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위해… 50년간 쌓은 하늘계단 6000개

등록 2012.11.02.


‘반세기 동안 쌓은 6000개의 하늘 계단.’

지난달 30일 87세를 일기로 숨진 한 할머니의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가 중국인을 감동시키고 있다.

50여 년 전. 중국에서도 산골 동네인 충칭(重慶) 시 장진(江津) 구 중산구(中山古) 가오탄(高灘) 촌. 16세 청년 류궈장(劉國江) 씨와 그보다 10세 연상이며 아이가 넷 딸린 과부 쉬차오칭(徐朝淸) 씨는 사랑에 빠졌다.

마을사람들의 쑥덕거리는 소리와 따가운 시선을 피해 떠난 이들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세상과 담을 쌓았다. 부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정착한 곳은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산길로 4시간여를 걸어야 하는 해발 1500m의 심산유곡. 인적은 찾아볼 수 없고 산짐승만이 돌아다니는 곳이었다. 그들은 화전을 일구고 오리와 돼지 개를 키우고 양봉을 했다.

세상을 완전히 등진 것은 아니었다. 새끼 돼지나 농기구를 살 때, 아이들을 결혼시킬 때 한참을 걸어 동네로 나왔다. 될 수 있는 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은 피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2001년 한 탐험가가 원시삼림 속에서 이들을 발견했을 때 노부부는 “마오 주석(1976년 사망한 마오쩌둥·毛澤東)은 아직도 건강하시냐”고 물었다고 한다.

류 씨와 쉬 씨는 가족의 안전한 산행을 위해 위험한 곳에 돌계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2007년 류 씨가 병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반세기 넘게 그가 망치와 정으로 쪼아 만든 돌계단은 무려 6000여 개. 중국 언론은 여러 곳의 계단이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 설치돼 있다고 전했다. 계단 옆에는 작은 구멍을 따로 만들어 손으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고 전했다.

쉬 씨는 류 씨와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6세이던 류 씨의 이가 빠진 게 계기였다. 새색시가 이 빠진 자리를 만져주면 새 치아가 나온다는 산골 풍속에 따라 류 씨는 새댁이던 쉬 씨를 만난 것. 쉬 씨가 남자아이의 이빨 빠진 곳에 손가락을 넣는 순간 그는 놀라서 쉬 씨의 손가락을 깨물었다고 한다.

그 이후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쉬 씨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 4명을 낳았다. 남편이 병으로 숨지면서 20대 후반의 청상과부는 아이들과 홀로 남겨졌다. 어느 날 그녀는 막내아이를 등에 업고 물에 뛰어들었다. 류 씨가 나타나 이들을 구출하면서 부부의 인연이 맺어진다. 이후 4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 1명이 어렸을 때 숨졌다. 그래서 산에서 자란 아이는 모두 7명. 아이들이 모두 바깥으로 떠나고 류 씨가 숨진 뒤 쉬 씨는 바깥 동네에 사는 아들집으로 옮겨왔다.

2007년 알려진 이들의 사연은 중국 10대 사랑 이야기의 하나로도 불린다. ‘사랑의 하늘계단(愛情天梯)’이란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싱가포르의 국영방송이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이 영화는 지난해 KBS에서 방영됐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반세기 동안 쌓은 6000개의 하늘 계단.’

지난달 30일 87세를 일기로 숨진 한 할머니의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가 중국인을 감동시키고 있다.

50여 년 전. 중국에서도 산골 동네인 충칭(重慶) 시 장진(江津) 구 중산구(中山古) 가오탄(高灘) 촌. 16세 청년 류궈장(劉國江) 씨와 그보다 10세 연상이며 아이가 넷 딸린 과부 쉬차오칭(徐朝淸) 씨는 사랑에 빠졌다.

마을사람들의 쑥덕거리는 소리와 따가운 시선을 피해 떠난 이들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세상과 담을 쌓았다. 부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정착한 곳은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산길로 4시간여를 걸어야 하는 해발 1500m의 심산유곡. 인적은 찾아볼 수 없고 산짐승만이 돌아다니는 곳이었다. 그들은 화전을 일구고 오리와 돼지 개를 키우고 양봉을 했다.

세상을 완전히 등진 것은 아니었다. 새끼 돼지나 농기구를 살 때, 아이들을 결혼시킬 때 한참을 걸어 동네로 나왔다. 될 수 있는 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은 피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2001년 한 탐험가가 원시삼림 속에서 이들을 발견했을 때 노부부는 “마오 주석(1976년 사망한 마오쩌둥·毛澤東)은 아직도 건강하시냐”고 물었다고 한다.

류 씨와 쉬 씨는 가족의 안전한 산행을 위해 위험한 곳에 돌계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2007년 류 씨가 병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반세기 넘게 그가 망치와 정으로 쪼아 만든 돌계단은 무려 6000여 개. 중국 언론은 여러 곳의 계단이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 설치돼 있다고 전했다. 계단 옆에는 작은 구멍을 따로 만들어 손으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고 전했다.

쉬 씨는 류 씨와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6세이던 류 씨의 이가 빠진 게 계기였다. 새색시가 이 빠진 자리를 만져주면 새 치아가 나온다는 산골 풍속에 따라 류 씨는 새댁이던 쉬 씨를 만난 것. 쉬 씨가 남자아이의 이빨 빠진 곳에 손가락을 넣는 순간 그는 놀라서 쉬 씨의 손가락을 깨물었다고 한다.

그 이후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쉬 씨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 4명을 낳았다. 남편이 병으로 숨지면서 20대 후반의 청상과부는 아이들과 홀로 남겨졌다. 어느 날 그녀는 막내아이를 등에 업고 물에 뛰어들었다. 류 씨가 나타나 이들을 구출하면서 부부의 인연이 맺어진다. 이후 4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 1명이 어렸을 때 숨졌다. 그래서 산에서 자란 아이는 모두 7명. 아이들이 모두 바깥으로 떠나고 류 씨가 숨진 뒤 쉬 씨는 바깥 동네에 사는 아들집으로 옮겨왔다.

2007년 알려진 이들의 사연은 중국 10대 사랑 이야기의 하나로도 불린다. ‘사랑의 하늘계단(愛情天梯)’이란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싱가포르의 국영방송이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이 영화는 지난해 KBS에서 방영됐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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