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육성, 중저음 할아버지 흉내 내기

등록 2012.04.16.

30세의 젊은 목소리를 감추려는 듯한 굵직한 중저음, 입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 발성법, 딱딱하게 굳은 표정과 제스처, 비트는 듯 몸을 흔드는 움직임….

15일 육성이 처음 공개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대중연설은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많은 사람 앞에서 높아지기 마련인 목청을 의도적으로 깔아 내렸고 연설의 톤도 책을 읽듯 단조로웠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은 분명 누군가를 흉내 내려는 듯한 연출이었다. 그건 바로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었다.

동아일보는 이날 공개된 김정은의 목소리를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소장과 함께 음성학적으로 분석했다. 배 교수는 김일성이 사망 직전인 1994년 신년사에 했던 연설과 김정은의 이날 연설 목소리를 비교한 결과 두 사람의 발성 속도와 방법, 목소리의 파장 형태 등에서 85∼92% 수준의 유사성을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배 교수는 “말투의 특성은 70% 정도가 발성 속도에 의해 좌우되는데, 태어날 때부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자연적으로 발성 속도가 이 정도로 비슷해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주석 특유의 발성법에 맞추기 위해 김정은이 고도의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은은 발성 방법에서도 할아버지를 따라하려는 특징이 드러났다. 배 교수는 “젊은 사람이라면 지금보다 고음이 더 많이 나오고 입 모양도 더 커야 하는데, 김정은은 고령인 김일성처럼 입을 크게 열지 않고 카리스마 있는 중저음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목소리 파장이 129헤르츠(Hz) 정도인데, 이는 김일성의 중저음과 거의 일치한다. 반면 김정일은 목소리에 여러 음이 동시에 나는 ‘복합음’이 많고 두 사람보다 고음을 자주 사용했다.

음성 등 생체신호를 통한 심리분석 전문가인 충북도립대 조동욱 교수는 “김정은이 권위와 안정감을 보여주기 위해 나이가 들어보이게 연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음성피치(초당 성대의 떨림) 평균값이 133으로 같은 연령의 150∼180보다 낮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목소리의 강도(인텐시티)도 50으로 또래의 평균치(75)보다 현격히 낮았다.

지난해 말 김정일 조문 차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났던 김홍업 전 민주당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목소리가 생각보다 컸고 발음이 또렷했지만 저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무게감이 있는 목소리였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답해 김정은의 저음 연출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30세의 젊은 목소리를 감추려는 듯한 굵직한 중저음, 입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 발성법, 딱딱하게 굳은 표정과 제스처, 비트는 듯 몸을 흔드는 움직임….

15일 육성이 처음 공개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대중연설은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많은 사람 앞에서 높아지기 마련인 목청을 의도적으로 깔아 내렸고 연설의 톤도 책을 읽듯 단조로웠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은 분명 누군가를 흉내 내려는 듯한 연출이었다. 그건 바로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었다.

동아일보는 이날 공개된 김정은의 목소리를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소장과 함께 음성학적으로 분석했다. 배 교수는 김일성이 사망 직전인 1994년 신년사에 했던 연설과 김정은의 이날 연설 목소리를 비교한 결과 두 사람의 발성 속도와 방법, 목소리의 파장 형태 등에서 85∼92% 수준의 유사성을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배 교수는 “말투의 특성은 70% 정도가 발성 속도에 의해 좌우되는데, 태어날 때부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자연적으로 발성 속도가 이 정도로 비슷해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주석 특유의 발성법에 맞추기 위해 김정은이 고도의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은은 발성 방법에서도 할아버지를 따라하려는 특징이 드러났다. 배 교수는 “젊은 사람이라면 지금보다 고음이 더 많이 나오고 입 모양도 더 커야 하는데, 김정은은 고령인 김일성처럼 입을 크게 열지 않고 카리스마 있는 중저음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목소리 파장이 129헤르츠(Hz) 정도인데, 이는 김일성의 중저음과 거의 일치한다. 반면 김정일은 목소리에 여러 음이 동시에 나는 ‘복합음’이 많고 두 사람보다 고음을 자주 사용했다.

음성 등 생체신호를 통한 심리분석 전문가인 충북도립대 조동욱 교수는 “김정은이 권위와 안정감을 보여주기 위해 나이가 들어보이게 연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음성피치(초당 성대의 떨림) 평균값이 133으로 같은 연령의 150∼180보다 낮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목소리의 강도(인텐시티)도 50으로 또래의 평균치(75)보다 현격히 낮았다.

지난해 말 김정일 조문 차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났던 김홍업 전 민주당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목소리가 생각보다 컸고 발음이 또렷했지만 저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무게감이 있는 목소리였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답해 김정은의 저음 연출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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