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경기장 찾아 리프니츠카야 열혈응원
등록 2014.02.11.겨울올림픽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주인공으로 꼽힌 선수는 단연 김연아(24·사진)였다. 각종 해외 언론뿐 아니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통해 ‘피겨 여왕’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런데 세계 피겨계가 새로운 스타 탄생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10일 소치 올림픽 피겨 단체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이 끝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날 141.51점을 받으며 러시아의 우승을 이끈 ‘신성’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가 대회 초반 화제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0일 “리프니츠카야가 이번 올림픽에서 최고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1976년 몬트리올 여름올림픽의 나디아 코마네치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시 열다섯 살의 나이에 루마니아 체조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 코마네치는 올림픽 사상 최초로 10점 만점을 받으며 대회 3관왕에 올랐다. 리프니츠카야를 역대 올림픽 사상 최고의 ‘신데렐라’로 평가받는 코마네치와 동급으로 평가한 것이다.
외국 주요 베팅업체의 우승 전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리프니츠카야가 단체전 연기를 펼치기 전 대부분의 베팅업체는 김연아를 압도적인 1위에 올려놓고 그 뒤에 아사다 마오(일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리프니츠카야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런데 10일 현재 윌리엄 힐에 따르면 단체전 경기 전 우승 배당률이 0.83으로 단연 1위였던 김연아는 1.38로 2위로 내려갔다. 1위 자리에는 리프니츠카야(0.83)가 올랐다.
10일 경기가 열린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지켜본 리프니츠카야는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하고 있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은 72.90점을 합하면 리프니츠카야의 합계 점수는 214.41점이다.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세운 세계기록(228.56점)에는 못 미치지만 2013∼201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최 대회 최고점이다. 자신이 1일 유럽피겨선수권에서 세운 209.72점을 가볍게 넘어섰다.
리프니츠카야는 16세 소녀답지 않게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끝낸 후 한 관중이 러시아란 글자가 새겨진 모자를 빙판 위에 던져주자 이 모자를 집어 머리에 쓰고는 키스앤드크라이 존으로 들어섰다. 이런 쇼맨십에 러시아 관중은 더욱 열광했다. 경기 후에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했다.
경기 외적인 부분도 리프니츠카야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가장 주목할 것은 홈 어드밴티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경기장을 직접 찾아 리프니츠카야를 응원했다. 러시아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푸틴 대통령은 경기 후 빙판 주변으로 내려와 리프니츠카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했다. 세계 최정상급의 스핀 실력에 난도 높은 점프 기술을 많이 구사하긴 했지만 214.41점이라는 기대 이상의 고득점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이런 영향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훈련 환경 역시 좋은 편이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한정된 시설 때문에 실전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하지만 리프니츠카야는 평소에도 이 경기장에서 훈련했을 뿐 아니라 단체전에까지 출전하면서 경기장의 빙질을 완벽하게 파악했다. 그는 또 20일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열리기 전까지는 모스크바로 돌아가 전용 훈련장에서 훈련을 할 계획이다.
현역 선수 은퇴 무대인 소치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 김연아로서는 실수 없는 클린 연기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두 선수가 모두 클린 연기를 펼친다면 점프의 수준이나 예술성이 높은 김연아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여러 가지 외적 요인으로 리프니츠카야가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는 이날 경기 후 “김연아의 연기는 영상으로만 봤다. 직접 김연아를 보고 싶다. 내게 중요한 것은 클린 연기다. 이후는 심판들의 몫이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한 피겨 국제 심판은 “이번 올림픽에서는 이상하게 리프니츠카야에게 롱 에지(잘못된 날 사용) 지적이 없다. 리프니츠카야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잘 타기는 하지만 연기력은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 홈 텃세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김연아와 함께 뛰는 여자 싱글에서는 눈에 띄는 편파 판정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소치=이헌재 uni@donga.com
김동욱 기자
푸틴, 리프니츠카야 열혈응원… 홈 이점 러 샛별, 金후보 급부상
겨울올림픽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주인공으로 꼽힌 선수는 단연 김연아(24·사진)였다. 각종 해외 언론뿐 아니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통해 ‘피겨 여왕’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런데 세계 피겨계가 새로운 스타 탄생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10일 소치 올림픽 피겨 단체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이 끝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날 141.51점을 받으며 러시아의 우승을 이끈 ‘신성’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가 대회 초반 화제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0일 “리프니츠카야가 이번 올림픽에서 최고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1976년 몬트리올 여름올림픽의 나디아 코마네치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시 열다섯 살의 나이에 루마니아 체조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 코마네치는 올림픽 사상 최초로 10점 만점을 받으며 대회 3관왕에 올랐다. 리프니츠카야를 역대 올림픽 사상 최고의 ‘신데렐라’로 평가받는 코마네치와 동급으로 평가한 것이다.
외국 주요 베팅업체의 우승 전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리프니츠카야가 단체전 연기를 펼치기 전 대부분의 베팅업체는 김연아를 압도적인 1위에 올려놓고 그 뒤에 아사다 마오(일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리프니츠카야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런데 10일 현재 윌리엄 힐에 따르면 단체전 경기 전 우승 배당률이 0.83으로 단연 1위였던 김연아는 1.38로 2위로 내려갔다. 1위 자리에는 리프니츠카야(0.83)가 올랐다.
10일 경기가 열린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지켜본 리프니츠카야는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하고 있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은 72.90점을 합하면 리프니츠카야의 합계 점수는 214.41점이다.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세운 세계기록(228.56점)에는 못 미치지만 2013∼201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최 대회 최고점이다. 자신이 1일 유럽피겨선수권에서 세운 209.72점을 가볍게 넘어섰다.
리프니츠카야는 16세 소녀답지 않게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끝낸 후 한 관중이 러시아란 글자가 새겨진 모자를 빙판 위에 던져주자 이 모자를 집어 머리에 쓰고는 키스앤드크라이 존으로 들어섰다. 이런 쇼맨십에 러시아 관중은 더욱 열광했다. 경기 후에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했다.
경기 외적인 부분도 리프니츠카야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가장 주목할 것은 홈 어드밴티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경기장을 직접 찾아 리프니츠카야를 응원했다. 러시아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푸틴 대통령은 경기 후 빙판 주변으로 내려와 리프니츠카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했다. 세계 최정상급의 스핀 실력에 난도 높은 점프 기술을 많이 구사하긴 했지만 214.41점이라는 기대 이상의 고득점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이런 영향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훈련 환경 역시 좋은 편이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한정된 시설 때문에 실전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하지만 리프니츠카야는 평소에도 이 경기장에서 훈련했을 뿐 아니라 단체전에까지 출전하면서 경기장의 빙질을 완벽하게 파악했다. 그는 또 20일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열리기 전까지는 모스크바로 돌아가 전용 훈련장에서 훈련을 할 계획이다.
현역 선수 은퇴 무대인 소치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 김연아로서는 실수 없는 클린 연기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두 선수가 모두 클린 연기를 펼친다면 점프의 수준이나 예술성이 높은 김연아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여러 가지 외적 요인으로 리프니츠카야가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는 이날 경기 후 “김연아의 연기는 영상으로만 봤다. 직접 김연아를 보고 싶다. 내게 중요한 것은 클린 연기다. 이후는 심판들의 몫이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한 피겨 국제 심판은 “이번 올림픽에서는 이상하게 리프니츠카야에게 롱 에지(잘못된 날 사용) 지적이 없다. 리프니츠카야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잘 타기는 하지만 연기력은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 홈 텃세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김연아와 함께 뛰는 여자 싱글에서는 눈에 띄는 편파 판정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소치=이헌재 uni@donga.com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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