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도박장 간 초짜 주부들

등록 2011.10.19.

8월 초 어느 날 오후 8시경 대전에 사는 주부 송모 씨(42)는 대전과 인접한 충남 금산군 추부면 만인산의 ‘하우스(도박장)’를 찾았다. 평소 함께 도박을 하던 지인 김모 씨(38·여)가 “10만 원을 줄 테니 같이 가서 돈 좀 따오자”고 꼬드긴 것이다.

굽잇길을 돌아 도착한 산중턱의 비닐천막 안에는 주부로 보이는 30여 명이 도박에 빠져 있었다. 영화 ‘타짜’에서처럼 총책인 ‘설계사’, 도박장을 관리하는 ‘창고장’, 무전기를 들고 망을 보는 ‘문방’, 판돈을 배분하는 ‘상치기’, 도박자금을 꿔 주는 ‘꽁지’도 있었다. 한 판에 5000만 원까지 판돈을 걸 수 있는 ‘아도사키 고스톱’ 판에서는 순식간에 수억 원이 오갔다. 송 씨는 첫날 수백만 원을 땄다. 하지만 타짜의 덫에 걸린 그의 빚은 두 달 사이 3000만 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대부분 일확천금을 꿈꾸지만 돈을 잃기 시작하면 악순환의 고리에 걸린다. 돈을 빌려줄 때 20%의 선이자를 뗀다. 딴 돈을 판돈에서 회수해 가는 ‘꽁지’도 피해갈 수 없는 덫이었다. 송 씨는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도박판을 급습한 11일에야 화투장을 손에서 놓을 수 있었다.

경찰은 야산에 천막을 치고 수백억 원대 도박판을 벌인 혐의로 최모 씨(53·여) 등 7명을 구속하고 도박에 참여한 4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 등은 2010년 2월부터 최근까지 충청과 전북 지역 야산 12곳에 하우스를 설치한 뒤 도박판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 양철민 광역수사대장은 “도박에 빠져든 주부 대부분은 가출을 했거나 이혼을 하는 등 가정생활도 순탄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 중 한 50대 사업가는 20일 만에 40억 원의 빚을 진 뒤 부인과 이혼을 했고, 한 60대 주부는 30억 원의 도박 빚을 지게 되자 지난해 9월께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8월 초 어느 날 오후 8시경 대전에 사는 주부 송모 씨(42)는 대전과 인접한 충남 금산군 추부면 만인산의 ‘하우스(도박장)’를 찾았다. 평소 함께 도박을 하던 지인 김모 씨(38·여)가 “10만 원을 줄 테니 같이 가서 돈 좀 따오자”고 꼬드긴 것이다.

굽잇길을 돌아 도착한 산중턱의 비닐천막 안에는 주부로 보이는 30여 명이 도박에 빠져 있었다. 영화 ‘타짜’에서처럼 총책인 ‘설계사’, 도박장을 관리하는 ‘창고장’, 무전기를 들고 망을 보는 ‘문방’, 판돈을 배분하는 ‘상치기’, 도박자금을 꿔 주는 ‘꽁지’도 있었다. 한 판에 5000만 원까지 판돈을 걸 수 있는 ‘아도사키 고스톱’ 판에서는 순식간에 수억 원이 오갔다. 송 씨는 첫날 수백만 원을 땄다. 하지만 타짜의 덫에 걸린 그의 빚은 두 달 사이 3000만 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대부분 일확천금을 꿈꾸지만 돈을 잃기 시작하면 악순환의 고리에 걸린다. 돈을 빌려줄 때 20%의 선이자를 뗀다. 딴 돈을 판돈에서 회수해 가는 ‘꽁지’도 피해갈 수 없는 덫이었다. 송 씨는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도박판을 급습한 11일에야 화투장을 손에서 놓을 수 있었다.

경찰은 야산에 천막을 치고 수백억 원대 도박판을 벌인 혐의로 최모 씨(53·여) 등 7명을 구속하고 도박에 참여한 4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 등은 2010년 2월부터 최근까지 충청과 전북 지역 야산 12곳에 하우스를 설치한 뒤 도박판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 양철민 광역수사대장은 “도박에 빠져든 주부 대부분은 가출을 했거나 이혼을 하는 등 가정생활도 순탄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 중 한 50대 사업가는 20일 만에 40억 원의 빚을 진 뒤 부인과 이혼을 했고, 한 60대 주부는 30억 원의 도박 빚을 지게 되자 지난해 9월께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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