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층 초고층 빌딩서 화재...영화 ‘타워’ 현실이 된다면...

등록 2013.01.04.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이브. 108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연출하기 위해 헬리콥터로 눈을 뿌리는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꿈같은 시간도 잠시. 난기류에 중심을 잃은 헬리콥터가 빌딩에 부딪쳐 폭발하면서 건물은 순식간에 거대한 불기둥으로 변한다. 엘리베이터 통로와 계단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는 불길은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철골 구조물은 열에 못 견뎌 엿가락처럼 휘어져 빌딩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따로 없다.

○ 연기와 불길을 막아주는 ‘댐퍼’

지난달 25일 개봉한 영화 ‘타워’는 초고층건물에서 벌어지는 대형 화재에 대한 이야기다. 최첨단 건축기술이 집약된 초고층건물은 현대 도시문명의 상징이지만 화재에는 매우 취약하다. 특히 스프링클러가 제때에 작동하지 않아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엘리베이터 통로와 계단, 유리벽은 거대한 불쏘시개가 돼 건물 전체를 화염에 휩싸이게 만든다.

초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한 장치가 ‘무지향성 댐퍼’다. 사람들이 계단으로 대피했을 때 연기나 불길이 피난계단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바람을 뿜어준다. 이 장치는 현재 고층건물의 비상구 등에서 사용 중이다. 그러나 기존 댐퍼는 비상문 쪽으로 바람을 균일하게 내보내지 못해 기압이 낮은 쪽을 통해서 불길이 들어올 수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지향성 댐퍼’를 개발했다. 기존과 달리 바람이 전 방향으로 퍼지기 때문에 불길이나 연기가 침투하기 힘들다.

불이 나면 보통 엘리베이터 사용이 금지된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통로에 댐퍼를 설치하면 통로를 타고 불길이 번지는 굴뚝 효과를 막을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정상적으로 가동시키고 대피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채승언 건기연 연구원은 “소방차 구조사다리가 도달할 수 있는 높이는 대략 30m(16층)로 이보다 높은 건물에 피난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건물 내에 있는 사람들은 수십 층을 걸어서 대피할 수밖에 없다”며 “댐퍼 같은 제연시스템을 설치하면 엘리베이터를 대피수단으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콘크리트 폭발을 막으려면

초고층건물에는 무게와 부피를 줄이기 위해 시멘트와 모래 등이 고밀도로 섞인 고강도 콘크리트를 쓴다. 그런데 화재가 나면 콘크리트가 뜨거워지면서 속에 포함된 수분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폭렬현상’이 생긴다. 이를 막기 위해 콘크리트 외벽에 뜨거운 열을 막는 ‘내화피복’을 입히는 작업을 별도로 해야 한다.

건기연과 한화건설은 콘크리트 타설과 내화피복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콘트리트 모양을 만드는 거푸집을 내화재료로 만들어 콘크리트가 굳은 후에 이 거푸집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내화피복으로 쓰는 것이다. 건기연은 지난해 2월 예비시험을 완료하고 지난달 인천 남동구 에코메트로 주상복합 건설현장에 적용했다.

○ 화장실이 대피처로 변신

불이 났을 때 소방차가 도착해 건물 내 인명을 구조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7분. 또 보통 불이 나면 유독가스 때문에 질식해서 변을 당하기 쉽다. 30분 이상 유독가스만 피할 수 있다면 구조될 가능성은 커진다.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화장실을 대피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연구가 한창이다. 화장실은 출입문을 제외하면 모든 벽면이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로 돼 있고, 수돗물이 공급되기 때문에 화염을 막을 수도 있다. 공기를 밖으로 빼내는 환풍기를 거꾸로 돌려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안으로 공급할 수 있게만 된다면 1∼3시간을 버틸 수 있다.

건기연은 화재에 취약한 화장실 문 표면에만 물을 뿌릴 수 있도록 한 ‘수분무’ 설치 기술을 개발했다. 화장실 문에 물을 뿌리면 물이 문틀과 문틈을 덮어 연기가 들어오는 것도 막을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불이 잘 붙지 않는 강화 플라스틱을 화장실 문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건기연이 최근 개발한 불연 강화 플라스틱 문은 무게가 25kg 이하로, 노약자나 어린이도 쉽게 여닫을 수 있고 750도 온도에서 최장 1시간까지 버틴다.

신현준 건기연 연구위원은 “초고층빌딩은 30층마다 1개 층을 피난안전구역으로 지정해 통째로 비워 놓도록 돼 있지만 경제적으로 그렇게 운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화장실은 생활공간과 가깝고 이미 있는 설비들을 쓸 수 있는 만큼 피난안전구역 일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이브. 108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연출하기 위해 헬리콥터로 눈을 뿌리는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꿈같은 시간도 잠시. 난기류에 중심을 잃은 헬리콥터가 빌딩에 부딪쳐 폭발하면서 건물은 순식간에 거대한 불기둥으로 변한다. 엘리베이터 통로와 계단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는 불길은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철골 구조물은 열에 못 견뎌 엿가락처럼 휘어져 빌딩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따로 없다.

○ 연기와 불길을 막아주는 ‘댐퍼’

지난달 25일 개봉한 영화 ‘타워’는 초고층건물에서 벌어지는 대형 화재에 대한 이야기다. 최첨단 건축기술이 집약된 초고층건물은 현대 도시문명의 상징이지만 화재에는 매우 취약하다. 특히 스프링클러가 제때에 작동하지 않아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엘리베이터 통로와 계단, 유리벽은 거대한 불쏘시개가 돼 건물 전체를 화염에 휩싸이게 만든다.

초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한 장치가 ‘무지향성 댐퍼’다. 사람들이 계단으로 대피했을 때 연기나 불길이 피난계단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바람을 뿜어준다. 이 장치는 현재 고층건물의 비상구 등에서 사용 중이다. 그러나 기존 댐퍼는 비상문 쪽으로 바람을 균일하게 내보내지 못해 기압이 낮은 쪽을 통해서 불길이 들어올 수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지향성 댐퍼’를 개발했다. 기존과 달리 바람이 전 방향으로 퍼지기 때문에 불길이나 연기가 침투하기 힘들다.

불이 나면 보통 엘리베이터 사용이 금지된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통로에 댐퍼를 설치하면 통로를 타고 불길이 번지는 굴뚝 효과를 막을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정상적으로 가동시키고 대피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채승언 건기연 연구원은 “소방차 구조사다리가 도달할 수 있는 높이는 대략 30m(16층)로 이보다 높은 건물에 피난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건물 내에 있는 사람들은 수십 층을 걸어서 대피할 수밖에 없다”며 “댐퍼 같은 제연시스템을 설치하면 엘리베이터를 대피수단으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콘크리트 폭발을 막으려면

초고층건물에는 무게와 부피를 줄이기 위해 시멘트와 모래 등이 고밀도로 섞인 고강도 콘크리트를 쓴다. 그런데 화재가 나면 콘크리트가 뜨거워지면서 속에 포함된 수분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폭렬현상’이 생긴다. 이를 막기 위해 콘크리트 외벽에 뜨거운 열을 막는 ‘내화피복’을 입히는 작업을 별도로 해야 한다.

건기연과 한화건설은 콘크리트 타설과 내화피복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콘트리트 모양을 만드는 거푸집을 내화재료로 만들어 콘크리트가 굳은 후에 이 거푸집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내화피복으로 쓰는 것이다. 건기연은 지난해 2월 예비시험을 완료하고 지난달 인천 남동구 에코메트로 주상복합 건설현장에 적용했다.

○ 화장실이 대피처로 변신

불이 났을 때 소방차가 도착해 건물 내 인명을 구조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7분. 또 보통 불이 나면 유독가스 때문에 질식해서 변을 당하기 쉽다. 30분 이상 유독가스만 피할 수 있다면 구조될 가능성은 커진다.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화장실을 대피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연구가 한창이다. 화장실은 출입문을 제외하면 모든 벽면이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로 돼 있고, 수돗물이 공급되기 때문에 화염을 막을 수도 있다. 공기를 밖으로 빼내는 환풍기를 거꾸로 돌려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안으로 공급할 수 있게만 된다면 1∼3시간을 버틸 수 있다.

건기연은 화재에 취약한 화장실 문 표면에만 물을 뿌릴 수 있도록 한 ‘수분무’ 설치 기술을 개발했다. 화장실 문에 물을 뿌리면 물이 문틀과 문틈을 덮어 연기가 들어오는 것도 막을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불이 잘 붙지 않는 강화 플라스틱을 화장실 문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건기연이 최근 개발한 불연 강화 플라스틱 문은 무게가 25kg 이하로, 노약자나 어린이도 쉽게 여닫을 수 있고 750도 온도에서 최장 1시간까지 버틴다.

신현준 건기연 연구위원은 “초고층빌딩은 30층마다 1개 층을 피난안전구역으로 지정해 통째로 비워 놓도록 돼 있지만 경제적으로 그렇게 운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화장실은 생활공간과 가깝고 이미 있는 설비들을 쓸 수 있는 만큼 피난안전구역 일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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