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슬픔에 잠긴 합동분향소…“푸른 너희들이 왜 여기에”

등록 2014.04.24.
[세월호 침몰/슬픔에 잠긴 합동분향소]

“잎사귀보다 푸른 너희들이 왜 여기에…. 창밖에 우거진 신록을 보는 것조차 사치 같구나. 어른들이 미안하다.”(60대 조문객 정인자 씨·여)

사진 속 아이들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젖살도 빠지지 않은 듯 앳된 열일곱 살. 고등학교에 갓 입학해 찍은 학생증 사진은 영정 사진이 되어 빈소에 걸렸다. 너무 일찍 저세상으로 떠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이 대형 스크린에 비춰지자 이를 보는 학생과 조문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오열했다.

23일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위해 처음으로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단원고 재학생과 안산시민, 강원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조문객들은 먼저 떠난 이들의 명복을 기원하며 흐느꼈다. 분향소 근처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들까지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곳에 들러 고인들을 추모했다.

○ “기적을 바랐지만…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이날 오전 9시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늦은 밤까지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강원 속초시에 사는 원모 씨(44)는 “슬프고 어린 영혼들을 달래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그는 “깊은 바닷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잃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어 여기까지 왔다. 기적을 바랐지만 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슬프다”며 울먹였다.

분향소를 찾은 이들은 모두가 자신이 당한 일인 것처럼 아파했다. 한 시민은 “내 새끼들인데, 다 내 새끼들인데…”라며 가슴을 쳤다. 한 여성은 영정 사진을 어루만지며 “바다에서 얼마나 추웠을까”라며 눈물을 흘렸다. “어린 생명을 이렇게 앗아간 나쁜 놈들! 아이들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통곡하는 이도 있었다.

선후배이자 친구를 떠나보낸 단원고 학생들의 아픔은 더 컸다. 김모 군(18)은 “사고가 난 지 8일째인데 시간이 멈춰선 것 같다. 하루하루를 멍하게 보내곤 한다”고 말했다. 이모 양(18)은 “동아리 후배가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다. 기적을 바랐지만 시간이 갈수록 참담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근 고교에 다닌다는 한모 양(17)은 “한 달 전에도 함께 수다 떨며 놀았던 친구를 영정 사진으로 만나야 한다니 믿을 수 없다”며 오열했다.

○ “하늘에서라도 행복하길∼”

고인에 대한 예를 마친 조문객들은 분향소 입구에서 ‘전하지 못한 말’을 포스트잇에 적어 게시판 벽면에 붙였다. 단원고 희생자인 박모 양(17)의 어머니는 “잠은 잘 잤니? 늘 그랬듯 밝고 힘차게 지내야 해 ―mom”이라고 적었다. 게시판에는 “다음 생엔 이런 아픔 없는 곳에서 태어나야 해” “미안하다. 오늘을 기억할 테니 편히 쉬어라” 등 가슴 절절한 메시지가 담겼다.

빈소 앞에서 눈물을 흘렸던 이들은 이별 메시지를 적으며 또다시 울었다. 게시판의 사연을 읽는 이들도, 현장을 촬영하던 외신기자도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들의 편지 추모 행렬도 이어졌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활동하는 이근호 선교사는 도농중 학생들이 색종이에 쓴 편지 수십 장을 가져와 분향소 벽면에 붙였다. 이 선교사는 “나 역시 10여 년 전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을 사고로 잃은 아픔이 있다. 다른 지역 학생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적은 편지를 가져와 유족들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합동분향소에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배우 차인표 신애라 씨 부부 등이 찾았다. 이날 분향소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이 방명록을 쓰는 모습을 보좌관이 촬영하자 이를 본 단원고 일부 학부모가 “여기 국회의원이 사진 찍으러 온 것이냐”고 항의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편 경기도합동대책본부는 분향소를 찾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추모메시지 전화(010-9145-8879)를 개설했다. 23일 하루 동안 총 3만 건 가까운 메시지가 왔다.

안산=김수연 sykim@donga.com·홍정수 기자

[세월호 침몰/슬픔에 잠긴 합동분향소]

“잎사귀보다 푸른 너희들이 왜 여기에…. 창밖에 우거진 신록을 보는 것조차 사치 같구나. 어른들이 미안하다.”(60대 조문객 정인자 씨·여)

사진 속 아이들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젖살도 빠지지 않은 듯 앳된 열일곱 살. 고등학교에 갓 입학해 찍은 학생증 사진은 영정 사진이 되어 빈소에 걸렸다. 너무 일찍 저세상으로 떠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이 대형 스크린에 비춰지자 이를 보는 학생과 조문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오열했다.

23일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위해 처음으로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단원고 재학생과 안산시민, 강원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조문객들은 먼저 떠난 이들의 명복을 기원하며 흐느꼈다. 분향소 근처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들까지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곳에 들러 고인들을 추모했다.

○ “기적을 바랐지만…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이날 오전 9시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늦은 밤까지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강원 속초시에 사는 원모 씨(44)는 “슬프고 어린 영혼들을 달래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그는 “깊은 바닷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잃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어 여기까지 왔다. 기적을 바랐지만 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슬프다”며 울먹였다.

분향소를 찾은 이들은 모두가 자신이 당한 일인 것처럼 아파했다. 한 시민은 “내 새끼들인데, 다 내 새끼들인데…”라며 가슴을 쳤다. 한 여성은 영정 사진을 어루만지며 “바다에서 얼마나 추웠을까”라며 눈물을 흘렸다. “어린 생명을 이렇게 앗아간 나쁜 놈들! 아이들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통곡하는 이도 있었다.

선후배이자 친구를 떠나보낸 단원고 학생들의 아픔은 더 컸다. 김모 군(18)은 “사고가 난 지 8일째인데 시간이 멈춰선 것 같다. 하루하루를 멍하게 보내곤 한다”고 말했다. 이모 양(18)은 “동아리 후배가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다. 기적을 바랐지만 시간이 갈수록 참담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근 고교에 다닌다는 한모 양(17)은 “한 달 전에도 함께 수다 떨며 놀았던 친구를 영정 사진으로 만나야 한다니 믿을 수 없다”며 오열했다.

○ “하늘에서라도 행복하길∼”

고인에 대한 예를 마친 조문객들은 분향소 입구에서 ‘전하지 못한 말’을 포스트잇에 적어 게시판 벽면에 붙였다. 단원고 희생자인 박모 양(17)의 어머니는 “잠은 잘 잤니? 늘 그랬듯 밝고 힘차게 지내야 해 ―mom”이라고 적었다. 게시판에는 “다음 생엔 이런 아픔 없는 곳에서 태어나야 해” “미안하다. 오늘을 기억할 테니 편히 쉬어라” 등 가슴 절절한 메시지가 담겼다.

빈소 앞에서 눈물을 흘렸던 이들은 이별 메시지를 적으며 또다시 울었다. 게시판의 사연을 읽는 이들도, 현장을 촬영하던 외신기자도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들의 편지 추모 행렬도 이어졌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활동하는 이근호 선교사는 도농중 학생들이 색종이에 쓴 편지 수십 장을 가져와 분향소 벽면에 붙였다. 이 선교사는 “나 역시 10여 년 전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을 사고로 잃은 아픔이 있다. 다른 지역 학생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적은 편지를 가져와 유족들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합동분향소에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배우 차인표 신애라 씨 부부 등이 찾았다. 이날 분향소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이 방명록을 쓰는 모습을 보좌관이 촬영하자 이를 본 단원고 일부 학부모가 “여기 국회의원이 사진 찍으러 온 것이냐”고 항의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편 경기도합동대책본부는 분향소를 찾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추모메시지 전화(010-9145-8879)를 개설했다. 23일 하루 동안 총 3만 건 가까운 메시지가 왔다.

안산=김수연 sykim@donga.com·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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