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승려다” 랩 반야심경 - 파격 댄스에 객석 후끈

등록 2014.07.18.
조계종 제1회 學人염불시연대회



‘염불의 레전드 청암사 승가대학’ ‘승가교육의 혁신도량 동학사’ ‘염불은 내 운명’ ‘운문사 파이팅’….

17일 오후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대웅전 앞에는 알록달록한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등장했다. 대웅전 앞에 설치된 특설무대에 누군가 올라가면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빠빠빠 ○○ 파이팅” 하는 단체 응원구호가 터져 나왔다. 마치 TV의 오디션 프로그램 녹화장을 연상시켰다.



○ 랩과 댄스에 사로잡힌 한여름 조계사

이날 조계사에서는 제1회 학인(學人)염불시연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화두를 참구하는 간화선(看話禪)을 기본 수행법으로 하는 조계종에서 염불대회는 초유의 일이다. 학인은 정식 구족계(具足戒)를 받지 않은 사미, 사미니들로 승가대에 재학 중인 예비 스님들을 가리킨다. 이 대회에는 해인사 수덕사 불국사 통도사 봉녕사 동학사 운문사 청암사 등 전국 승가대에서 개인 부문 108명, 단체 12개팀 등 4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대회는 경북 김천 청암사 승가대의 ‘신반야심경’이 시연되면서 후끈 달아올랐다. 가사를 입은 혜강 스님은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선 가수처럼 두 손을 하늘 위로 마주치며 객석을 향해 “여러분, 시작입니다. 편안하게 박수 치시고 따라하세요”라며 박수를 유도했다. 마침내 그의 입에서 “아제아제바라아제…마하반야바라밀다…”라는 반야심경 구절이 나왔다. 그런데 리듬이 다르다. 속사포처럼 나오는 ‘랩 반야심경’이다.

이를 지켜보던 나이 지긋한 불자들이 순간 ‘와’ 하고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사회를 맡은 진명 스님도 “우리 문화 세계화에 아이돌 그룹만 있는 게 아니라 ‘아이돌 스님’도 있다”며 감탄사를 보탰다.

‘불러요 다라니’라는 제목의 염불을 시연한 청암사의 다른 출전 팀은 천수경에 쉬운 리듬과 흥겨운 댄스를 도입해 큰 박수를 받았다.



○ ‘절집의 명예’를 걸고

참가자들이 대부분 큰 절에 있는 승가대 소속이기 때문에 절집의 명예를 건 자존심 경쟁도 치열했다. 응원전도 펼쳐졌다. 특히 사미니 스님들이 학교별로 모여 앉은 공간은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의 방청석처럼 팬클럽이 모인 듯 열띤 분위기였다.

경북 청도 운문사의 한 참가자는 “새벽에 5시간이나 걸려 왔다”며 “반드시 입상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대회장을 찾은 봉녕사 강사 설오 스님은 “염불은 수행뿐 아니라 경조사를 통해 신자들과 애환을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500명 이상 모인 객석 한쪽에서는 “누구 아이디어인지 염불대회 정말 잘 열었다” “이거 ‘조계종의 슈퍼스타 K’ 아니냐. 시즌 2도 해야 한다”라는 호평도 들렸다. 불교 신자인 도영록 씨(51·여)는 “학인 스님들의 염불대회가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을 줄 몰랐다”며 “진작 이런 대회를 개최해야 했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단체 대상은 ‘불러요 다라니’의 청암사 승가대 팀, 개인 대상은 운문사 승가대 보견 스님에게 돌아갔다. 랩으로 객석의 흥을 돋웠던 혜강 스님은 우수상을 받았다.

중견 스님들이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과 시국 사건으로 때때로 어려움을 겪던 조계종은 이날만큼은 스님과 학인, 불자들이 어우러져 축제 분위기였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김민재 인턴기자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

조계종 제1회 學人염불시연대회



‘염불의 레전드 청암사 승가대학’ ‘승가교육의 혁신도량 동학사’ ‘염불은 내 운명’ ‘운문사 파이팅’….

17일 오후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대웅전 앞에는 알록달록한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등장했다. 대웅전 앞에 설치된 특설무대에 누군가 올라가면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빠빠빠 ○○ 파이팅” 하는 단체 응원구호가 터져 나왔다. 마치 TV의 오디션 프로그램 녹화장을 연상시켰다.



○ 랩과 댄스에 사로잡힌 한여름 조계사

이날 조계사에서는 제1회 학인(學人)염불시연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화두를 참구하는 간화선(看話禪)을 기본 수행법으로 하는 조계종에서 염불대회는 초유의 일이다. 학인은 정식 구족계(具足戒)를 받지 않은 사미, 사미니들로 승가대에 재학 중인 예비 스님들을 가리킨다. 이 대회에는 해인사 수덕사 불국사 통도사 봉녕사 동학사 운문사 청암사 등 전국 승가대에서 개인 부문 108명, 단체 12개팀 등 4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대회는 경북 김천 청암사 승가대의 ‘신반야심경’이 시연되면서 후끈 달아올랐다. 가사를 입은 혜강 스님은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선 가수처럼 두 손을 하늘 위로 마주치며 객석을 향해 “여러분, 시작입니다. 편안하게 박수 치시고 따라하세요”라며 박수를 유도했다. 마침내 그의 입에서 “아제아제바라아제…마하반야바라밀다…”라는 반야심경 구절이 나왔다. 그런데 리듬이 다르다. 속사포처럼 나오는 ‘랩 반야심경’이다.

이를 지켜보던 나이 지긋한 불자들이 순간 ‘와’ 하고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사회를 맡은 진명 스님도 “우리 문화 세계화에 아이돌 그룹만 있는 게 아니라 ‘아이돌 스님’도 있다”며 감탄사를 보탰다.

‘불러요 다라니’라는 제목의 염불을 시연한 청암사의 다른 출전 팀은 천수경에 쉬운 리듬과 흥겨운 댄스를 도입해 큰 박수를 받았다.



○ ‘절집의 명예’를 걸고

참가자들이 대부분 큰 절에 있는 승가대 소속이기 때문에 절집의 명예를 건 자존심 경쟁도 치열했다. 응원전도 펼쳐졌다. 특히 사미니 스님들이 학교별로 모여 앉은 공간은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의 방청석처럼 팬클럽이 모인 듯 열띤 분위기였다.

경북 청도 운문사의 한 참가자는 “새벽에 5시간이나 걸려 왔다”며 “반드시 입상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대회장을 찾은 봉녕사 강사 설오 스님은 “염불은 수행뿐 아니라 경조사를 통해 신자들과 애환을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500명 이상 모인 객석 한쪽에서는 “누구 아이디어인지 염불대회 정말 잘 열었다” “이거 ‘조계종의 슈퍼스타 K’ 아니냐. 시즌 2도 해야 한다”라는 호평도 들렸다. 불교 신자인 도영록 씨(51·여)는 “학인 스님들의 염불대회가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을 줄 몰랐다”며 “진작 이런 대회를 개최해야 했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단체 대상은 ‘불러요 다라니’의 청암사 승가대 팀, 개인 대상은 운문사 승가대 보견 스님에게 돌아갔다. 랩으로 객석의 흥을 돋웠던 혜강 스님은 우수상을 받았다.

중견 스님들이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과 시국 사건으로 때때로 어려움을 겪던 조계종은 이날만큼은 스님과 학인, 불자들이 어우러져 축제 분위기였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김민재 인턴기자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

더보기
공유하기 닫기

VODA 인기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