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 필드테스터 노인봉~소금강 산행

등록 2011.10.20.

컬럼비아 필드테스터 2011년 제3기 산행이 10월15일(토) 노인봉-청학동 소금강에서 실시되었다.소금강 계곡산행은 강릉시 주문진 남쪽 연곡천을 거슬러 가다가 퇴곡리에서 소금강으로 들어가는 것이 정 코스다. 그러나 동대산 아래 진고개가 포장되면서 진고개에서 노인봉을 경유하여 소금강계곡으로 하산하는 것이 체력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즈음은 진고개를 산행출발지점으로 많이 삼고 있다. 진고개에서 노인봉까지 짧은 구간에서 백두대간 마루금산행도 즐길 수 있고, 소금강 긴 계곡을 내려가기로 하니까 힘도 덜 든다.
오대산국립공원지역은 크게 서쪽의 오대산과 동쪽의 황병산 지역으로 나뉘고 그 가운데 동대산이 있다. 소금강계곡은 황병산(1,407m. 소황병산을 포함)을 주산으로 동쪽으로 매봉(1,173m), 서쪽으로 노인봉인 대간마루를 정면에 바라보면서 좌 천마봉(999m), 우 백마봉(1,094m)에 둘러싸여 있다. 대간마루 너머로는 완만한 고원지대가 펼쳐지고 대간마루에서 동해쪽으로 형성된 급경사 단애 계곡이 바로 소금강계곡이다.

명산 아래 청학동의 대표적인 곳은 명주(강릉시 명주군) 청학동 소금강과 지리산 삼신봉 기슭 청학동 마을이다. 고결함과 불로장생의 상징인 학 중에서도 청학이 깃드는 장소이므로 얼마나 멋진 곳이겠는가!

오대산국립공원 지역에 위치한 명주 청학동 소금강은 기암절벽과 아름다운 계곡풍광으로 이름난 명승지다. 오대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4년여 전인 1970년 11월에 소금강은 이미 우리나라 ‘명승 제1호’로 지정될 정도로 계곡미가 빼어난 곳이다.

청학동 소금강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율곡 이이(1536~1584)의 ‘청학산기행’에 연유한다. 그의 글을 보면 이런 표현이 있다.
“푸르른 물은 낙엽도 발붙일 틈을 주지 않고 굽이굽이 돌아 흐른다. 바위들 모양도 천만 가지로 변하며, 산그늘 밑에 나무그림자는 아지랑이와 섞여서 아스라이 햇볕을 가렸다. 나는 흰 바윗돌 위를 거닐며 때때로 일어나는 잔잔한 물결을 즐겼다. ... 돌아오는 길에 열 발자국을 걸으면서 아홉 번을 돌아보며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린다.”(김장호의 한국명산기)

율곡의 ‘청학산기행’에 등장하는 여러 지명이나 접근거리의 표현은 지금의 그것과는 아귀가 잘 맞지 않는다. ‘한국명산기’에 의하면 “율곡은 계곡 중간중간 명소에 창운담, 비선암, 촉운봉, 천유동, 경담 등 많은 이름을 붙였지만 당시 지형 설명과 지금의 지형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확실한 장소를 짚어내지 못하는 곳이 많다. ‘청학산’ 이란 산이름도 ‘전해 내려오는 민담을 수용’하여 계곡을 둘러싸고 있는 산 전체를 율곡이 청학산이라 명명했다지만 당시 그 지역에 청학산이란 기록은 찾을 수 없다.”고 적고 있다. 그러므로 청학산은 봉우리가 아닌 소금강계곡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지역의 총칭이라 생각된다.

‘식당암’ 이라는 바위 명칭도 그렇다. 율곡은 ‘옛부터 그리 불려왔다’고 했다. 그런데 ‘율곡이 이곳에서 점심을 먹어서 식당암이라 한다’고 비약해서 말들을 한다. 더 큰 문제는 식당암의 위치다. 율곡이 기록한 식당암 주변지형, 가는 길과 접근거리가 지금의 식당암 위치와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율곡의 ‘청학산기행’ 내용을 잠시 소개한 이유는 소금강 지역에 가면 율곡과 관련된 안내표지가 많은데 그 중에는 사료적 근거도 없는 것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컬럼비아 필드테스터팀이 소금강계곡으로 하산하는 동안에도 만나는 등산객마다 ‘율곡’을 들먹이며 인터넷에 떠도는 소금강과 관련된 근거 없는 정보들이 마치 역사적 사실인양 회자되고 있었다. 그 중에서 황당한 것들은 ‘율곡이 소금강에서 수도를 했다’, ‘율곡이 바위에 글을 새겼다(또는 새겼다고 전해진다)’, ‘학이 날개를 편 형상이라 청학산이라 한다’ 따위다.

컬럼비아 필드테스터는 진고개 정상에서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고 완만한 대간마루를 따라 노인봉으로 향했다. 등산로 주변에는 보라색 쑥부쟁이꽃이 반기고 숲에서는 자작나무가 손짓한다. 노인봉 정상에는 이미 낙엽이 딍굴고 있다. 청학동계곡으로 내려서자 단풍이 절정이다. 산이란 봄에 제맛이 나는 산과 가을에 제맛이 나는 산이 있다. 소금강계곡은 가을산행이 제격이다. 기암절벽 사이로 암반을 흐르는 청류와 물들기 시작한 단풍의 어울림은 율곡의 말대로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한다.

컬럼비아 필드테스터들은 각자 부여된 장비를 가지고 여러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고, 어느 테스터는 신발을 신은 채로 물에 들어가 발목까지 물이 찰랑거리게 해본다. 모두 행복한 모습이다.
낙영폭, 광폭, 삼폭, 구룡폭, 십자소를 스쳐내려 가노라니 단풍에 물들어가는 청학동계곡은 점입가경이다. 폭포 옆을 지나칠 때마다 “이런 곳에서는 하룻밤 비박을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청학동계곡을 내려올 때에는 시간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계곡이 아름답다보니 자연스레 발길이 자주 머물고 사진이라도 찍다보면 어두워진 후 하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름다운 경치가 끝난 후에도 1시간 이상을 걸어 내려가야 함을 명심할 것.

인생은 그 자체로 긴 여행이다. 스쳐지나가는 사람과 풍경들, 직장의 어려움, 사랑과 이별의 아픔,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슬픔... 이 모든 것들이 여행길에 만나는 것들이다.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다.
학창 시절에 내가 마주했던 청학동은 그 시절 내가 마음속으로 기대했던 절경에 미치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보다 아름다운 경치는 지구상에 얼마든지 많이 있을꺼야! 이 정도 경치에 감동해서는 안 돼!’ 하는 헛된 기대감 이었을까?
40년 여행을 더 한 지금 생각하니 ‘이 정도 아름다움이면 청학이 깃들만한 곳이야. 이곳저곳 돌아다녀도 그 모습 그 모습 이던걸!’ 하는 뒤늦은 깨달음일까?
율곡이 히말라야를 보았다면 어찌 표현했을까? 궁금하다.

글 마운틴월드 이규태 master@mountainworld.net
사진 이훈태 기자


컬럼비아 필드테스터 2011년 제3기 산행이 10월15일(토) 노인봉-청학동 소금강에서 실시되었다.소금강 계곡산행은 강릉시 주문진 남쪽 연곡천을 거슬러 가다가 퇴곡리에서 소금강으로 들어가는 것이 정 코스다. 그러나 동대산 아래 진고개가 포장되면서 진고개에서 노인봉을 경유하여 소금강계곡으로 하산하는 것이 체력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즈음은 진고개를 산행출발지점으로 많이 삼고 있다. 진고개에서 노인봉까지 짧은 구간에서 백두대간 마루금산행도 즐길 수 있고, 소금강 긴 계곡을 내려가기로 하니까 힘도 덜 든다.
오대산국립공원지역은 크게 서쪽의 오대산과 동쪽의 황병산 지역으로 나뉘고 그 가운데 동대산이 있다. 소금강계곡은 황병산(1,407m. 소황병산을 포함)을 주산으로 동쪽으로 매봉(1,173m), 서쪽으로 노인봉인 대간마루를 정면에 바라보면서 좌 천마봉(999m), 우 백마봉(1,094m)에 둘러싸여 있다. 대간마루 너머로는 완만한 고원지대가 펼쳐지고 대간마루에서 동해쪽으로 형성된 급경사 단애 계곡이 바로 소금강계곡이다.

명산 아래 청학동의 대표적인 곳은 명주(강릉시 명주군) 청학동 소금강과 지리산 삼신봉 기슭 청학동 마을이다. 고결함과 불로장생의 상징인 학 중에서도 청학이 깃드는 장소이므로 얼마나 멋진 곳이겠는가!

오대산국립공원 지역에 위치한 명주 청학동 소금강은 기암절벽과 아름다운 계곡풍광으로 이름난 명승지다. 오대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4년여 전인 1970년 11월에 소금강은 이미 우리나라 ‘명승 제1호’로 지정될 정도로 계곡미가 빼어난 곳이다.

청학동 소금강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율곡 이이(1536~1584)의 ‘청학산기행’에 연유한다. 그의 글을 보면 이런 표현이 있다.
“푸르른 물은 낙엽도 발붙일 틈을 주지 않고 굽이굽이 돌아 흐른다. 바위들 모양도 천만 가지로 변하며, 산그늘 밑에 나무그림자는 아지랑이와 섞여서 아스라이 햇볕을 가렸다. 나는 흰 바윗돌 위를 거닐며 때때로 일어나는 잔잔한 물결을 즐겼다. ... 돌아오는 길에 열 발자국을 걸으면서 아홉 번을 돌아보며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린다.”(김장호의 한국명산기)

율곡의 ‘청학산기행’에 등장하는 여러 지명이나 접근거리의 표현은 지금의 그것과는 아귀가 잘 맞지 않는다. ‘한국명산기’에 의하면 “율곡은 계곡 중간중간 명소에 창운담, 비선암, 촉운봉, 천유동, 경담 등 많은 이름을 붙였지만 당시 지형 설명과 지금의 지형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확실한 장소를 짚어내지 못하는 곳이 많다. ‘청학산’ 이란 산이름도 ‘전해 내려오는 민담을 수용’하여 계곡을 둘러싸고 있는 산 전체를 율곡이 청학산이라 명명했다지만 당시 그 지역에 청학산이란 기록은 찾을 수 없다.”고 적고 있다. 그러므로 청학산은 봉우리가 아닌 소금강계곡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지역의 총칭이라 생각된다.

‘식당암’ 이라는 바위 명칭도 그렇다. 율곡은 ‘옛부터 그리 불려왔다’고 했다. 그런데 ‘율곡이 이곳에서 점심을 먹어서 식당암이라 한다’고 비약해서 말들을 한다. 더 큰 문제는 식당암의 위치다. 율곡이 기록한 식당암 주변지형, 가는 길과 접근거리가 지금의 식당암 위치와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율곡의 ‘청학산기행’ 내용을 잠시 소개한 이유는 소금강 지역에 가면 율곡과 관련된 안내표지가 많은데 그 중에는 사료적 근거도 없는 것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컬럼비아 필드테스터팀이 소금강계곡으로 하산하는 동안에도 만나는 등산객마다 ‘율곡’을 들먹이며 인터넷에 떠도는 소금강과 관련된 근거 없는 정보들이 마치 역사적 사실인양 회자되고 있었다. 그 중에서 황당한 것들은 ‘율곡이 소금강에서 수도를 했다’, ‘율곡이 바위에 글을 새겼다(또는 새겼다고 전해진다)’, ‘학이 날개를 편 형상이라 청학산이라 한다’ 따위다.

컬럼비아 필드테스터는 진고개 정상에서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고 완만한 대간마루를 따라 노인봉으로 향했다. 등산로 주변에는 보라색 쑥부쟁이꽃이 반기고 숲에서는 자작나무가 손짓한다. 노인봉 정상에는 이미 낙엽이 딍굴고 있다. 청학동계곡으로 내려서자 단풍이 절정이다. 산이란 봄에 제맛이 나는 산과 가을에 제맛이 나는 산이 있다. 소금강계곡은 가을산행이 제격이다. 기암절벽 사이로 암반을 흐르는 청류와 물들기 시작한 단풍의 어울림은 율곡의 말대로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한다.

컬럼비아 필드테스터들은 각자 부여된 장비를 가지고 여러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고, 어느 테스터는 신발을 신은 채로 물에 들어가 발목까지 물이 찰랑거리게 해본다. 모두 행복한 모습이다.
낙영폭, 광폭, 삼폭, 구룡폭, 십자소를 스쳐내려 가노라니 단풍에 물들어가는 청학동계곡은 점입가경이다. 폭포 옆을 지나칠 때마다 “이런 곳에서는 하룻밤 비박을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청학동계곡을 내려올 때에는 시간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계곡이 아름답다보니 자연스레 발길이 자주 머물고 사진이라도 찍다보면 어두워진 후 하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름다운 경치가 끝난 후에도 1시간 이상을 걸어 내려가야 함을 명심할 것.

인생은 그 자체로 긴 여행이다. 스쳐지나가는 사람과 풍경들, 직장의 어려움, 사랑과 이별의 아픔,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슬픔... 이 모든 것들이 여행길에 만나는 것들이다.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다.
학창 시절에 내가 마주했던 청학동은 그 시절 내가 마음속으로 기대했던 절경에 미치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보다 아름다운 경치는 지구상에 얼마든지 많이 있을꺼야! 이 정도 경치에 감동해서는 안 돼!’ 하는 헛된 기대감 이었을까?
40년 여행을 더 한 지금 생각하니 ‘이 정도 아름다움이면 청학이 깃들만한 곳이야. 이곳저곳 돌아다녀도 그 모습 그 모습 이던걸!’ 하는 뒤늦은 깨달음일까?
율곡이 히말라야를 보았다면 어찌 표현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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