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뜨거운 지구촌…양극화에 低賃노동자들 폭발

등록 2014.06.27.
“우리의 승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2일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시의회. 시간당 최저임금을 미국에서 가장 높은 15달러(약 1만5000원)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킨 크샤마 사완트 시의원은 법안 통과 이후 이렇게 말했다. 현행 미 연방 기준인 7.25달러의 두 배가 넘는 인상안을 통과시켰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모든 주(州)에서 지켜야 하는 연방의 최저임금을 10.10달러로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사회에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최저임금 인상 요구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빈부 격차가 더욱 심해지자 저임금 근로자들이 인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16일 미국 뉴욕의 맥도널드 점포 앞에서는 ‘15 Now(이제는 15달러)’ 피켓을 든 맥도널드 직원들이 “뉴욕에서 시간당 8달러 임금으로 살기는 아주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저임금 직업인 이른바 ‘맥잡’ 근로자들은 이날 미국 150여 개 도시를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 중국 등 30개 국가에서 일제히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최저임금제가 없는 독일마저 2015년 1월부터 점진적으로 시간당 8.5유로(약 1만1700원)를 도입해 2017년 전국에서 시행하기로 했다. 유럽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시동이 걸린 셈이다. 이 같은 요구는 중국과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서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제 성장으로 물가는 크게 올랐지만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하자 근로자들의 시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양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바닥까지 추락했던 경기가 서서히 회복하면서 임금인상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담당 부문장은 “최악의 금융위기로 임금이 동결돼 전 세계의 저임금 근로자들이 더이상 견딜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회복과정에서 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과 특정 계층에만 쏠리고 있다는 불만도 최근 흐름과 무관치 않다. 금융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이 더욱 심해지자 2011년 뉴욕에서는 자기 이익만 챙기는 금융권에 분노한 군중들이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항의성 시위를 벌였다.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은 그 같은 시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장은 “최근 전 세계의 노조가 업종과 규모, 산업별로 쪼개지면서 교섭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특히 작은 기업일수록 임금인상이 억제된 만큼 불만 분출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을 상대로 ‘프레임 전쟁’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미 국민의 70% 이상이 찬성하는 최저임금 인상안을 놓고 이를 반대하는 공화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요구는 경제학자들로부터 이론적 뒷받침을 받기도 한다. ‘임금인상이 곧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임금 주도 성장론도 나왔다. 부자들은 이미 충분히 소비하고 있어 돈을 추가로 더 벌어도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는다. 반면 돈 쓸 곳이 많은 서민층이나 노동자는 소득이 늘어나면 곧바로 지출을 늘린다. 이렇게 소비가 늘면 기업은 상품 공급을 늘리면서 경제가 좋아지고 신규 투자도 늘어난다는 것이 이 성장론의 핵심이다.

이 성장론은 임금을 올리면 실업이 증가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결국 경기가 침체한다는 고전경제학 이론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최근의 임금 인상 요구가 단순한 불만 표출이나 선거용 이슈를 넘어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우리의 승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2일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시의회. 시간당 최저임금을 미국에서 가장 높은 15달러(약 1만5000원)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킨 크샤마 사완트 시의원은 법안 통과 이후 이렇게 말했다. 현행 미 연방 기준인 7.25달러의 두 배가 넘는 인상안을 통과시켰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모든 주(州)에서 지켜야 하는 연방의 최저임금을 10.10달러로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사회에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최저임금 인상 요구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빈부 격차가 더욱 심해지자 저임금 근로자들이 인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16일 미국 뉴욕의 맥도널드 점포 앞에서는 ‘15 Now(이제는 15달러)’ 피켓을 든 맥도널드 직원들이 “뉴욕에서 시간당 8달러 임금으로 살기는 아주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저임금 직업인 이른바 ‘맥잡’ 근로자들은 이날 미국 150여 개 도시를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 중국 등 30개 국가에서 일제히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최저임금제가 없는 독일마저 2015년 1월부터 점진적으로 시간당 8.5유로(약 1만1700원)를 도입해 2017년 전국에서 시행하기로 했다. 유럽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시동이 걸린 셈이다. 이 같은 요구는 중국과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서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제 성장으로 물가는 크게 올랐지만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하자 근로자들의 시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양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바닥까지 추락했던 경기가 서서히 회복하면서 임금인상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담당 부문장은 “최악의 금융위기로 임금이 동결돼 전 세계의 저임금 근로자들이 더이상 견딜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회복과정에서 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과 특정 계층에만 쏠리고 있다는 불만도 최근 흐름과 무관치 않다. 금융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이 더욱 심해지자 2011년 뉴욕에서는 자기 이익만 챙기는 금융권에 분노한 군중들이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항의성 시위를 벌였다.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은 그 같은 시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장은 “최근 전 세계의 노조가 업종과 규모, 산업별로 쪼개지면서 교섭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특히 작은 기업일수록 임금인상이 억제된 만큼 불만 분출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을 상대로 ‘프레임 전쟁’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미 국민의 70% 이상이 찬성하는 최저임금 인상안을 놓고 이를 반대하는 공화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요구는 경제학자들로부터 이론적 뒷받침을 받기도 한다. ‘임금인상이 곧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임금 주도 성장론도 나왔다. 부자들은 이미 충분히 소비하고 있어 돈을 추가로 더 벌어도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는다. 반면 돈 쓸 곳이 많은 서민층이나 노동자는 소득이 늘어나면 곧바로 지출을 늘린다. 이렇게 소비가 늘면 기업은 상품 공급을 늘리면서 경제가 좋아지고 신규 투자도 늘어난다는 것이 이 성장론의 핵심이다.

이 성장론은 임금을 올리면 실업이 증가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결국 경기가 침체한다는 고전경제학 이론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최근의 임금 인상 요구가 단순한 불만 표출이나 선거용 이슈를 넘어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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