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독립투표 1년 앞두고 대규모 행진

등록 2013.09.23.
독립투표 1년 앞두고 대규모 행진… 유럽 분리주의 운동 바람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쟁취할 일생일대의 기회입니다. 내년 9월 18일 투표에서 ‘예스’라고 말합시다!” (앨릭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21일 영국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주도(州都)인 에든버러에서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거리행진이 벌어졌다. 내년 9월 18일로 예정된 스코틀랜드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1년 앞두고 벌인 시위였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운동단체인 ‘예스 스코틀랜드’는 이날 거리행진에 2만 명가량이 참석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8300명으로 추산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스코틀랜드의 전통 의상인 킬트를 입고 전통 악기인 백파이프를 불며 “스코틀랜드의 재산을 스코틀랜드인에게로!” “웨스트민스터(영국) 정부는 이제 그만!” 등 구호를 외쳤다.

최근 유럽 각국이 분리독립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돈으로 가난한 지역 부양 그만”

11일에는 스페인에서 2014년 분리독립 투표를 주장하는 카탈루냐 주민 40만 명이 ‘인간사슬’ 시위를 벌였다. 2014년은 공교롭게도 스코틀랜드의 독립항쟁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하트’의 실제 주인공 윌리엄 월리스의 죽음에 자극받아 벌인 전투에서 잉글랜드에 대승을 거뒀던 배넉번 전투 700주년이 되는 해다. 또 카탈루냐가 1714년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에게 항복한 지 300주년이 되는 해다.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지방의 정당인 ‘신(新)플랑드르 연대’는 2014년 5월 총선에서 승리하면 완전 분리독립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이런 유럽의 분리독립 바람을 부채질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벨기에 플랑드르, 이탈리아 북부 지방은 자신들이 번 돈으로 가난한 지방을 부양하는 현실을 타개하려고 ‘분리독립’을 외치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영국(잉글랜드)보다 경제력에서는 뒤지는 상태. 하지만 200억 배럴(약 3조1780억 L) 상당의 북해유전을 독자 개발한다면 지금보다 더 부유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유한 벨기에 플랑드르-伊북부도 가세

실제로 이들이 분리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영국 정부는 특히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은행권 붕괴로 위기에 처한 아이슬란드나 키프로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도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와 뱅크오브스코틀랜드 등 주요은행이 영국 시스템에서 분리하는 건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영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대가로 두 은행의 지분을 각각 80%, 40% 보유했기 때문이다. 또한 독립 시 북해유전의 소유권과 스코틀랜드를 모항으로 하는 트라이던트 핵 잠수함 부대의 처리문제를 두고 영국 정부와 커다란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軍운용 등 분리독립 ‘산 넘어 산’

스페인 카탈루냐 주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1%에 이르는 420억 유로로 스페인 전체 주 가운데 가장 많다. 지역 최대 언론인 엘파이스는 “카탈루냐 주가 독립한다면 당장 지불정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벨기에도 네덜란드어를 쓰는 북부 플랑드르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남부 왈롱지역 간의 격차가 심각해 ‘국가해체’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GDP의 87%에 이르는 공공부채를 해결할 방안이 없어 ‘분리’보다는 ‘공존’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분리주의 열풍에 대해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 국내 책임은 피하고, 유럽연합(EU) 회원국의 혜택을 누리려는 ‘이기주의자의 시간’이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독립투표 1년 앞두고 대규모 행진… 유럽 분리주의 운동 바람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쟁취할 일생일대의 기회입니다. 내년 9월 18일 투표에서 ‘예스’라고 말합시다!” (앨릭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21일 영국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주도(州都)인 에든버러에서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거리행진이 벌어졌다. 내년 9월 18일로 예정된 스코틀랜드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1년 앞두고 벌인 시위였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운동단체인 ‘예스 스코틀랜드’는 이날 거리행진에 2만 명가량이 참석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8300명으로 추산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스코틀랜드의 전통 의상인 킬트를 입고 전통 악기인 백파이프를 불며 “스코틀랜드의 재산을 스코틀랜드인에게로!” “웨스트민스터(영국) 정부는 이제 그만!” 등 구호를 외쳤다.

최근 유럽 각국이 분리독립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돈으로 가난한 지역 부양 그만”

11일에는 스페인에서 2014년 분리독립 투표를 주장하는 카탈루냐 주민 40만 명이 ‘인간사슬’ 시위를 벌였다. 2014년은 공교롭게도 스코틀랜드의 독립항쟁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하트’의 실제 주인공 윌리엄 월리스의 죽음에 자극받아 벌인 전투에서 잉글랜드에 대승을 거뒀던 배넉번 전투 700주년이 되는 해다. 또 카탈루냐가 1714년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에게 항복한 지 300주년이 되는 해다.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지방의 정당인 ‘신(新)플랑드르 연대’는 2014년 5월 총선에서 승리하면 완전 분리독립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이런 유럽의 분리독립 바람을 부채질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벨기에 플랑드르, 이탈리아 북부 지방은 자신들이 번 돈으로 가난한 지방을 부양하는 현실을 타개하려고 ‘분리독립’을 외치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영국(잉글랜드)보다 경제력에서는 뒤지는 상태. 하지만 200억 배럴(약 3조1780억 L) 상당의 북해유전을 독자 개발한다면 지금보다 더 부유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유한 벨기에 플랑드르-伊북부도 가세

실제로 이들이 분리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영국 정부는 특히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은행권 붕괴로 위기에 처한 아이슬란드나 키프로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도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와 뱅크오브스코틀랜드 등 주요은행이 영국 시스템에서 분리하는 건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영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대가로 두 은행의 지분을 각각 80%, 40% 보유했기 때문이다. 또한 독립 시 북해유전의 소유권과 스코틀랜드를 모항으로 하는 트라이던트 핵 잠수함 부대의 처리문제를 두고 영국 정부와 커다란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軍운용 등 분리독립 ‘산 넘어 산’

스페인 카탈루냐 주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1%에 이르는 420억 유로로 스페인 전체 주 가운데 가장 많다. 지역 최대 언론인 엘파이스는 “카탈루냐 주가 독립한다면 당장 지불정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벨기에도 네덜란드어를 쓰는 북부 플랑드르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남부 왈롱지역 간의 격차가 심각해 ‘국가해체’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GDP의 87%에 이르는 공공부채를 해결할 방안이 없어 ‘분리’보다는 ‘공존’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분리주의 열풍에 대해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 국내 책임은 피하고, 유럽연합(EU) 회원국의 혜택을 누리려는 ‘이기주의자의 시간’이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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