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강남 한복판 인질극… 세 경관 3색 설득이 희생 막아
등록 2014.03.03.박미옥 계장 “고통 이해”… 인질 풀려나
이대우 팀장 담배 건네며 자수 유도… 정신질환 50代 3시간 범행 막내려
1. ‘압구정 제과점 인질극’ 범인 김모 씨(오른쪽)가 1일 오후 자신의 목에 칼을 댄 채 “나를 한방에 죽여 달라”고 소리치고 있다. 2. 김은지 강남서 경장(오른쪽)이 김 씨를 진정시키기 위해 차분히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3. 이대우 강남서 형사1팀장(오른쪽)과 박미옥 강남서 강력계장(왼쪽)이 갑자기 자신의 목을 포크로 찌르려는 김 씨를 제압하고 있다. 채널A 제공·뉴시스
김모 씨(57)는 1일 오후 9시 23분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근 제과점에 들어와 119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이마에는 피가 흘렀다. 그는 구급대가 도착해 응급처치를 하려 하자 갑자기 주방으로 뛰어 들어가 길이 43cm짜리 칼 두 자루를 양손에 쥐고 나오더니 매장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 A 씨(48·여) 바로 옆에 앉아 인질극을 벌였다.
김 씨는 경찰이 도착하자 왼손에 든 칼을 자기 목에 대고 오른손의 칼로 테이블을 툭툭 치며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미행해 죽이려 한다” “위협을 느껴 불안하다” “나를 한 방에 죽여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찰 10여 명이 제과점 안에 들어섰지만 섣불리 움직였다간 A 씨가 다칠 우려가 컸다.
‘범죄사냥꾼’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해 유명해진 이대우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1팀장(48)은 현장 사진을 찍어 서울지방경찰청 인질협상팀에 보내고 전화로 조언을 청했다. 인질범과의 친밀감 형성이 중요하다는 조언에 이 팀장은 제과점 안에 있던 경찰 일부를 내보내고 여경인 김은지 경장(32)을 불러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프로파일러를 꿈꾸는 김 경장은 김 씨에게 “이마에 피는 왜 나는 건가요”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으며 대화를 유도했다. 곧이어 여성 최초의 강력계장인 박미옥 강남서 강력계장(46)이 합류해 김 씨를 안정시켰다.
처음엔 “너희들도 나를 죽이려 한다”며 경계하던 김 씨는 세 경찰관의 끈질긴 설득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박 계장이 “당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아무 죄 없는 이 분(A 씨)도 당신처럼 고통을 느껴야겠느냐”고 설득하자 김 씨는 2일 오전 0시 13분 A 씨를 풀어줬다. 이후 김 씨가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하자 이 팀장은 “같이 담배 피우면서 이야기하자”며 4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김 씨는 곧 양손에 쥐고 있던 칼 두 자루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자수 의사를 밝혔다. 2일 0시 24분 제 발로 나오는 듯 했던 김 씨는 갑자기 테이블에 있던 포크를 집어 들고 자신의 목을 찌르려다 이 팀장에게 제압당해 끌려나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 씨에 대해 2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감금)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김 씨가 “4년 전부터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왔고 지난해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미뤄 정신질환을 앓는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운영하던 의류업체가 망해 찜질방을 전전하며 살아온 김 씨는 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지만 지난달 식당 일마저 그만두게 됐다. 김 씨는 1일 오후 9시 15분 제과점 인근 찜질방에서 나와 건물 외벽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받은 뒤 제과점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조동주 djc@donga.com ·권오혁 기자
김은지 경장 가족관계 물으며 대화
박미옥 계장 “고통 이해”… 인질 풀려나
이대우 팀장 담배 건네며 자수 유도… 정신질환 50代 3시간 범행 막내려
1. ‘압구정 제과점 인질극’ 범인 김모 씨(오른쪽)가 1일 오후 자신의 목에 칼을 댄 채 “나를 한방에 죽여 달라”고 소리치고 있다. 2. 김은지 강남서 경장(오른쪽)이 김 씨를 진정시키기 위해 차분히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3. 이대우 강남서 형사1팀장(오른쪽)과 박미옥 강남서 강력계장(왼쪽)이 갑자기 자신의 목을 포크로 찌르려는 김 씨를 제압하고 있다. 채널A 제공·뉴시스
김모 씨(57)는 1일 오후 9시 23분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근 제과점에 들어와 119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이마에는 피가 흘렀다. 그는 구급대가 도착해 응급처치를 하려 하자 갑자기 주방으로 뛰어 들어가 길이 43cm짜리 칼 두 자루를 양손에 쥐고 나오더니 매장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 A 씨(48·여) 바로 옆에 앉아 인질극을 벌였다.
김 씨는 경찰이 도착하자 왼손에 든 칼을 자기 목에 대고 오른손의 칼로 테이블을 툭툭 치며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미행해 죽이려 한다” “위협을 느껴 불안하다” “나를 한 방에 죽여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찰 10여 명이 제과점 안에 들어섰지만 섣불리 움직였다간 A 씨가 다칠 우려가 컸다.
‘범죄사냥꾼’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해 유명해진 이대우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1팀장(48)은 현장 사진을 찍어 서울지방경찰청 인질협상팀에 보내고 전화로 조언을 청했다. 인질범과의 친밀감 형성이 중요하다는 조언에 이 팀장은 제과점 안에 있던 경찰 일부를 내보내고 여경인 김은지 경장(32)을 불러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프로파일러를 꿈꾸는 김 경장은 김 씨에게 “이마에 피는 왜 나는 건가요”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으며 대화를 유도했다. 곧이어 여성 최초의 강력계장인 박미옥 강남서 강력계장(46)이 합류해 김 씨를 안정시켰다.
처음엔 “너희들도 나를 죽이려 한다”며 경계하던 김 씨는 세 경찰관의 끈질긴 설득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박 계장이 “당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아무 죄 없는 이 분(A 씨)도 당신처럼 고통을 느껴야겠느냐”고 설득하자 김 씨는 2일 오전 0시 13분 A 씨를 풀어줬다. 이후 김 씨가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하자 이 팀장은 “같이 담배 피우면서 이야기하자”며 4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김 씨는 곧 양손에 쥐고 있던 칼 두 자루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자수 의사를 밝혔다. 2일 0시 24분 제 발로 나오는 듯 했던 김 씨는 갑자기 테이블에 있던 포크를 집어 들고 자신의 목을 찌르려다 이 팀장에게 제압당해 끌려나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 씨에 대해 2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감금)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김 씨가 “4년 전부터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왔고 지난해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미뤄 정신질환을 앓는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운영하던 의류업체가 망해 찜질방을 전전하며 살아온 김 씨는 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지만 지난달 식당 일마저 그만두게 됐다. 김 씨는 1일 오후 9시 15분 제과점 인근 찜질방에서 나와 건물 외벽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받은 뒤 제과점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조동주 djc@donga.com ·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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