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역할 못하는 국회, 전시성 제헌절 행사에 유족들 울분

등록 2014.07.18.
급한 세월호특별법 처리 안하고 ‘정문개방’ 이벤트에 유족들 울분

민생법안-특권포기 약속도 어겨… “다 바뀌는데 뻔뻔 역주행” 지적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1층에서는 본관 전면 안내실 개소 행사가 열렸다. 1975년 국회의사당 건립 이후 줄곧 국회의원 전용 출입구로 이용됐던 문을 일반인에게도 개방하는 뜻 깊은 일이라고 국회 측은 설명했다.

이어 국회 본관에서 제66주년 제헌절 기념행사가 열렸다. 귀빈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국회사무처 직원들 사이로 울분에 찬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껍데기 보여주기는 이제 그만하라!” “웃지 말고 아이들, 유가족 얼굴 좀 보고 가라. 제헌절이 뭐 하는 날인가!” 나흘째 단식농성을 벌이며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한 맺힌 절규였다.

정작 해야 할 일은 등한시하면서 전시성 행사에 매달리는 이중적인 국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제헌절은 입법부인 국회로서는 생일 같은 날이다. 하지만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기도 한 이날 여야는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다 끝내 세월호특별법 처리에 합의하지 못했다. 여야는 21일부터 30일간 7월 임시국회를 열고 세월호특별법 처리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혁신’이 국정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다. 구태(舊態)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가를 만들자는 공감대 속에 ‘해피아’ ‘철피아’ 등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민관 합동 범국민위원회 설치도 추진 중이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5월 30일 취임 직후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다시는 이런 참극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필요한 법을 제정 및 개정하고, 국민의 마음을 모으며 혁신을 주도해야 할 국회만 유독 변화의 무풍지대(無風地帶)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국회는 5, 6월 임시국회 기간에 단 한 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불임(不姙) 국회’라는 오명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국회 혁신의 가늠자로 여겨졌던 ‘기초선거 정당 공천’ 문제도 결국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졌고, 겸직 금지를 핵심으로 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도 흐지부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가 혁신의 골격이 될 정부조직법과 ‘김영란법’ ‘유병언법’에 대한 논의도 지연되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정치인들이 아직도 ‘국민을 대변하지 않아도 자신의 기득권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급한 세월호특별법 처리 안하고 ‘정문개방’ 이벤트에 유족들 울분

민생법안-특권포기 약속도 어겨… “다 바뀌는데 뻔뻔 역주행” 지적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1층에서는 본관 전면 안내실 개소 행사가 열렸다. 1975년 국회의사당 건립 이후 줄곧 국회의원 전용 출입구로 이용됐던 문을 일반인에게도 개방하는 뜻 깊은 일이라고 국회 측은 설명했다.

이어 국회 본관에서 제66주년 제헌절 기념행사가 열렸다. 귀빈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국회사무처 직원들 사이로 울분에 찬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껍데기 보여주기는 이제 그만하라!” “웃지 말고 아이들, 유가족 얼굴 좀 보고 가라. 제헌절이 뭐 하는 날인가!” 나흘째 단식농성을 벌이며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한 맺힌 절규였다.

정작 해야 할 일은 등한시하면서 전시성 행사에 매달리는 이중적인 국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제헌절은 입법부인 국회로서는 생일 같은 날이다. 하지만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기도 한 이날 여야는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다 끝내 세월호특별법 처리에 합의하지 못했다. 여야는 21일부터 30일간 7월 임시국회를 열고 세월호특별법 처리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혁신’이 국정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다. 구태(舊態)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가를 만들자는 공감대 속에 ‘해피아’ ‘철피아’ 등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민관 합동 범국민위원회 설치도 추진 중이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5월 30일 취임 직후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다시는 이런 참극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필요한 법을 제정 및 개정하고, 국민의 마음을 모으며 혁신을 주도해야 할 국회만 유독 변화의 무풍지대(無風地帶)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국회는 5, 6월 임시국회 기간에 단 한 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불임(不姙) 국회’라는 오명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국회 혁신의 가늠자로 여겨졌던 ‘기초선거 정당 공천’ 문제도 결국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졌고, 겸직 금지를 핵심으로 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도 흐지부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가 혁신의 골격이 될 정부조직법과 ‘김영란법’ ‘유병언법’에 대한 논의도 지연되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정치인들이 아직도 ‘국민을 대변하지 않아도 자신의 기득권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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