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핵탄두 공포…세계가 긴장했던 20C 마지막 날

등록 2012.01.02.

▲영상= 밀레니엄 카운트다운을 하는 세계 각국의 표정

2012년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 종로에는 10만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타종 소리와 함께 새해 소망을 빌었다.

‘0시 카운트다운’ 하면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가 있다.
1999년 12월 31일 12시 59분. 새로운 천년을 맞는 축복된 날에 전 세계는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숨을 죽이며 시계를 지켜봐야만 했다.

‘Y2K’ 이른바 ‘밀레니엄버그’가 현실화 될지 아니면 기우에 그칠지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Y2K는 연도를 뜻하는 ‘Year’와 1000을 나타내는 단위 ‘Kilo’를 합성한 조어로, 컴퓨터가 연도표기 4자리 중 마지막 2자리만 인식해 2000년이 되는 순간 오류를 발생. 전 세계 시스템에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최악의 재앙은 전 세계에 건설된 433개의 원자력 발전소 및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4400개의 핵탄두가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 이 섬뜩한 주장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그해 사람들의 관심사는 온통 Y2K에 쏠려 있었다. 나라마다 전문가들은 머리를 맞대고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문제 해결책을 강구했다.

미국 적십자사는 ‘하루 이틀 전에 자동차 연료를 채워둘 것, 얼마간의 현금과 일주일치 생활필수품을 준비하고 취사도구 담요 장갑 플래시를 챙길 것, 정부의 안내방송을 듣기 위해 배터리로 작동하는 라디오나 TV를 마련할 것, 등 민간인들을 위한 Y2K대응 법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한국 정부도 소프트웨어 전문가 1017명으로 구성된 Y2K 119를 발족하고 Y2K 국민대처요령 10가지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필요한 현금 미리 인출 ▽병원 방문 시 Y2K해결여부 확인 ▽노약자를 위한 난방 급식 상비약 갖출 것 ▽해외여행 가급적 자제 ▽대형건축물 자동화설비 확인 ▽PC 중요자료 백업 ▽ 컴퓨터 시스템 날짜를 위험 예상일 이전으로 돌려놓을 것 ▽날짜 표시 가능성이 있는 전자제품 확인 등이다.

추억이 된 20세기 마지막 해,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몇 가지를 소개한다.

[혹시 Y2K... 일부 생필품 사재기]

새해 첫날이 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Y2K 재앙에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이 생필품 매장과 은행 병원 등으로 몰리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매장, 동네 슈퍼에선 이른바 ‘Y2K생필품세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일부 품목은 극심한 사재기 현상까지 빚어져 물건이 동이 났다.

금융기관에선 은행 통장의 잔액 확인과 현금 인출이 러시를 이루고 종합병원엔 약과 주사제를 미리 확보해 두려는 환자들로 장사진이다. -99년 12월 27일-

[미국 컴 도사들 시골로 피신]

최근 미국에서 밀레니엄 버그를 피해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전원으로 이주하는 ‘밀레니엄 버그 은둔자들’이 생겨나 현대 문명을 거부하는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밀레니엄 버그 은둔자들은 “이 엄청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며 “대혼란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은둔생활”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수는 급증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10만 명 이상이 내년 중 밀레니엄 버그를 피해 도시로 떠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뜻밖에도 이들 중엔 컴퓨터 전문가들이 많다.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깊을수록 밀레니엄버그의 해결에 더욱 회의적이기 때문. 미국 정부 전산시스템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마비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밀레니엄 버그의 앞날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99년 10월 1일-

[밀레니엄 베이비 우려]

2000년 1월 1일 탄생하는 아기, 밀레니엄베이비를 갖고 싶어 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4월 8일에서 12일 사이에 임신하면 밀레니엄 베이비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하여 ‘4월 10일 사랑하세요’ 라는 말이 나돌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앞서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문제가 있다. 만일 출산하다 병원 전기가 끊기고 엘리베이터나 수술 장비 등 각종 의료장비가 고장을 일으키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이다. - 99년 4월 6일-

[주요노선 항공기, 철도 등 운항 중지]

국제 민간항공기구(ICAO)는 밀레니엄 버그로 인한 항공사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올해 12월 31일 밤과 내년 1월 1일 오전 주요 노선의 국제선 항공기 운항을 평상시의 3분의 1로 줄이기로 했다. 항공편수가 줄어드는 노선은 한국 일본과 북미를 잇는 북태평양 노선 등 4개다.

일본 최대의 여행사인 JTB는 Y2KANS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1월 1일 0시를 전후해 승객이 비행기에 머물게 되는 시간대의 여행 상품은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철도청은 ‘중앙집중제어장치(CTC)’ 통제에 따르는 경부선 열차 67편과 전기 기관차로 움직이는 영동 중앙 태백선 열차 34편 등 모두 101편중 30편을 31일 밤 11시 50분부터 30분간 인접한 정거장에 대기하다 다시 운행토록 한다고 밝혔다. -99년 12월 26일-정리=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영상= 밀레니엄 카운트다운을 하는 세계 각국의 표정

2012년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 종로에는 10만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타종 소리와 함께 새해 소망을 빌었다.

‘0시 카운트다운’ 하면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가 있다.
1999년 12월 31일 12시 59분. 새로운 천년을 맞는 축복된 날에 전 세계는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숨을 죽이며 시계를 지켜봐야만 했다.

‘Y2K’ 이른바 ‘밀레니엄버그’가 현실화 될지 아니면 기우에 그칠지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Y2K는 연도를 뜻하는 ‘Year’와 1000을 나타내는 단위 ‘Kilo’를 합성한 조어로, 컴퓨터가 연도표기 4자리 중 마지막 2자리만 인식해 2000년이 되는 순간 오류를 발생. 전 세계 시스템에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최악의 재앙은 전 세계에 건설된 433개의 원자력 발전소 및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4400개의 핵탄두가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 이 섬뜩한 주장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그해 사람들의 관심사는 온통 Y2K에 쏠려 있었다. 나라마다 전문가들은 머리를 맞대고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문제 해결책을 강구했다.

미국 적십자사는 ‘하루 이틀 전에 자동차 연료를 채워둘 것, 얼마간의 현금과 일주일치 생활필수품을 준비하고 취사도구 담요 장갑 플래시를 챙길 것, 정부의 안내방송을 듣기 위해 배터리로 작동하는 라디오나 TV를 마련할 것, 등 민간인들을 위한 Y2K대응 법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한국 정부도 소프트웨어 전문가 1017명으로 구성된 Y2K 119를 발족하고 Y2K 국민대처요령 10가지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필요한 현금 미리 인출 ▽병원 방문 시 Y2K해결여부 확인 ▽노약자를 위한 난방 급식 상비약 갖출 것 ▽해외여행 가급적 자제 ▽대형건축물 자동화설비 확인 ▽PC 중요자료 백업 ▽ 컴퓨터 시스템 날짜를 위험 예상일 이전으로 돌려놓을 것 ▽날짜 표시 가능성이 있는 전자제품 확인 등이다.

추억이 된 20세기 마지막 해,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몇 가지를 소개한다.

[혹시 Y2K... 일부 생필품 사재기]

새해 첫날이 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Y2K 재앙에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이 생필품 매장과 은행 병원 등으로 몰리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매장, 동네 슈퍼에선 이른바 ‘Y2K생필품세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일부 품목은 극심한 사재기 현상까지 빚어져 물건이 동이 났다.

금융기관에선 은행 통장의 잔액 확인과 현금 인출이 러시를 이루고 종합병원엔 약과 주사제를 미리 확보해 두려는 환자들로 장사진이다. -99년 12월 27일-

[미국 컴 도사들 시골로 피신]

최근 미국에서 밀레니엄 버그를 피해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전원으로 이주하는 ‘밀레니엄 버그 은둔자들’이 생겨나 현대 문명을 거부하는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밀레니엄 버그 은둔자들은 “이 엄청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며 “대혼란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은둔생활”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수는 급증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10만 명 이상이 내년 중 밀레니엄 버그를 피해 도시로 떠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뜻밖에도 이들 중엔 컴퓨터 전문가들이 많다.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깊을수록 밀레니엄버그의 해결에 더욱 회의적이기 때문. 미국 정부 전산시스템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마비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밀레니엄 버그의 앞날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99년 10월 1일-

[밀레니엄 베이비 우려]

2000년 1월 1일 탄생하는 아기, 밀레니엄베이비를 갖고 싶어 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4월 8일에서 12일 사이에 임신하면 밀레니엄 베이비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하여 ‘4월 10일 사랑하세요’ 라는 말이 나돌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앞서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문제가 있다. 만일 출산하다 병원 전기가 끊기고 엘리베이터나 수술 장비 등 각종 의료장비가 고장을 일으키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이다. - 99년 4월 6일-

[주요노선 항공기, 철도 등 운항 중지]

국제 민간항공기구(ICAO)는 밀레니엄 버그로 인한 항공사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올해 12월 31일 밤과 내년 1월 1일 오전 주요 노선의 국제선 항공기 운항을 평상시의 3분의 1로 줄이기로 했다. 항공편수가 줄어드는 노선은 한국 일본과 북미를 잇는 북태평양 노선 등 4개다.

일본 최대의 여행사인 JTB는 Y2KANS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1월 1일 0시를 전후해 승객이 비행기에 머물게 되는 시간대의 여행 상품은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철도청은 ‘중앙집중제어장치(CTC)’ 통제에 따르는 경부선 열차 67편과 전기 기관차로 움직이는 영동 중앙 태백선 열차 34편 등 모두 101편중 30편을 31일 밤 11시 50분부터 30분간 인접한 정거장에 대기하다 다시 운행토록 한다고 밝혔다. -99년 12월 26일-정리=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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