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이번주 절정… 18일까지 비소식 없어

등록 2013.08.12.
■ 폭염 이번주 절정… 18일까지 비소식도 없어

양모 씨(74·여·전남 구례군 토지면)가 발견된 것은 10일 오후 6시 55분경. 그는 매일같이 정성스럽게 일구던 자신의 고추밭에 쓰러진 채 숨져 있었다. 양 씨의 집은 고추밭에서 약 1km 떨어져 있다. 이틀 전인 8일 오전 7시경 고추를 따기 위해 밭으로 가던 모습이 주민들이 본 양 씨의 마지막이었다. 양 씨도 여느 시골 노인들처럼 자식들을 모두 도시로 보내고 혼자 생활했다.

양 씨는 폭염 속에서도 다 자란 고추가 더위에 물러지는 게 걱정이었다. 고추 한 개라도 더 수확하기 위해 이날 오전 일찍 밭으로 향했지만 무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마을 이장 김모 씨(64)는 “시골 노인들은 수확철에 접어든 채소가 폭염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질 것을 더 걱정한다. 젊었을 때부터 일한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 가마솥더위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더워 폭염 안내방송까지 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 ‘살인 폭염’에 노인들 희생

기록적인 폭염에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농촌에 사는 60대 이상 노인들이다. 무더위에도 농사일을 챙기다 화를 입은 경우다.

11일 오후 2시 10분경 전북 남원시 대산면 한 정자 근처 밭에서 노모 씨(80·여)가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 장모 씨(50)가 발견해 신고했다. 노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노 씨도 양 씨처럼 자식들을 도시에 보낸 뒤 혼자 살고 있었다. 주민들은 “이날 오전 10시쯤 노 씨가 ‘콩 잎이 너무 자라 잘라줘야 한다’며 밭으로 가는 것을 봤다”고 했다. 또 이날 오전 9시 40분경 전남 완도군 노화읍에서 백모 씨(78·여)가 밭에서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쉬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백 씨는 헬기로 전남 목포시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6월부터 8월 9일까지 전국에서 온열질환(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 증세를 보인 환자는 735명이며 이 중 5명이 사망했다. 또 10, 11일 이틀 동안에만 최대 5명 정도가 비슷한 증세로 숨지는 등 폭염 관련 사망자가 벌써 10명에 이른다. 이날까지 누적 환자 수도 800명이 넘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망자를 포함해 전체 온열질환자 중에서 60대 이상은 25%가 넘는다.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초비상이다. 광주시 전남도 등은 재난문자 발송, 가두방송, 재난도우미 투입 등 농어촌 홑몸노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세웠다. 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 사이에서는 ‘일 욕심 못 내시게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전화 드립시다’라는 글이 리트윗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주말 동안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정확한 집계조차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 전국이 폭염 속에 허덕

달리던 차량의 타이어가 갑자기 터지는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7일 오후 충북 제천시 신동 국도대체우회도로를 달리던 덤프트럭의 오른쪽 앞바퀴가 갑자기 터졌다. 덤프트럭은 도로 옆 30m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운전자 박모 씨(41)가 크게 다쳤다. 전문가들은 폭염으로 타이어 공기압이 정상보다 낮을 경우 고속주행 때 파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 울산 대구 등 대도시에서는 낮 시간대에 주요 간선도로와 버스중앙차로 등에 살수차까지 동원해 물을 뿌리며 도로를 식히고 있다.

가축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북지역의 경우 최근 한 달 동안 약 8만 마리의 닭이 폐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는 400곳 안팎의 농가에서 닭과 오리 돼지 등 가축 약 80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추산됐다.

11일 울산의 낮 기온은 36.9도를 기록했다. 벌써 8일째 35도 이상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주민들의 생활 방식까지 바꿔놓고 있다. 울산지역 대기업들의 휴가는 끝났지만 낮 시간대 도심 교통량은 오히려 평소의 3분의 1 수준이다. 주요 도로 평균 주행속도가 폭염 전 시속 30km에서 최근 40km로 오히려 빨라졌을 정도다. 또 저녁이나 밤 시간이 되면 울산교 등 태화강 다리밑에 텐트와 돗자리를 설치하고 밤을 지새우는 주민이 늘었다.

건립된 지 40년이 넘은 부산구치소에서는 5일부터 의료진 9명이 수용자 1900여 명의 건강상태를 매일 점검하고 있다. 구치소 측은 최근 수용자 2명이 지병 악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1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하자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정 내에서 수용자들이 최대한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단체인 교정협의회가 지원한 생수 2만 병을 얼려 지난달부터 수시로 지급하고 있다. 운동장에 냉수 샤워 시설을 설치하고 감방 내에서는 수용복 대신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생활하도록 했다.



○ 이번 주 폭염 절정

일부 지방의 무더위는 이미 사상 최악이었던 1994년 여름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울산의 8월 초순 평균최고기온은 35.5도로 평년(31.1도)보다 4도 이상 높았다. 이는 전국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 가장 높았던 것은 1983년 35.6도.

폭염은 이번 주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비 소식도 거의 없다. 12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3도까지 오르고 일요일인 18일까지 비슷한 기온 분포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대구·경북은 최고 37도까지 오르는 폭염이 이어지고 체감더위는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이번 주 중반까지는 기온이 높고 햇볕도 따가울 것으로 보이며 후반부에 구름이 많이 끼겠지만 가끔 소나기 외에 별다른 비 소식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례=이형주 기자·부산=조용휘기자·이성호기자 starsky@donga.com

■ 폭염 이번주 절정… 18일까지 비소식도 없어

양모 씨(74·여·전남 구례군 토지면)가 발견된 것은 10일 오후 6시 55분경. 그는 매일같이 정성스럽게 일구던 자신의 고추밭에 쓰러진 채 숨져 있었다. 양 씨의 집은 고추밭에서 약 1km 떨어져 있다. 이틀 전인 8일 오전 7시경 고추를 따기 위해 밭으로 가던 모습이 주민들이 본 양 씨의 마지막이었다. 양 씨도 여느 시골 노인들처럼 자식들을 모두 도시로 보내고 혼자 생활했다.

양 씨는 폭염 속에서도 다 자란 고추가 더위에 물러지는 게 걱정이었다. 고추 한 개라도 더 수확하기 위해 이날 오전 일찍 밭으로 향했지만 무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마을 이장 김모 씨(64)는 “시골 노인들은 수확철에 접어든 채소가 폭염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질 것을 더 걱정한다. 젊었을 때부터 일한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 가마솥더위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더워 폭염 안내방송까지 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 ‘살인 폭염’에 노인들 희생

기록적인 폭염에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농촌에 사는 60대 이상 노인들이다. 무더위에도 농사일을 챙기다 화를 입은 경우다.

11일 오후 2시 10분경 전북 남원시 대산면 한 정자 근처 밭에서 노모 씨(80·여)가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 장모 씨(50)가 발견해 신고했다. 노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노 씨도 양 씨처럼 자식들을 도시에 보낸 뒤 혼자 살고 있었다. 주민들은 “이날 오전 10시쯤 노 씨가 ‘콩 잎이 너무 자라 잘라줘야 한다’며 밭으로 가는 것을 봤다”고 했다. 또 이날 오전 9시 40분경 전남 완도군 노화읍에서 백모 씨(78·여)가 밭에서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쉬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백 씨는 헬기로 전남 목포시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6월부터 8월 9일까지 전국에서 온열질환(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 증세를 보인 환자는 735명이며 이 중 5명이 사망했다. 또 10, 11일 이틀 동안에만 최대 5명 정도가 비슷한 증세로 숨지는 등 폭염 관련 사망자가 벌써 10명에 이른다. 이날까지 누적 환자 수도 800명이 넘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망자를 포함해 전체 온열질환자 중에서 60대 이상은 25%가 넘는다.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초비상이다. 광주시 전남도 등은 재난문자 발송, 가두방송, 재난도우미 투입 등 농어촌 홑몸노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세웠다. 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 사이에서는 ‘일 욕심 못 내시게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전화 드립시다’라는 글이 리트윗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주말 동안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정확한 집계조차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 전국이 폭염 속에 허덕

달리던 차량의 타이어가 갑자기 터지는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7일 오후 충북 제천시 신동 국도대체우회도로를 달리던 덤프트럭의 오른쪽 앞바퀴가 갑자기 터졌다. 덤프트럭은 도로 옆 30m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운전자 박모 씨(41)가 크게 다쳤다. 전문가들은 폭염으로 타이어 공기압이 정상보다 낮을 경우 고속주행 때 파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 울산 대구 등 대도시에서는 낮 시간대에 주요 간선도로와 버스중앙차로 등에 살수차까지 동원해 물을 뿌리며 도로를 식히고 있다.

가축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북지역의 경우 최근 한 달 동안 약 8만 마리의 닭이 폐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는 400곳 안팎의 농가에서 닭과 오리 돼지 등 가축 약 80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추산됐다.

11일 울산의 낮 기온은 36.9도를 기록했다. 벌써 8일째 35도 이상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주민들의 생활 방식까지 바꿔놓고 있다. 울산지역 대기업들의 휴가는 끝났지만 낮 시간대 도심 교통량은 오히려 평소의 3분의 1 수준이다. 주요 도로 평균 주행속도가 폭염 전 시속 30km에서 최근 40km로 오히려 빨라졌을 정도다. 또 저녁이나 밤 시간이 되면 울산교 등 태화강 다리밑에 텐트와 돗자리를 설치하고 밤을 지새우는 주민이 늘었다.

건립된 지 40년이 넘은 부산구치소에서는 5일부터 의료진 9명이 수용자 1900여 명의 건강상태를 매일 점검하고 있다. 구치소 측은 최근 수용자 2명이 지병 악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1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하자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정 내에서 수용자들이 최대한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단체인 교정협의회가 지원한 생수 2만 병을 얼려 지난달부터 수시로 지급하고 있다. 운동장에 냉수 샤워 시설을 설치하고 감방 내에서는 수용복 대신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생활하도록 했다.



○ 이번 주 폭염 절정

일부 지방의 무더위는 이미 사상 최악이었던 1994년 여름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울산의 8월 초순 평균최고기온은 35.5도로 평년(31.1도)보다 4도 이상 높았다. 이는 전국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 가장 높았던 것은 1983년 35.6도.

폭염은 이번 주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비 소식도 거의 없다. 12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3도까지 오르고 일요일인 18일까지 비슷한 기온 분포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대구·경북은 최고 37도까지 오르는 폭염이 이어지고 체감더위는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이번 주 중반까지는 기온이 높고 햇볕도 따가울 것으로 보이며 후반부에 구름이 많이 끼겠지만 가끔 소나기 외에 별다른 비 소식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례=이형주 기자·부산=조용휘기자·이성호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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