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나라… 천년 성당 되살린 ‘동방의 빛’
등록 2013.11.13.5년간의 암 투병 끝에 9월 세상을 뜬 소설가 최인호. 그가 마주했던 내면의 고독은 얼마나 깊었을까. 부인 황정숙 씨는 최근 유품을 정리하다가 남편의 책상에서 하얗게 말라붙은 눈물자국을 발견했다. 고인이 기도하며 눈물을 흘렸던 책상에는 원고지에 쓴 미발표 글들이 있었다.
“김인중 신부님은 항상 2015년 둘이서 같이 공동작업을 하자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참 좋다. 고맙다. 김 신부님의 편지를 다시 읽어보면 단어 하나마다 영성이 깃들어 있음을 느낀다. 2015년이면 앞으로 2년 후. 아아. 김 신부님과 함께 공동작업을 할 수 있다면…. 2013년 1월 4일 오후 7시 50분.”
최 작가 특유의 악필이 그대로 살아 있는 이 메모는 읽어내기가 무척 힘들다. 그러나 그는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2년 뒤 김 신부와 공동으로 창작집을 내겠다는 강렬한 의욕을 내비친다. 그가 그토록 평생 존경하고 사랑했던 김인중 신부(73). 그는 누구일까.
프랑스 도미니크수도회 소속 사제인 김 신부는 프랑스에서는 ‘빛의 화가’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현대적 추상화와 동양화를 접목한 독특한 화법으로 1000년이 넘은 프랑스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 새로운 빛을 불어넣고 있다. 공영방송 ‘프랑스 2TV’는 올해 크리스마스에 김 신부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할 예정이다.
5월 김 신부는 벨기에 국민 통합의 구심점으로 추앙받는 다넬스 추기경과 함께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 한글과 프랑스어로 된 시화집(詩畵集) ‘80’(프랑스 Cerf와 한국 여백미디어 공동 출간)을 발표했다. 최 작가와 김 신부가 2년 뒤 함께 내기로 한 책도 이런 것이었다. 최 작가는 죽기 직전 한국을 찾아온 김 신부 앞에 무릎을 꿇고 인생을 참회하는 고백성사를 하기도 했다.
“오늘 성당에 설치할 스테인드글라스를 갓 구워 냈습니다. 햇빛에 비춰 보면서 늘 투명한 빛과 함께하실 최 선생님을 생각했습니다. 베드로 성인처럼 눈물을 많이 쏟으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최 선생님의 눈물은 아마 지상에서 누렸던 짧고 허무한 속세의 빛에 대한 통회의 눈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2015년 시화집을 함께 내기로 한 저와의 약속. 쉽지는 않겠지만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라면 이뤄질 수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김인중 신부, ‘최인호 추도사’ 중에서)
오르냐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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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의 암 투병 끝에 9월 세상을 뜬 소설가 최인호. 그가 마주했던 내면의 고독은 얼마나 깊었을까. 부인 황정숙 씨는 최근 유품을 정리하다가 남편의 책상에서 하얗게 말라붙은 눈물자국을 발견했다. 고인이 기도하며 눈물을 흘렸던 책상에는 원고지에 쓴 미발표 글들이 있었다.
“김인중 신부님은 항상 2015년 둘이서 같이 공동작업을 하자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참 좋다. 고맙다. 김 신부님의 편지를 다시 읽어보면 단어 하나마다 영성이 깃들어 있음을 느낀다. 2015년이면 앞으로 2년 후. 아아. 김 신부님과 함께 공동작업을 할 수 있다면…. 2013년 1월 4일 오후 7시 50분.”
최 작가 특유의 악필이 그대로 살아 있는 이 메모는 읽어내기가 무척 힘들다. 그러나 그는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2년 뒤 김 신부와 공동으로 창작집을 내겠다는 강렬한 의욕을 내비친다. 그가 그토록 평생 존경하고 사랑했던 김인중 신부(73). 그는 누구일까.
프랑스 도미니크수도회 소속 사제인 김 신부는 프랑스에서는 ‘빛의 화가’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현대적 추상화와 동양화를 접목한 독특한 화법으로 1000년이 넘은 프랑스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 새로운 빛을 불어넣고 있다. 공영방송 ‘프랑스 2TV’는 올해 크리스마스에 김 신부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할 예정이다.
5월 김 신부는 벨기에 국민 통합의 구심점으로 추앙받는 다넬스 추기경과 함께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 한글과 프랑스어로 된 시화집(詩畵集) ‘80’(프랑스 Cerf와 한국 여백미디어 공동 출간)을 발표했다. 최 작가와 김 신부가 2년 뒤 함께 내기로 한 책도 이런 것이었다. 최 작가는 죽기 직전 한국을 찾아온 김 신부 앞에 무릎을 꿇고 인생을 참회하는 고백성사를 하기도 했다.
“오늘 성당에 설치할 스테인드글라스를 갓 구워 냈습니다. 햇빛에 비춰 보면서 늘 투명한 빛과 함께하실 최 선생님을 생각했습니다. 베드로 성인처럼 눈물을 많이 쏟으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최 선생님의 눈물은 아마 지상에서 누렸던 짧고 허무한 속세의 빛에 대한 통회의 눈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2015년 시화집을 함께 내기로 한 저와의 약속. 쉽지는 않겠지만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라면 이뤄질 수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김인중 신부, ‘최인호 추도사’ 중에서)
오르냐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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