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건륭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누룽지탕]

등록 2013.05.27.


중국요리는 프랑스, 터키요리와 함께 흔히 세계 3대 요리로 꼽힌다. 하지만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중국음식이 으뜸이 아닐까 싶다. 많고 많은 중국 음식 중에서도 제일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은 과연 무엇일까.

정답은 누룽지탕이다. 맛이란 주관적인 느낌이다.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그렇지만 온갖 산해진미를 다 맛보았을 중국 황제가 누룽지탕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했다면 적어도 ‘객관적으로 검증된 주관적인 맛’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누룽지탕이 천하제일의 요리라고 말한 사람은 청나라 제6대 황제인 건륭제다. 전해지는 일화에 의하면 황제가 신분을 숨기고 장쑤 성 쑤저우 부근을 시찰하다 식사 때를 놓쳤다. 준비해 간 음식이 없었기 때문에 인근 농가를 찾아 가 먹을 것을 청했는데 마침 그 집에도 남은 밥이 없었다. 변복을 한 황제 일행이 불쌍해 보였는지 농가의 여주인이 솥에 있던 누룽지와 야채 국물을 뜨겁게 데워 황제에게 주었다.

뜨거운 누룽지에 더운 국물을 부으니 ‘타다닥’ 소리가 나면서 구수한 누룽지 냄새가 풍겼는데 그렇지 않아도 배가 몹시 고팠던 건륭제의 식욕을 자극했다. 누룽지탕을 맛있게 먹은 황제는 붓과 종이를 가져오라고 한 후 “땅에서 한바탕 천둥소리 울리니 천하제일의 요리가 나왔네(平地一聲雷 天下第一菜)”라고 써서 음식을 차려 준 답례로 건네주었다. 시장이 반찬이었던 덕분에 누룽지탕이 ‘천하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가 된 것이다.

사실 건륭제의 일화는 문헌에 나오는 것은 없기 때문에 그저 떠도는 이야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밥을 짓다가 실수로 생긴 부산물인 누룽지가 요리로 승화한 것이 청나라 초기, 바로 건륭제 무렵이다.

누룽지와 관련된 기록은 기원전 7세기 이전인 시경(詩經)에서부터 보인다. 그렇지만 옛날 기록은 누룽지를 주로 간식이나 밥 대신 먹는 음식으로 묘사했다. 그러다 건륭제 때의 학자이자 시인인 원매(袁枚)가 저술한 수원식단(隨園食單)에 처음으로 누룽지가 요리로 나온다. “종이처럼 얇게 만든 누룽지를 기름에 재어 구운 후 하얀 설탕가루를 뿌려서 먹으면 바삭바삭한 것이 맛이 있다. 금릉인(金陵人)이 제일 잘 만든다”고 적었다. 지금의 누룽지 튀김 종류인데 고문헌에 처음 기록된 누룽지 요리다. 여기에 설탕과 같은 단 것 대신 액체 소스를 뿌리면 누룽지탕이 되니 이때 원료가 만들어진 셈이다. 금릉인이 잘 만든다고 했는데 금릉(金陵)은 지금의 장쑤 성 난징의 옛 이름이니 누룽지 요리가 난징을 중심으로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누룽지탕은 우리나라 중식당에서도 비교적 고급요리에 속하지만 중국에서도 일품요리로 꼽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쓰촨음식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화이양(淮揚)요리인데 장쑤 성의 난징, 쑤저우를 중심으로 발달한 요리를 말한다. 화이양요리는 중국에서도 산둥요리, 쓰촨요리, 광둥요리와 함께 4대 요리 계보로 꼽힌다.누룽지탕은 이 중에서도 닭고기, 새우, 버섯의 맛에다 누룽지의 풍미, 그리고 씹는 식감과 뜨거운 누룽지에 소스를 끼얹을 때의 소리까지 합쳐서 눈, 코, 입은 물론이고 귀까지 만족시키는 요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간식거리에 불과했던 누룽지가 이렇게 명품 요리로 발전하기까지 꽤 깊은 역사와 스토리가 담긴 셈이다.[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중국요리는 프랑스, 터키요리와 함께 흔히 세계 3대 요리로 꼽힌다. 하지만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중국음식이 으뜸이 아닐까 싶다. 많고 많은 중국 음식 중에서도 제일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은 과연 무엇일까.

정답은 누룽지탕이다. 맛이란 주관적인 느낌이다.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그렇지만 온갖 산해진미를 다 맛보았을 중국 황제가 누룽지탕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했다면 적어도 ‘객관적으로 검증된 주관적인 맛’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누룽지탕이 천하제일의 요리라고 말한 사람은 청나라 제6대 황제인 건륭제다. 전해지는 일화에 의하면 황제가 신분을 숨기고 장쑤 성 쑤저우 부근을 시찰하다 식사 때를 놓쳤다. 준비해 간 음식이 없었기 때문에 인근 농가를 찾아 가 먹을 것을 청했는데 마침 그 집에도 남은 밥이 없었다. 변복을 한 황제 일행이 불쌍해 보였는지 농가의 여주인이 솥에 있던 누룽지와 야채 국물을 뜨겁게 데워 황제에게 주었다.

뜨거운 누룽지에 더운 국물을 부으니 ‘타다닥’ 소리가 나면서 구수한 누룽지 냄새가 풍겼는데 그렇지 않아도 배가 몹시 고팠던 건륭제의 식욕을 자극했다. 누룽지탕을 맛있게 먹은 황제는 붓과 종이를 가져오라고 한 후 “땅에서 한바탕 천둥소리 울리니 천하제일의 요리가 나왔네(平地一聲雷 天下第一菜)”라고 써서 음식을 차려 준 답례로 건네주었다. 시장이 반찬이었던 덕분에 누룽지탕이 ‘천하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가 된 것이다.

사실 건륭제의 일화는 문헌에 나오는 것은 없기 때문에 그저 떠도는 이야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밥을 짓다가 실수로 생긴 부산물인 누룽지가 요리로 승화한 것이 청나라 초기, 바로 건륭제 무렵이다.

누룽지와 관련된 기록은 기원전 7세기 이전인 시경(詩經)에서부터 보인다. 그렇지만 옛날 기록은 누룽지를 주로 간식이나 밥 대신 먹는 음식으로 묘사했다. 그러다 건륭제 때의 학자이자 시인인 원매(袁枚)가 저술한 수원식단(隨園食單)에 처음으로 누룽지가 요리로 나온다. “종이처럼 얇게 만든 누룽지를 기름에 재어 구운 후 하얀 설탕가루를 뿌려서 먹으면 바삭바삭한 것이 맛이 있다. 금릉인(金陵人)이 제일 잘 만든다”고 적었다. 지금의 누룽지 튀김 종류인데 고문헌에 처음 기록된 누룽지 요리다. 여기에 설탕과 같은 단 것 대신 액체 소스를 뿌리면 누룽지탕이 되니 이때 원료가 만들어진 셈이다. 금릉인이 잘 만든다고 했는데 금릉(金陵)은 지금의 장쑤 성 난징의 옛 이름이니 누룽지 요리가 난징을 중심으로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누룽지탕은 우리나라 중식당에서도 비교적 고급요리에 속하지만 중국에서도 일품요리로 꼽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쓰촨음식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화이양(淮揚)요리인데 장쑤 성의 난징, 쑤저우를 중심으로 발달한 요리를 말한다. 화이양요리는 중국에서도 산둥요리, 쓰촨요리, 광둥요리와 함께 4대 요리 계보로 꼽힌다.누룽지탕은 이 중에서도 닭고기, 새우, 버섯의 맛에다 누룽지의 풍미, 그리고 씹는 식감과 뜨거운 누룽지에 소스를 끼얹을 때의 소리까지 합쳐서 눈, 코, 입은 물론이고 귀까지 만족시키는 요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간식거리에 불과했던 누룽지가 이렇게 명품 요리로 발전하기까지 꽤 깊은 역사와 스토리가 담긴 셈이다.[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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