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EEZ 불법조업 현장 …中어선 나포하자 주변 40여척이 공격

등록 2013.10.01.
■ 전쟁터 방불 서해EEZ 현장

9월 27일 오전 7시 50분경 전남 신안군 가거도 서남쪽 74km 해상.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무궁화2호(1000t)가 조업을 하고 있던 중국 어선 150여 척을 발견했다. 가거도 서남쪽 해역에는 9월 중순부터 조기 어장이 형성돼 있다.

무궁화2호 진모 선장(54)은 망원경으로 중국 어선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선실 쪽에 붙은 어업허가 표지판이 엉성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중국 어선 일부가 불법 조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한 무궁화2호 직원 7명이 고속단정을 타고 출동했다.

잠시 후 고속단정이 거센 파도를 헤치고 중국 어선이 떼 지어 있는 해상에 도착했다. 중국 어선 관계자들은 2m 높이의 철판을 선체 좌우에 성벽처럼 세운 채 단속반원들의 승선을 가로막았다. 철판 위에는 20∼30cm 높이의 날카로운 쇠꼬챙이가 꽂혀 있었다.

일부 중국 어선들은 고속단정을 향해 돌진하기도 했다. 자칫하면 고속단정이 뒤집힐 뻔한 상황도 있었다. 고속단정 단속반원들은 2시간 가까이 불법 조업 중국 어선에 승선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일단 철수했다.

이날 오후 2시 반, 무궁화2호는 고속단정을 다시 출동시켜 2차 승선을 시도했다. 단속반원들이 어렵게 요장어 85097호(80t급)에 올라 조사한 결과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을 허가받은 어선이었지만 허가받은 그물(간격 5cm)보다 촘촘한 그물(4cm)을 불법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궁화2호는 요장어 85097호에 밧줄을 묶어 가가도 항구로 나포하기로 했다.

그때 주변에 있던 중국 어선 수십 척이 떼를 지어 달려들었다. 일부 중국 어선은 선체가 작은 고속단정을 들이받으려 했다. 단속반원 A 씨는 “중국 어선 40여 척이 벌 떼처럼 밀고 들어와 공포스러웠다. 이들 가운데 선체 꼬리 부분에 크고 붉은 깃발을 단 어선이 공격을 지휘하는 대장선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무궁화2호는 해경과 해군에 SOS를 요청했지만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했다. 해경 경비함 등이 교대 근무 때문에 주변 해상에 없었기 때문. 결국 무궁화2호는 충돌 위험이 높아지자 나포하던 요장어 85097호의 밧줄을 풀어 줄 수밖에 없었다.

무궁화2호가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을 접한 무궁화5호(500t)와 31호(500t)는 28일 0시경 충남 해역에서 가가도 해역으로 급파됐다. 이들은 28일 낮 12시부터 가거도 서남쪽 75km 해상에 운집해 있던 중국 어선 합동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 어선 17척은 거대한 띠를 만들며 저항했다. 무궁화호 3척은 중국 어선 17척을 한국 측 EEZ 밖 잠정수역으로 밀어 내는 협공 작전을 펼쳤다.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저항이 격렬해지자 무궁화31호는 물대포를 쏘며 압박했다. 결국 28일 오후 3시 중국 어선 17척을 최초 단속 지점에서 37km 떨어진 잠정(공동)수역으로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 130여 척은 단속 과정에서 흩어졌다. 불법 조업 단속 31시간 만이었다.

불법 조업 중국 어선들은 과거에는 밤에 몰래 한국 EEZ로 넘어온 뒤 싹쓸이 조업을 했지만 올해부터는 낮에도 불법 조업을 하는 등 과감해지고 있다. 오히려 단속을 하는 한국 어업지도선을 집단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지배 목포유자망협회장(56)은 “한중 어선이 함께 조업할 수 있는 공동수역에서는 중국 어민들이 한국 어선의 그물을 훼손하는 등 횡포를 부려 최근 조업을 중단했다”며 “일부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이 한국 측 EEZ를 자기들 바다처럼 여기고 횡포를 부리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전쟁터 방불 서해EEZ 현장

9월 27일 오전 7시 50분경 전남 신안군 가거도 서남쪽 74km 해상.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무궁화2호(1000t)가 조업을 하고 있던 중국 어선 150여 척을 발견했다. 가거도 서남쪽 해역에는 9월 중순부터 조기 어장이 형성돼 있다.

무궁화2호 진모 선장(54)은 망원경으로 중국 어선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선실 쪽에 붙은 어업허가 표지판이 엉성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중국 어선 일부가 불법 조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한 무궁화2호 직원 7명이 고속단정을 타고 출동했다.

잠시 후 고속단정이 거센 파도를 헤치고 중국 어선이 떼 지어 있는 해상에 도착했다. 중국 어선 관계자들은 2m 높이의 철판을 선체 좌우에 성벽처럼 세운 채 단속반원들의 승선을 가로막았다. 철판 위에는 20∼30cm 높이의 날카로운 쇠꼬챙이가 꽂혀 있었다.

일부 중국 어선들은 고속단정을 향해 돌진하기도 했다. 자칫하면 고속단정이 뒤집힐 뻔한 상황도 있었다. 고속단정 단속반원들은 2시간 가까이 불법 조업 중국 어선에 승선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일단 철수했다.

이날 오후 2시 반, 무궁화2호는 고속단정을 다시 출동시켜 2차 승선을 시도했다. 단속반원들이 어렵게 요장어 85097호(80t급)에 올라 조사한 결과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을 허가받은 어선이었지만 허가받은 그물(간격 5cm)보다 촘촘한 그물(4cm)을 불법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궁화2호는 요장어 85097호에 밧줄을 묶어 가가도 항구로 나포하기로 했다.

그때 주변에 있던 중국 어선 수십 척이 떼를 지어 달려들었다. 일부 중국 어선은 선체가 작은 고속단정을 들이받으려 했다. 단속반원 A 씨는 “중국 어선 40여 척이 벌 떼처럼 밀고 들어와 공포스러웠다. 이들 가운데 선체 꼬리 부분에 크고 붉은 깃발을 단 어선이 공격을 지휘하는 대장선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무궁화2호는 해경과 해군에 SOS를 요청했지만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했다. 해경 경비함 등이 교대 근무 때문에 주변 해상에 없었기 때문. 결국 무궁화2호는 충돌 위험이 높아지자 나포하던 요장어 85097호의 밧줄을 풀어 줄 수밖에 없었다.

무궁화2호가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을 접한 무궁화5호(500t)와 31호(500t)는 28일 0시경 충남 해역에서 가가도 해역으로 급파됐다. 이들은 28일 낮 12시부터 가거도 서남쪽 75km 해상에 운집해 있던 중국 어선 합동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 어선 17척은 거대한 띠를 만들며 저항했다. 무궁화호 3척은 중국 어선 17척을 한국 측 EEZ 밖 잠정수역으로 밀어 내는 협공 작전을 펼쳤다.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저항이 격렬해지자 무궁화31호는 물대포를 쏘며 압박했다. 결국 28일 오후 3시 중국 어선 17척을 최초 단속 지점에서 37km 떨어진 잠정(공동)수역으로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 130여 척은 단속 과정에서 흩어졌다. 불법 조업 단속 31시간 만이었다.

불법 조업 중국 어선들은 과거에는 밤에 몰래 한국 EEZ로 넘어온 뒤 싹쓸이 조업을 했지만 올해부터는 낮에도 불법 조업을 하는 등 과감해지고 있다. 오히려 단속을 하는 한국 어업지도선을 집단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지배 목포유자망협회장(56)은 “한중 어선이 함께 조업할 수 있는 공동수역에서는 중국 어민들이 한국 어선의 그물을 훼손하는 등 횡포를 부려 최근 조업을 중단했다”며 “일부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이 한국 측 EEZ를 자기들 바다처럼 여기고 횡포를 부리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더보기
공유하기 닫기

VODA 인기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