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어린이집 버스… 비극 막을 ‘세림이法’ 필요

등록 2013.03.29.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26일 세상을 떠난 김세림 양(3)의 희생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법규를 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학부모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일명 ‘세림이법’을 만들어 어린이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본보 28일자 A12면 ‘통학車 참변’ 들끓는 여론

지난달 26일 창원에서 7세 어린이가 태권도장 통학차량에 옷이 끼여 끌려가다 숨졌지만 정부와 각 기관은 구호만 요란한 대책을 내놓았을 뿐 사실상 손을 놓았고 그 사이 어린이들이 또 참변을 당하고 있다. 만약 창원 사고 직후 통학차 어린이보호법이 제정됐다면 어땠을까. 지입차 사용을 엄벌하는 규정이 생겼다면 세림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은 전용 통학차와 직접 고용한 운전사를 둬 좀 더 안전에 신경 썼을 것이다. 인솔교사가 의무를 위반했을 때 엄벌하는 조항이 만들어졌다면 세림이가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확인한 뒤에야 차에 탔을 것이다. 광각후사경(볼록거울)을 달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법이 생겼다면 운전사는 차 옆으로 아장아장 걸어온 세림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차를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달 26일 창원 사고 뒤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단 한번도 ‘어린이’나 ‘통학차 사고’를 언급하지 않았다. 관련 기관에 대책을 주문하지도 않았다. 국회는 인사청문회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바빠 어린이 통학차 사고엔 관심도 없었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발의한 관련법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데 정부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교통 안전 선진국 미국은 달랐다. 한 명의 어린이 사망 사고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법을 만들었다. 2007년 아버지가 후진하던 차에 깔려 숨진 두 살 아기 카메론 걸브렌슨 군이 계기였다. 의회는 숨진 아기의 이름을 따 ‘카메론 걸브렌슨 어린이교통법’을 제정했고 2008년 2월 28일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은 차에 후진 경고음 장치를 장착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 교통부(DOT)는 후속 조치로 모든 차에 후방카메라와 모니터를 단계적으로 장착하는 중이다.

일본은 2006년 8월 음주운전 차에 어린이 3명이 치여 숨지자 당시 고이즈미 총리가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도로교통법을 뜯어고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고 동승자도 처벌했다. 손님이 음주운전을 할 소지가 있다는 걸 알고도 술을 판매했으면 업주까지 처벌했다. 2005년 707명이던 일본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는 2007년 430명으로 줄었다.
▼ “통학차 운전 전문면허제 도입해야” ▼

동아일보 취재팀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한국교통연구원 등 교통안전 연구기관과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서울녹색어머니회 등 시민단체, 그리고 자녀를 둔 시민의 의견을 모아 강력한 ‘세림이법’을 구상했다.

‘세림이법’은 어린이를 태우는 모든 통학차를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52조는 ‘어린이의 통학 등에 이용되는 자동차를 운영하는 자가 제51조에 따른 보호를 받으려는 경우에는 미리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보호를 받으려면 신고를 하고 아니면 안 해도 된다는 식이다. 현재 전국 통학차는 약 13만6000대로 추산된다. 그중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미신고 통학차가 약 10만 대(74%)다. 이 차량이 신고를 하면 차량에 경광등을 달고 노랗게 칠해야 한다. 주변을 운행하는 차는 일단 정지한 뒤 서행해야 한다. 자연히 탑승한 어린이들은 보호를 받는다.

‘세림이법’은 통학차 안전 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청주와 창원에서 사고를 낸 통학차에는 광각후사경이 없었다. ‘세림이법’은 광각후사경은 물론이고 전후방 카메라와 운전석 모니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통학차가 정차하는 교육시설 입구에 폐쇄회로(CC)TV도 설치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야 사고가 났을 때 운전사나 인솔교사의 부주의가 있었는지 증거 자료로 쓸 수 있다.

통학차 전문 면허제 도입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내용이다. 일반 운전자와 달리 통학차 운전사는 어린이가 타고 내릴 때 안전하게 인솔해 줄 의무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취재팀이 두 차례 서울지역 통학차 63대를 추적했을 때 10대 중 6대꼴로 이를 지키지 않았다. 통학차 전문 면허를 만들어 필기와 실기 시험에 어린이 안전 부문을 추가하고, 분기마다 혹은 해마다 의무적으로 안전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학부모와 녹색어머니회 등 시민단체는 대부분 “하루빨리 세림이법이 만들어져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네 살짜리 딸을 둔 서모 씨(33)는 “우리 딸도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어제 오늘 신문을 보고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며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아이 안전만은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택·조건희·장선희 기자 nabi@donga.com

영상= 중앙선을 넘는 막무가네 운행으로 누리꾼의 질타를 받았던 어린이집 버스.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26일 세상을 떠난 김세림 양(3)의 희생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법규를 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학부모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일명 ‘세림이법’을 만들어 어린이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본보 28일자 A12면 ‘통학車 참변’ 들끓는 여론

지난달 26일 창원에서 7세 어린이가 태권도장 통학차량에 옷이 끼여 끌려가다 숨졌지만 정부와 각 기관은 구호만 요란한 대책을 내놓았을 뿐 사실상 손을 놓았고 그 사이 어린이들이 또 참변을 당하고 있다. 만약 창원 사고 직후 통학차 어린이보호법이 제정됐다면 어땠을까. 지입차 사용을 엄벌하는 규정이 생겼다면 세림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은 전용 통학차와 직접 고용한 운전사를 둬 좀 더 안전에 신경 썼을 것이다. 인솔교사가 의무를 위반했을 때 엄벌하는 조항이 만들어졌다면 세림이가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확인한 뒤에야 차에 탔을 것이다. 광각후사경(볼록거울)을 달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법이 생겼다면 운전사는 차 옆으로 아장아장 걸어온 세림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차를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달 26일 창원 사고 뒤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단 한번도 ‘어린이’나 ‘통학차 사고’를 언급하지 않았다. 관련 기관에 대책을 주문하지도 않았다. 국회는 인사청문회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바빠 어린이 통학차 사고엔 관심도 없었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발의한 관련법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데 정부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교통 안전 선진국 미국은 달랐다. 한 명의 어린이 사망 사고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법을 만들었다. 2007년 아버지가 후진하던 차에 깔려 숨진 두 살 아기 카메론 걸브렌슨 군이 계기였다. 의회는 숨진 아기의 이름을 따 ‘카메론 걸브렌슨 어린이교통법’을 제정했고 2008년 2월 28일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은 차에 후진 경고음 장치를 장착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 교통부(DOT)는 후속 조치로 모든 차에 후방카메라와 모니터를 단계적으로 장착하는 중이다.

일본은 2006년 8월 음주운전 차에 어린이 3명이 치여 숨지자 당시 고이즈미 총리가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도로교통법을 뜯어고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고 동승자도 처벌했다. 손님이 음주운전을 할 소지가 있다는 걸 알고도 술을 판매했으면 업주까지 처벌했다. 2005년 707명이던 일본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는 2007년 430명으로 줄었다.
▼ “통학차 운전 전문면허제 도입해야” ▼

동아일보 취재팀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한국교통연구원 등 교통안전 연구기관과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서울녹색어머니회 등 시민단체, 그리고 자녀를 둔 시민의 의견을 모아 강력한 ‘세림이법’을 구상했다.

‘세림이법’은 어린이를 태우는 모든 통학차를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52조는 ‘어린이의 통학 등에 이용되는 자동차를 운영하는 자가 제51조에 따른 보호를 받으려는 경우에는 미리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보호를 받으려면 신고를 하고 아니면 안 해도 된다는 식이다. 현재 전국 통학차는 약 13만6000대로 추산된다. 그중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미신고 통학차가 약 10만 대(74%)다. 이 차량이 신고를 하면 차량에 경광등을 달고 노랗게 칠해야 한다. 주변을 운행하는 차는 일단 정지한 뒤 서행해야 한다. 자연히 탑승한 어린이들은 보호를 받는다.

‘세림이법’은 통학차 안전 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청주와 창원에서 사고를 낸 통학차에는 광각후사경이 없었다. ‘세림이법’은 광각후사경은 물론이고 전후방 카메라와 운전석 모니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통학차가 정차하는 교육시설 입구에 폐쇄회로(CC)TV도 설치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야 사고가 났을 때 운전사나 인솔교사의 부주의가 있었는지 증거 자료로 쓸 수 있다.

통학차 전문 면허제 도입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내용이다. 일반 운전자와 달리 통학차 운전사는 어린이가 타고 내릴 때 안전하게 인솔해 줄 의무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취재팀이 두 차례 서울지역 통학차 63대를 추적했을 때 10대 중 6대꼴로 이를 지키지 않았다. 통학차 전문 면허를 만들어 필기와 실기 시험에 어린이 안전 부문을 추가하고, 분기마다 혹은 해마다 의무적으로 안전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학부모와 녹색어머니회 등 시민단체는 대부분 “하루빨리 세림이법이 만들어져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네 살짜리 딸을 둔 서모 씨(33)는 “우리 딸도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어제 오늘 신문을 보고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며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아이 안전만은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택·조건희·장선희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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