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화를 한 편 쓰고 싶다
등록 2012.09.10.며칠간 먼 나라에 다녀왔더니 그동안 여독이 많이 쌓여서인가 계속 잠이 쏟아진다. ‘잠자는 이들과 죽은 이들이 어쩌면 그렇게 서로 같은지! 죽음은 그 날짜가 알려지지 않았도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한 구절도 떠올리면서, 영영 깨어나지 못하고 긴 잠을 자는 것이 곧 죽음임을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마다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새롭게 경탄하곤 한다. ‘내가 사랑하는 한 사람의 죽음을/아직 다 슬퍼하기도 전에/또 한 사람의 죽음이 슬픔 위에 포개져/나는 할 말을 잃네/나는 이제 울 수도 없네/갈수록 쌓여가는 슬픔을/어쩌지 못해/삶은 자꾸 무거워지고/이 세상에서 사라진 사랑하는 이들/세월이 가도 문득 문득/그리움으로 살아오는 하얀 슬픔이/그래도 조그만 기쁨인가 나를 위로하네’(나의 시 ‘슬픈 노래’ 전문)라고 고백할 만큼 요즘은 눈만 뜨면 안으로 밖으로 수많은 부음을 듣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웃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던 동료가 무덤 속에 있는 것이 믿기질 않아 울먹이는 순간도 부쩍 많아졌다. 여러 사람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나서 나 역시 이것저것 물건 정리를 해보고 가상 유언장도 적어보며 아직은 오지 않은 ‘상상 속의 죽음’으로 이별연습도 미리 해보지만 어떤 모습으로 나의 삶이 마무리가 될지는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평소에 이상적으로 써놓은 글이나 말과 다르게 마무리가 되면 어쩌나 문득 두렵고 걱정이 된 적도 있지만 그래도 일단은 여태껏 행복하게 살았듯이 행복하게 떠나고 싶다. 죽기 전에 수도자로서의 어떤 바람이 있다면 하느님을 향한 나의 수직적인 사랑과 이웃을 향한 나의 수평적인 사랑이 잘 조화를 이루어 ‘세상에 사는 동안 그래도 사랑의 심부름을 잘하였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그 누구도 함부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 아량과 아픈 중에도 밝은 표정을 지닐 수 있는 믿음과 좋은 일에서도 궂은일에도 감사를 발견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하며 매일을 살고 싶다.
어느 날 고통에 겨워 비록 말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도 온몸으로 ‘주님은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겸손하게 고백하리라. “일생 동안 사랑하고 사랑받아 행복했습니다. 부족한 저를 많이 참아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나의 지인들과 수도공동체에 말하리라. 비록 이것저것 깔끔하게 내가 정리를 다 하지 못한 상태에서 세상을 떠난다 해도 어머니 공동체는 나를 흉보거나 비난하기보다는 넉넉하고 고요한 미소와 사랑으로 감싸줄 거라 믿으니 벌써부터 든든한 마음이다.
혹시 작가로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무어라고 답할까. 나에게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진 않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아름다운 동화를 꼭 한 편 쓰고 싶기는 하다. 어른을 위한 동화를 많이 쓴 고(故) 정채봉 님의 ‘멀리 가는 향기’나 정호승 시인의 ‘항아리’, 그리고 요즘 부쩍 많이 읽히는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 같은 동화를 읽으면 얼마나 삶이 더 아름다운지! 얼마나 마음이 더 애틋하고 따스해지는지! 생생하고 감동적인 동화를 빚어내는 이들에겐 늘 부러움을 느낀다.
그동안 나의 글들을 아끼고 사랑해준 많은 독자에게 일일이 감사의 편지를 쓰진 못하더라도 두고두고 선물이 될 수 있는 한 편의 멋진 시를 쓸 수 있기를 기대해 볼까. 아니면 서툰 솜씨로나마 산과 바다와 흰 구름이 있는 한 폭의 수채화를 남겨 놓을까. 꼭 글이나 그림으로 작품을 남기진 못하더라도 나의 삶이 한 편의 시가 되고 그림이 될 수 있도록 순간순간을 더 성실하고 겸손하게, 더 단순하고 투명하게 내 남은 날들을 채우고 싶다. 근래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한 말을 나는 늘 기억하고 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게 인생의 고비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라는 그 말을.
곧 한가위를 앞두고 내일은 내 어머니 기일이기도 하여 형제들과 같이 산소에 가서 삶의 유한성을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오리라. 어느 날의 내 죽음도 미리 묵상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편 노래를 부르리라. ‘천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한 토막 밤과도 비슷하나이다….’
이해인 수녀·시인
며칠간 먼 나라에 다녀왔더니 그동안 여독이 많이 쌓여서인가 계속 잠이 쏟아진다. ‘잠자는 이들과 죽은 이들이 어쩌면 그렇게 서로 같은지! 죽음은 그 날짜가 알려지지 않았도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한 구절도 떠올리면서, 영영 깨어나지 못하고 긴 잠을 자는 것이 곧 죽음임을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마다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새롭게 경탄하곤 한다. ‘내가 사랑하는 한 사람의 죽음을/아직 다 슬퍼하기도 전에/또 한 사람의 죽음이 슬픔 위에 포개져/나는 할 말을 잃네/나는 이제 울 수도 없네/갈수록 쌓여가는 슬픔을/어쩌지 못해/삶은 자꾸 무거워지고/이 세상에서 사라진 사랑하는 이들/세월이 가도 문득 문득/그리움으로 살아오는 하얀 슬픔이/그래도 조그만 기쁨인가 나를 위로하네’(나의 시 ‘슬픈 노래’ 전문)라고 고백할 만큼 요즘은 눈만 뜨면 안으로 밖으로 수많은 부음을 듣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웃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던 동료가 무덤 속에 있는 것이 믿기질 않아 울먹이는 순간도 부쩍 많아졌다. 여러 사람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나서 나 역시 이것저것 물건 정리를 해보고 가상 유언장도 적어보며 아직은 오지 않은 ‘상상 속의 죽음’으로 이별연습도 미리 해보지만 어떤 모습으로 나의 삶이 마무리가 될지는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평소에 이상적으로 써놓은 글이나 말과 다르게 마무리가 되면 어쩌나 문득 두렵고 걱정이 된 적도 있지만 그래도 일단은 여태껏 행복하게 살았듯이 행복하게 떠나고 싶다. 죽기 전에 수도자로서의 어떤 바람이 있다면 하느님을 향한 나의 수직적인 사랑과 이웃을 향한 나의 수평적인 사랑이 잘 조화를 이루어 ‘세상에 사는 동안 그래도 사랑의 심부름을 잘하였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그 누구도 함부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 아량과 아픈 중에도 밝은 표정을 지닐 수 있는 믿음과 좋은 일에서도 궂은일에도 감사를 발견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하며 매일을 살고 싶다.
어느 날 고통에 겨워 비록 말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도 온몸으로 ‘주님은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겸손하게 고백하리라. “일생 동안 사랑하고 사랑받아 행복했습니다. 부족한 저를 많이 참아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나의 지인들과 수도공동체에 말하리라. 비록 이것저것 깔끔하게 내가 정리를 다 하지 못한 상태에서 세상을 떠난다 해도 어머니 공동체는 나를 흉보거나 비난하기보다는 넉넉하고 고요한 미소와 사랑으로 감싸줄 거라 믿으니 벌써부터 든든한 마음이다.
혹시 작가로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무어라고 답할까. 나에게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진 않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아름다운 동화를 꼭 한 편 쓰고 싶기는 하다. 어른을 위한 동화를 많이 쓴 고(故) 정채봉 님의 ‘멀리 가는 향기’나 정호승 시인의 ‘항아리’, 그리고 요즘 부쩍 많이 읽히는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 같은 동화를 읽으면 얼마나 삶이 더 아름다운지! 얼마나 마음이 더 애틋하고 따스해지는지! 생생하고 감동적인 동화를 빚어내는 이들에겐 늘 부러움을 느낀다.
그동안 나의 글들을 아끼고 사랑해준 많은 독자에게 일일이 감사의 편지를 쓰진 못하더라도 두고두고 선물이 될 수 있는 한 편의 멋진 시를 쓸 수 있기를 기대해 볼까. 아니면 서툰 솜씨로나마 산과 바다와 흰 구름이 있는 한 폭의 수채화를 남겨 놓을까. 꼭 글이나 그림으로 작품을 남기진 못하더라도 나의 삶이 한 편의 시가 되고 그림이 될 수 있도록 순간순간을 더 성실하고 겸손하게, 더 단순하고 투명하게 내 남은 날들을 채우고 싶다. 근래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한 말을 나는 늘 기억하고 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게 인생의 고비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라는 그 말을.
곧 한가위를 앞두고 내일은 내 어머니 기일이기도 하여 형제들과 같이 산소에 가서 삶의 유한성을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오리라. 어느 날의 내 죽음도 미리 묵상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편 노래를 부르리라. ‘천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한 토막 밤과도 비슷하나이다….’
이해인 수녀·시인
7인조 그룹 킹덤, ‘백야’ 쇼케이스 현장
VIVIZ, 신곡 ‘LOVEADE’ 쇼케이스
라잇썸, ‘ALIVE’ 쇼케이스 무대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 칸에 쏟아진 호평
이정재 ‘헌트’, 칸서 쏟아진 7분 기립박수
볼빨간사춘기, 새 앨범 ‘서울’ 공개
그룹 퍼플키스(PURPLE KISS), ‘memeM’ 앨범으로 컴백
그룹 킹덤(KINGDOM), K팝 크로스오버 ‘승천’ 컴백
오마이걸, 정규 2집 ‘Real Love’ 쇼케이스
(여자)아이들, 정규 1집 [I NEVER DIE]로 컴백
위클리, 신곡 ‘Ven para’ 내고 활동 시작
템페스트, 데뷔 앨범 ‘It‘s ME, It’s WE’ 발매
JYP 신인 걸그룹 엔믹스(NMIXX), ‘O.O’ 데뷔
비비지(VIVIZ), ‘BOP BOP!’ 정식 데뷔
그룹 루미너스(LUMINOUS), ‘All eyes down’ Live Stage
다음 동영상
자동재생동의유튜브 채널
VODA 인기 동영상
- 재생08:161야구플러스삼성, 최원태 이승현 불펜행 초강수…도박 운영 통할까?
- 재생06:562요즘남자라이프 신랑수업[선공개] 명훈소월 단둘이 공원 산책! 명훈의 계획대로 소월 마음 크기에 변화가 생길까?
- 재생16:133고알레창단 10년 차 K7 팀과 한국체육대학교 중앙동아리의 자존심이 걸린 단판 승부
- 재생01:124여기 ISSUE20대, 미국에서 인기 많아진 갤럭시 근황과 아이폰 교통카드 도입
- 재생01:115ITip2에어컨 계속 켜둬도 전기세 폭탄 안 맞을까?
- 재생07:486매거진동아진서연, 체지방 제대로 빼고 싶다면?
- 재생01:317골 때리는 그녀들박하얀, 절실함으로 동점 이뤄낸 솔로 슈퍼플레이
- 재생08:118요즘남자라이프 신랑수업[선공개] 뛰는 일우 위 나는 선영! 과연 두 사람은 개 아들 딸들이 친해져 합가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 재생01:129보이즈 2 플래닛[BOYS ll PLANET/10회 예고] '무릎까지 꿇었네요' 마지막까지 치열한 킬링파트 경쟁?!
- 재생04:4210개와 늑대의 시간살견 사건의 주범이 밝혀졌다! CCTV 영상 속 담긴 비극의 순간
- 재생01:171아이돌 편의점ZEROBASEONE(제로베이스원), ‘ICONIK’ 타이틀곡 소개
- 재생01:032시구왕세븐틴 도겸, 파이팅 넘치는 시구!
- 재생01:153나 혼자 산다두두 베드 만드는 리정 두두의 개스널 컬러 진단, MBC 250912 방송
- 재생01:264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예고] 극단적인 말을 하는 중2 아들, 혹시 청소년 우울증일까요?
- 재생00:305요즘남자라이프 신랑수업[예고] 김일우박선영 네 가족(?)이 떠나는 첫 번째 여행! 날씨만큼 뜨거워지는 분위기
- 재생09:256폭군의 셰프7화 하이라이트|맨 땅에 압력솥 구하기 고창석을 움직인 임윤아의 한 수
- 재생02:067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선공개] 가장 중요한게 빠져 있다!? 4호 등원할 때 정주리에게 빠져있는 것은?
- 재생03:108폭군의 셰프강렬한 첫 만남 대장장이 고창석, 압력솥을 얻으려는 임윤아의 도전! | tvN 250913 방송
- 재생01:439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장동윤, 누군가 장난쳐놓은 섬뜩한 시체와 마주하며 혼란!
- 재생19:3910아는 형님깔끔좌 서장훈 극손해 세계관|아는 형님|JTBC 250906 방송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