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하버드大 교수“급변하는 동북아 상황… 한국, 中이냐 美냐 선택순간 올 것”
등록 2011.10.10.동맹이론 최고 권위
“한국이 중국과 미국 가운데 한 국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북핵 문제 등으로 동북아시아 안보환경이 급박하게 변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외교적 능력과 경각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입니다.”
스티븐 월트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교수는 7일 한국이 처한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월트 교수는 국제정치학계에서 ‘동맹의 기원’ ‘혁명과 전쟁’ 등 저서를 낸 동맹이론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석학이다. 그는 이날 외교안보연구원이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주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연 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날 학술회의에는 국제관계 전문가들과 함께 외교안보 분야의 전현직 정책 입안자들이 참석해 열띤 논쟁을 벌였다.
○ “아시아 내 미국-중국 긴장 급상승할 수도”
월트 교수는 이날 학술회의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개발, 중국의 부상, 일본의 불황, 미국의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 부담 등을 꼽으며 동북아의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경제성장의 토대가 될 지역안정을 추구할 것이며, 이 지역에서 자국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북한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동북아의 패권국으로 떠오르는 것을 막고 기존 동맹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시아를 더 예의주시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앞으로 미중 관계는 악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며 “이 경우 한국은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고 그 ‘선택의 순간’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간 패권 싸움 가능성에 대해서는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도 이날 학술회의에서 같은 의견을 내놨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중국은 평화적으로 부상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이 급격한 경제성장을 계속한다면 경제력을 군사력으로 바꿀 것이고 결과적으로 미중 간 안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냉전기와 비슷한 양상을 띠게 된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아시아를 장악하고 미국을 몰아내려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옌쉐퉁(閻學通) 중국 칭화대 교수는 “중국이 미래 다른 나라에 안보를 제공할 능력을 갖게 되면 이 지역의 안보관계가 바뀔 것”이라며 “중국이 미군을 아시아에서 몰아낼 것이라는 주장도 억지다. 우리를 무시하는 것 같아 실망했다”고 언성을 높였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국은 (외교관계의) 리밸런싱(재균형) 작업을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동아시아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역내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군사력 재배치를 희망한다. 아시아에 이런 조치가 이어지고 동남아와 호주에도 강한 군대를 배치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 “소프트파워는 없다”
월트 교수는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기를 최후 수단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개발해 핵개발 자체로는 더 이상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기 어려워진 만큼 때때로 도발적인 행동을 할 것이고 앞으로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도 “북한이 남한과 미국에서 내년 대선 전까지 경제적 지원을 못 받는다고 판단하면 도발행동을 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이런 북한의 도발에 대해 월트 교수는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의 ‘소프트파워’ 이론을 얘기하며 “나는 나이 교수와 동료이지만 소프트파워라는 개념을 한 번도 이해한 적이 없다. 하드파워가 결국 현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한 대북 제재를 주장했다.
월트 교수는 미국 정부가 과거 대북 포용정책을 강조했던 웬디 셔먼 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최근 국무부의 3인자인 정무차관에 기용한 것과 관련해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상태에서 한미 양국이 과거처럼 적극적인 관여 정책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해서는 “에너지 차원에서는 매력적이지만 북한이 가스관을 잠글 가능성만으로 모두의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정말 많이, 그리고 오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동맹이론 최고 권위
“한국이 중국과 미국 가운데 한 국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북핵 문제 등으로 동북아시아 안보환경이 급박하게 변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외교적 능력과 경각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입니다.”
스티븐 월트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교수는 7일 한국이 처한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월트 교수는 국제정치학계에서 ‘동맹의 기원’ ‘혁명과 전쟁’ 등 저서를 낸 동맹이론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석학이다. 그는 이날 외교안보연구원이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주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연 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날 학술회의에는 국제관계 전문가들과 함께 외교안보 분야의 전현직 정책 입안자들이 참석해 열띤 논쟁을 벌였다.
○ “아시아 내 미국-중국 긴장 급상승할 수도”
월트 교수는 이날 학술회의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개발, 중국의 부상, 일본의 불황, 미국의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 부담 등을 꼽으며 동북아의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경제성장의 토대가 될 지역안정을 추구할 것이며, 이 지역에서 자국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북한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동북아의 패권국으로 떠오르는 것을 막고 기존 동맹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시아를 더 예의주시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앞으로 미중 관계는 악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며 “이 경우 한국은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고 그 ‘선택의 순간’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간 패권 싸움 가능성에 대해서는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도 이날 학술회의에서 같은 의견을 내놨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중국은 평화적으로 부상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이 급격한 경제성장을 계속한다면 경제력을 군사력으로 바꿀 것이고 결과적으로 미중 간 안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냉전기와 비슷한 양상을 띠게 된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아시아를 장악하고 미국을 몰아내려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옌쉐퉁(閻學通) 중국 칭화대 교수는 “중국이 미래 다른 나라에 안보를 제공할 능력을 갖게 되면 이 지역의 안보관계가 바뀔 것”이라며 “중국이 미군을 아시아에서 몰아낼 것이라는 주장도 억지다. 우리를 무시하는 것 같아 실망했다”고 언성을 높였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국은 (외교관계의) 리밸런싱(재균형) 작업을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동아시아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역내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군사력 재배치를 희망한다. 아시아에 이런 조치가 이어지고 동남아와 호주에도 강한 군대를 배치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 “소프트파워는 없다”
월트 교수는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기를 최후 수단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개발해 핵개발 자체로는 더 이상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기 어려워진 만큼 때때로 도발적인 행동을 할 것이고 앞으로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도 “북한이 남한과 미국에서 내년 대선 전까지 경제적 지원을 못 받는다고 판단하면 도발행동을 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이런 북한의 도발에 대해 월트 교수는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의 ‘소프트파워’ 이론을 얘기하며 “나는 나이 교수와 동료이지만 소프트파워라는 개념을 한 번도 이해한 적이 없다. 하드파워가 결국 현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한 대북 제재를 주장했다.
월트 교수는 미국 정부가 과거 대북 포용정책을 강조했던 웬디 셔먼 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최근 국무부의 3인자인 정무차관에 기용한 것과 관련해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상태에서 한미 양국이 과거처럼 적극적인 관여 정책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해서는 “에너지 차원에서는 매력적이지만 북한이 가스관을 잠글 가능성만으로 모두의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정말 많이, 그리고 오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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