승부욕 탓에 심판 판정에 대한 어필도 타이틀이 걸린 정규 경기 못지않았다. 연세대 우지원(92학번)은 3쿼터 막판 고려대 윤호영(89학번)이 자신의 얼굴을 가격했다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승리는 초반부터 리드를 잡은 고려대의 몫이었다. 고려대는 1쿼터 초반 전희철의 3점슛으로 3-1 리드를 잡은 뒤로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72-60으로 이겼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오리온스에서 은퇴한 김병철이 3점슛 3개를 포함해 27점을 몰아넣으며 모교에 승리를 안겼다.

○ 코트 밖

경기장을 양분한 두 학교 재학생 응원단의 열기는 정기 고연전 못지않았다. 경기 시작 전부터 목이 터져라 불러댄 응원가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30분 가까이 계속됐다. 고려대 감독을 맡은 김동광 한국농구연맹 경기위원장(70학번)은 “1973년 정기전 이후 처음 참가한 고연전인데 재학생들의 응원 열기로 모처럼 학생 때 기분이 났다”고 말했다. 고려대와 연세대 단장을 맡은 박한 전 고려대 감독(65학번)과 김인건 전 태릉선수촌장(62학번), 두 학교 총장도 응원전에 동참했다.

연세대 93학번인 서장훈(LG)과 고려대 94학번 신기성(전자랜드)은 경기 해설을 맡아 입담 대결을 펼쳤다. 서장훈은 전반이 끝난 뒤 경기 내내 끌려 다니는 모교가 안타까웠는지 “내가 나가서 뛰면 안 될까요”라는 코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유명 스포츠 용품 업체끼리도 이번 라이벌전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아디다스가 연세대의 상징색인 파란색 농구화를 선수들에게 돌리자 이 소식을 접한 경쟁사 나이키는 고려대의 상징색인 붉은색 농구화를 고려대 선수들에게 지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영상 | 동아일보 사진부 양회성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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