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의 선물’ 관객 4배?…‘지슬’ 심상찮다

등록 2013.03.15.


제주도 4·3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1일 제주에서 먼저 개봉한(전국 개봉 21일) 이 영화는 상영 2주 만인 13일 관객 1만 명을 돌파했다.

제작비 2억5000만 원인 저예산독립영화가 단시일에 1만 명을 넘어선 것은 이례적인 흥행 추이다. 제주에 상영관이 2개뿐(CGV제주, 서귀포롯데시네마)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성적이다. 1∼13일 CGV제주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은 8415명. 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7번방의 선물’(2270명)의 약 4배였다.

제주말로 ‘감자’를 뜻하는 이 영화는 1948년 11월 제주에 ‘해안선 5km 밖의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하고 무조건 사살하라’는 미군정의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비판의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완성도와 재미를 두루 갖췄다.

저예산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화려한 미장센(화면 속 등장인물이나 사물의 주도면밀한 배치를 통한 연출)을 통한 영상미가 압권이다. 곳곳에 배치된 유머러스한 대사와 상황도 눈길을 끈다. 주민들은 군인들을 피해 동굴 속에 숨어서도 “발정 난 돼지와 청년을 접붙여주겠다”며 농담을 던진다. 눈밭에서 군인이 한 여자를 놓아주는 장면, 기생화산의 산등성이를 오르던 청년들의 뒤로 낮이 밤이 되는 장면 등이 돋보인다. 제주 출신 오멸 감독(본명 오경헌)과 배우들이 선보이는 제주방언은 아련한 과거의 역사를 생생하게 현재화한다.

이런 점을 인정해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인 미국 선댄스영화제는 올해 초 ‘지슬’에 최고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안겼다. 영화제 측은 심사평을 통해 “깊이 있는 서사와 더불어 시적인 이미지까지 ‘지슬’은 우리 모두를 강렬하게 사로잡을 만큼 매혹적”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배우 로버트 레드퍼드가 주축이 돼 1985년 시작된 선댄스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최고상을 받은 것은 ‘지슬’이 처음이다.

영화가 돋보이는 다른 이유는 비극의 역사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를 통해 예술로 승화했다는 점이다. 영화에는 민간인 사살을 거부해 한겨울 밖에서 발가벗고 벌서는 군인들과 다친 군인을 보듬는 마을 주민들이 나온다. 종반부에는 마을 사람들과 군인들의 시신 옆에 불붙은 지방(紙榜)이 등장한다.

영화의 제작사인 자파리필름의 고혁진 프로듀서는 “이 영화는 당시의 좌우 대립보다 생활상을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희생된 제주도민과 가해자인 군인 모두에게 바치는 영상 진혼곡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영화가 전국에서 개봉하면 ‘워낭소리’에 이어 독립영화 열풍을 몰고 올지도 주목된다. 경북 봉화군의 노인과 늙은 소의 끈끈하고 애틋한 우정을 담은 ‘워낭소리’는 2009년 관객 300만 명 이상을 모았다.

영화인들이 먼저 나서 ‘지슬’ 흥행몰이에 나섰다. 배우 강수연은 21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인디스페이스의 한 회 티켓 전량을 구매해 영화 팬들에게 증정하기로 했다. 강수연은 “너무 재밌게 봤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이니만큼 많은 사람이 꼭 봐야 할 작품이다”라고 추천했다. ‘수렁에서 건진 내 딸’ 등을 연출한 이미례 감독도 “이 영화를 지인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며 티켓 100장을 샀다. 자파리필름은 “시민단체, 학교 등에서 단체 관람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 달 3일에는 4·3사건을 다룬 또 다른 영화 ‘비념’도 개봉한다. 임흥순 감독의 ‘비념’은 4·3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제주 애월읍의 강상희 할머니 등 유가족을 인터뷰하고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임 감독은 2년 4개월 동안 제주 전역을 돌며 인터뷰와 촬영을 진행해 영화를 만들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제주도 4·3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1일 제주에서 먼저 개봉한(전국 개봉 21일) 이 영화는 상영 2주 만인 13일 관객 1만 명을 돌파했다.

제작비 2억5000만 원인 저예산독립영화가 단시일에 1만 명을 넘어선 것은 이례적인 흥행 추이다. 제주에 상영관이 2개뿐(CGV제주, 서귀포롯데시네마)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성적이다. 1∼13일 CGV제주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은 8415명. 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7번방의 선물’(2270명)의 약 4배였다.

제주말로 ‘감자’를 뜻하는 이 영화는 1948년 11월 제주에 ‘해안선 5km 밖의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하고 무조건 사살하라’는 미군정의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비판의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완성도와 재미를 두루 갖췄다.

저예산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화려한 미장센(화면 속 등장인물이나 사물의 주도면밀한 배치를 통한 연출)을 통한 영상미가 압권이다. 곳곳에 배치된 유머러스한 대사와 상황도 눈길을 끈다. 주민들은 군인들을 피해 동굴 속에 숨어서도 “발정 난 돼지와 청년을 접붙여주겠다”며 농담을 던진다. 눈밭에서 군인이 한 여자를 놓아주는 장면, 기생화산의 산등성이를 오르던 청년들의 뒤로 낮이 밤이 되는 장면 등이 돋보인다. 제주 출신 오멸 감독(본명 오경헌)과 배우들이 선보이는 제주방언은 아련한 과거의 역사를 생생하게 현재화한다.

이런 점을 인정해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인 미국 선댄스영화제는 올해 초 ‘지슬’에 최고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안겼다. 영화제 측은 심사평을 통해 “깊이 있는 서사와 더불어 시적인 이미지까지 ‘지슬’은 우리 모두를 강렬하게 사로잡을 만큼 매혹적”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배우 로버트 레드퍼드가 주축이 돼 1985년 시작된 선댄스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최고상을 받은 것은 ‘지슬’이 처음이다.

영화가 돋보이는 다른 이유는 비극의 역사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를 통해 예술로 승화했다는 점이다. 영화에는 민간인 사살을 거부해 한겨울 밖에서 발가벗고 벌서는 군인들과 다친 군인을 보듬는 마을 주민들이 나온다. 종반부에는 마을 사람들과 군인들의 시신 옆에 불붙은 지방(紙榜)이 등장한다.

영화의 제작사인 자파리필름의 고혁진 프로듀서는 “이 영화는 당시의 좌우 대립보다 생활상을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희생된 제주도민과 가해자인 군인 모두에게 바치는 영상 진혼곡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영화가 전국에서 개봉하면 ‘워낭소리’에 이어 독립영화 열풍을 몰고 올지도 주목된다. 경북 봉화군의 노인과 늙은 소의 끈끈하고 애틋한 우정을 담은 ‘워낭소리’는 2009년 관객 300만 명 이상을 모았다.

영화인들이 먼저 나서 ‘지슬’ 흥행몰이에 나섰다. 배우 강수연은 21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인디스페이스의 한 회 티켓 전량을 구매해 영화 팬들에게 증정하기로 했다. 강수연은 “너무 재밌게 봤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이니만큼 많은 사람이 꼭 봐야 할 작품이다”라고 추천했다. ‘수렁에서 건진 내 딸’ 등을 연출한 이미례 감독도 “이 영화를 지인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며 티켓 100장을 샀다. 자파리필름은 “시민단체, 학교 등에서 단체 관람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 달 3일에는 4·3사건을 다룬 또 다른 영화 ‘비념’도 개봉한다. 임흥순 감독의 ‘비념’은 4·3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제주 애월읍의 강상희 할머니 등 유가족을 인터뷰하고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임 감독은 2년 4개월 동안 제주 전역을 돌며 인터뷰와 촬영을 진행해 영화를 만들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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