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을 흔드는 손… 정치여론조사의 모든 것

등록 2014.07.19.
‘개별적인 면접이나 질문서 따위를 통하여 국가나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사회 대중의 공통된 의견(여론)을 조사하는 일.’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여론조사의 사전적 정의다.

하지만 2014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론조사는 많은 국민의 뜻을 가늠해보는 행위라는 본래의 뜻을 훨씬 뛰어넘게 됐다. 주요한 정치적, 사회적 결정을 내리기 위한 유력한 참고자료라기보다는 결정 그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결정적 수단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요새 정치세태를 보면 여론정치가 아니라 여론조사에 의한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여론을 중시하되 정치인의 소신도 중요한데 눈앞의 여론조사 결과에만 휘둘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 여론조사가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은 2002년 11월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의 여론조사 단일화부터다. 당시 두 곳의 여론조사 기관이 각각 전국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지만 한 곳의 결과는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무효화됐다. 결국 2000명의 여론조사 응답자가 두 사람의 운명은 물론이고 한국 정치 지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셈이다.

당내 경선 사상 가장 치열했다는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결과를 가른 결정적 요인도 결국은 여론조사였다. 당시 대의원, 당원, 일반국민 투표(80%)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겼지만 20%가 반영된 여론조사에서 석패하면서 대선 후보 자리를 이명박 후보에게 내줬고 이 후보는 경선 승리 후 1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단언컨대 여론조사로 주요 선거의 후보를 정하고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전문가들의 강력한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치 여론조사의 힘은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이제는 아예 ‘0.01%포인트만 앞서도 승패가 갈린 것으로 본다’는 각서까지 쓰고 경선에 임하는 경우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달여 전 치러진 6·4지방선거 때 일부 당내 경선의 경우 100%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한 곳이 적지 않다. 열흘 남짓 후에 치러질 ‘미니 총선’ 7·30 재·보궐선거의 배후에도 여론조사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 있다. 이른바 전략공천의 제1기준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당선 가능성이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어느덧 신(神)의 반열에 오른 것처럼 보이는 여론조사의 치명적 유혹을 심층 분석해봤다.   



▼ “원하는 건 뭐든지”… 후보등록 전부터 은밀한 접근 ▼

“여론조사 업체의 설명을 듣고 있는데, 저도 모르게 솔깃하더군요. 쉽지 않았습니다. 안 하겠다고 말하는 게….”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원 후보로 나선 A 씨(새정치민주연합)의 말이다. 무엇이 그를 흔들리게 했을까.

“후보들 지지율 순위만 알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여론조사로 할 수 있는 건 많아요. 후보자 인지도를 높일 수도 있고, 지역 현안을 빨리 파악할 수도 있고, 내 취약 지지층이 어디인지도 알 수 있고. 물론 그 과정에서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기도 하죠. 하지만 돈만 있으면 쉽게 되니까….”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청와대 비서관, ○○○당 부대변인을 지냈고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수석보좌관으로 활동했던 홍길동 씨를 아십니까?”라고 묻는 것이 대표적인 ‘인지도 조사’다. A 씨는 “정치 신인의 경우 유권자들이 출마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인지도 조사를 실시하면 유권자들이 최소한 후보 이름과 경력은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유권자가 많은 곳을 찾아다니고 수백, 수천 장의 명함을 돌리는 것보다 간단한 방법이라는 것.

‘인지도 조사’는 합법이지만, 횟수가 많거나 너무 많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홍보성으로 판단돼 불법이다. 한 여론조사 업체 대표는 “인지도 조사는 사실 불법과 합법이 종이 한 장 차이”라며 “대법원 판례를 보면 횟수가 과다하면 홍보성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예 노골적으로 여론조사 조작을 시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달 2일 경기 파주경찰서는 유선전화 66대를 이용해 허위 응답을 한 뒤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한 혐의로 새누리당 파주시장 예비후보 박모 씨(59) 등 14명을 검거했다.

박 후보의 지인인 이들은 박 후보의 선거사무소 등 4곳에 66대의 유선전화를 마련해 놓은 뒤 4월에 실시된 지역 신문 여론조사와 새누리당 경기도당 여론조사에 허위로 답했다. 파주경찰서 정세곤 지능팀장은 “여론조사에서 응답률이 낮기 때문에 가중치가 높은 연령층이 20, 30대”라며 “이 점을 알고 이들은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오면 20대, 30대라고 허위로 응답한 뒤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박 후보가 지역신문 여론조사에서는 4.6%포인트, 새누리당 경기도당 여론조사에서는 3.0%포인트의 지지율을 추가로 얻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는 당내 여론조사 경선에서 2위로 밀렸다. 정 팀장은 “좁은 지역에서 유선전화 회선은 한정되어 있으니 전화기 66대만으로도 조작이 쉬운 구조”라며 “여론조사 업체가 아예 작정하고 조작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이 같은 조작을 대행해주는 곳이 횡행한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상시적으로 여론조사 활동을 하는 업체는 200여 곳으로 추산되는데, 선거철만 되면 업체 수가 크게 늘어난다”며 “여기에 제대로 등록도 하지 않고 선거철에만 ‘떴다방’ 식으로 운영되는 곳은 불법, 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보다는 ‘고객’인 후보자의 수가 많은 지방선거가 이 같은 불법 여론조사 업체들에 ‘특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4 지방선거에는 8994명의 후보자가 등록했다. 후보로 등록했던 A 씨는 “선관위 등록 전부터 어떻게 알았는지 수많은 여론조사 업체에서 전화가 걸려오고, 아예 노골적으로 ‘원하는 것을 다 해드릴 수 있다’고 말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며 “후보자 중에 이런 유혹에 넘어간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여론조사를 하지 않고 선거에 임했지만 결과는 낙선이었다.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안 했습니다. 그래서 떨어졌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다음번에는 모르겠네요. 더 큰 선거에 출마하게 되면 저도 (여론조사에) 의지할 것 같기도 하고….”

후보자들이 위험한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은 여론조사로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6·4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장 경선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당내 경선은 여론조사가 유일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여론조사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론조사가 오차 범위 내의 결과도 무시하고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경선 시행규칙에 여론조사 결과 0.1%포인트라도 앞서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규칙을 정해 놓는 경우도 있다”며 “오차 범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알지만, 현실적으로 순위를 가리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모든 여론조사는 최대 5%포인트 정도의 오차 범위가 있지만 이를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한마디로 미친 짓이지만 문제는 이런 관행이 광범위하게 유포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3선 의원은 “오차를 최소화하도록 여론조사를 설계한다고 해도 여론조사로만 후보를 선정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당에 대한 헌신, 개인의 도덕성 및 능력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어야 하는데 결정하기 쉽다는 이유로 여론조사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 역시 “문제는, 현실적으로 명확하게 숫자가 보이는 여론조사 말고는 탈락한 후보들이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7·30 재·보궐선거 공천 과정에서도 여론조사는 ‘제1기준’으로 작용했다. 새정치연합이 서울 동작을, 경기 수원정(영통) 등에 후보를 전략 공천하면서 설명한 기준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쟁력이 가장 높다”는 것이었다.

당 차원의 여론조사는 각 당의 싱크탱크 격인 여의도연구원(새누리당), 민주정책연구원(새정치연합)이 진행한다. 민주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총선 직전 등 공천이 민감한 시기에는 아예 사람을 만나지도, 연락하지도 않는다”며 “온갖 청탁, 민원, 읍소가 들어오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당 핵심 지도부 등 극소수에게만 곧바로 전달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선관위도 관리 강화에 나섰다. 선관위는 6·4 지방선거를 앞둔 3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여론조사공심위)를 구성했다. 이에 따라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 여론조사를 공표·보도하려면 결과를 여론조사공심위에 등록해야 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여론조사 문항 등도 함께 등록해야 한다”며 “부정확한 여론조사를 걸러내고, 여론조사로 인한 왜곡 등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선거철 다가오면 黨조사기구에 청탁-읍소 쏟아져” ▼

6·4지방선거에서 도의원 후보로 나서 당선된 B 씨(새누리당)는 스스로를 ‘여론조사 신봉자’로 소개했다. 그는 2월부터 6월까지 6차례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소요 비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B 씨가 여론조사에만 수천만 원을 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론조사는 ‘콜(call)’을 기준으로 비용이 책정된다. 응답자 1명이 ‘1콜’로 분류된다. 방식에 따라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와 조사원 조사로 나뉘는데, 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걸 경우 콜당 비용은 통상 1만 원에서 1만5000원 수준이다. 녹음된 음성으로 질문하는 ARS는 조사원 조사의 25∼30% 수준이다.

“1000명 단위 조사가 많고, 1개 업체에 맡기기보다는 각기 다른 업체에 여론조사를 의뢰해 결과를 비교해 보고 평균값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B 씨의 설명에 따르면 여론조사를 한 차례 실시하는 데 최소 2000만 원가량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여론조사 비용은 선거비용 보전 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고스란히 후보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정당에도 여론조사 비용은 부담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6·4지방선거에서 1000여 곳의 선거구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며 “여의도연구소에서 실시한 것도 있고, 외부 업체에 의뢰를 맡긴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1곳당 3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가정해도 대략 30억 원의 비용이 든 것이다. 경합 지역은 여론조사를 여러 차례 반복 실시하기도 한다. 민주정책연구원은 7·30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해 20차례 이상 여론조사를 실시한 지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기초자치단체장(구청장) 여론조사 경선을 위해 당에서 한 번, 3명의 예비 후보가 한 번씩만 해도 세 번, 선거운동 시작해서 최소 한 번, 이렇게만 해도 5번”이라며 “저쪽(새누리당)도 똑같다고 보면 구청장 뽑는 데 여론조사만 10번, 비용만 1억 원”이라고 말했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선거는 226곳에서 치러졌다.

당연히 업계의 매출도 커지고 있다. 한국조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조사 산업 매출은 7342억 원(추정치). 2003년 3201억 원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매출 유형별에서는 정치 여론조사를 포함한 ‘여론·정치조사’의 비중이 15.5%로 가장 높다. 한국조사협회 관계자는 “여론조사 업체들은 고객 만족도, 기업 광고 반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사를 벌인다”며 “다만 선거철이 되면 정치 여론조사 수요가 많기 때문에 조사원들을 다 정치 여론조사에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정확했다. 여론조사 결과 적극적 투표층에서 1.4%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왔는데, 실제로 딱 그만큼 차이 났다.”

수도권 지역 기초의원 후보로 나섰다 석패한 C 씨(새정치연합)는 “여론조사를 통해 내가 약한 지역, 연령층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었고 이 덕분에 효율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다”며 “다시 출마해도 여론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론조사는 표본, 질문 내용 등을 세밀하게 설계하면 실제와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여론조사의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여론조사의 정확도가 높다고 해도 지금처럼 ‘여론조사 중심의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흥수 국민대 교수는 “여론조사에만 의존하는 공천이 나타나는 것은 역설적으로 정당정치의 실패를 의미한다”며 “지금의 여론조사 환경에서는 결과도 왜곡되고, 불법의 여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선전화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유선전화 가입 가구는 점점 줄어든다. 그러니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 시장 여론조사 전화를 다 받는 유권자도 있다. 여기에 2개 당이, 후보 선정 전후에 각각 조사한다고 생각해 보면…. 유권자의 피로감이 극심할 텐데 정상적인 조사 결과라고 볼 수 있겠는가.”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 역시 “여론조사는 정부와 정당이 결정할 때 참고용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2002년 대선 당시 야권 후보 단일화,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거치면서 만능이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론조사 방법에 대한 개선과 함께 정당 정치의 책임성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만 지금의 문제점이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권 2년차 2분기’는 5년 단임제인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보기만 해도 숨이 찬 시기다. 국정을 파악하는 집권 1년차를 보내고 진용을 갖춰 한창 일할 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2년차 2분기는 정신없이 롤러코스터를 탄 듯 지나갔다. ‘극과 극’의 지지율을 오갔다.

불과 3개월 전이다. 4월 초 청와대는 표정관리를 해야 했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70%에 육박하는 지지율이 집계됐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61%였다. 긍정평가 최고치였다.

그러나 4월 16일 ‘세월호 사고’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추락했다. 정부의 부실한 사고 수습에 불신이 극에 달했고 두 번의 총리 후보자 낙마 등 인사 파동까지 겹치자 6월 셋째 주에는 부정평가(48%)가 긍정평가(42%)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어 7월 첫째 주에는 긍정평가가 40%까지 떨어지며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48%에 달했다.

‘콘크리트 지지’라고 불리던 40% 선까지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역 지지율은 40% 선이 무너졌고, 한때 85%에 육박하던 50, 60대 지지율은 50%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시기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과 비교해 보면 그렇게 낮은 수준은 아니다. 박 대통령의 집권 2년차 긍정평가는 44%. 50%를 상회했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34%를 기록한 노무현 전 대통령, 27%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는 높다.

시기는 달랐지만 역대 대통령들도 정권이 흔들릴 정도의 대형 위기가 있었다.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이미 집권 1년 차에 위기를 겪었다. 이 전 대통령은 집권 1년 차에 광우병 파동을 겪으며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첫해 2분기에 이미 21%로 최저점을 찍었다. 노 전 대통령은 ‘대북 송금 특검’ 등을 밀어붙이면서 지지층이 분열했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박 대통령의 위기상황 지지율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박 대통령은 높은 연령층과 영남권 등 정치적 지지기반이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 대통령은 측근 핵심 인사들로 꾸려진 2기 내각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정치인들을 다수 입각시키며 국정 정상화를 이루고 지지율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국민들이 원하는 ‘과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이사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결과 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정에서의 대통령 역할이 간과되고 있는데 ‘소통’에 나서서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분야로 ‘인사’를 꼽았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인사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임명만 제대로 해도 지지율 하락 요인은 많이 차단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 외 남북문제에서 성과를 내면 지지율 회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 철회했고, 야당이 반대한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또한 자진 사퇴 형식으로 낙마했다. 청와대는 또다시 여론의 향배를 주시하고 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이현수 기자

이채린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개별적인 면접이나 질문서 따위를 통하여 국가나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사회 대중의 공통된 의견(여론)을 조사하는 일.’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여론조사의 사전적 정의다.

하지만 2014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론조사는 많은 국민의 뜻을 가늠해보는 행위라는 본래의 뜻을 훨씬 뛰어넘게 됐다. 주요한 정치적, 사회적 결정을 내리기 위한 유력한 참고자료라기보다는 결정 그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결정적 수단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요새 정치세태를 보면 여론정치가 아니라 여론조사에 의한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여론을 중시하되 정치인의 소신도 중요한데 눈앞의 여론조사 결과에만 휘둘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 여론조사가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은 2002년 11월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의 여론조사 단일화부터다. 당시 두 곳의 여론조사 기관이 각각 전국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지만 한 곳의 결과는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무효화됐다. 결국 2000명의 여론조사 응답자가 두 사람의 운명은 물론이고 한국 정치 지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셈이다.

당내 경선 사상 가장 치열했다는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결과를 가른 결정적 요인도 결국은 여론조사였다. 당시 대의원, 당원, 일반국민 투표(80%)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겼지만 20%가 반영된 여론조사에서 석패하면서 대선 후보 자리를 이명박 후보에게 내줬고 이 후보는 경선 승리 후 1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단언컨대 여론조사로 주요 선거의 후보를 정하고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전문가들의 강력한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치 여론조사의 힘은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이제는 아예 ‘0.01%포인트만 앞서도 승패가 갈린 것으로 본다’는 각서까지 쓰고 경선에 임하는 경우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달여 전 치러진 6·4지방선거 때 일부 당내 경선의 경우 100%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한 곳이 적지 않다. 열흘 남짓 후에 치러질 ‘미니 총선’ 7·30 재·보궐선거의 배후에도 여론조사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 있다. 이른바 전략공천의 제1기준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당선 가능성이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어느덧 신(神)의 반열에 오른 것처럼 보이는 여론조사의 치명적 유혹을 심층 분석해봤다.   



▼ “원하는 건 뭐든지”… 후보등록 전부터 은밀한 접근 ▼

“여론조사 업체의 설명을 듣고 있는데, 저도 모르게 솔깃하더군요. 쉽지 않았습니다. 안 하겠다고 말하는 게….”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원 후보로 나선 A 씨(새정치민주연합)의 말이다. 무엇이 그를 흔들리게 했을까.

“후보들 지지율 순위만 알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여론조사로 할 수 있는 건 많아요. 후보자 인지도를 높일 수도 있고, 지역 현안을 빨리 파악할 수도 있고, 내 취약 지지층이 어디인지도 알 수 있고. 물론 그 과정에서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기도 하죠. 하지만 돈만 있으면 쉽게 되니까….”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청와대 비서관, ○○○당 부대변인을 지냈고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수석보좌관으로 활동했던 홍길동 씨를 아십니까?”라고 묻는 것이 대표적인 ‘인지도 조사’다. A 씨는 “정치 신인의 경우 유권자들이 출마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인지도 조사를 실시하면 유권자들이 최소한 후보 이름과 경력은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유권자가 많은 곳을 찾아다니고 수백, 수천 장의 명함을 돌리는 것보다 간단한 방법이라는 것.

‘인지도 조사’는 합법이지만, 횟수가 많거나 너무 많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홍보성으로 판단돼 불법이다. 한 여론조사 업체 대표는 “인지도 조사는 사실 불법과 합법이 종이 한 장 차이”라며 “대법원 판례를 보면 횟수가 과다하면 홍보성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예 노골적으로 여론조사 조작을 시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달 2일 경기 파주경찰서는 유선전화 66대를 이용해 허위 응답을 한 뒤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한 혐의로 새누리당 파주시장 예비후보 박모 씨(59) 등 14명을 검거했다.

박 후보의 지인인 이들은 박 후보의 선거사무소 등 4곳에 66대의 유선전화를 마련해 놓은 뒤 4월에 실시된 지역 신문 여론조사와 새누리당 경기도당 여론조사에 허위로 답했다. 파주경찰서 정세곤 지능팀장은 “여론조사에서 응답률이 낮기 때문에 가중치가 높은 연령층이 20, 30대”라며 “이 점을 알고 이들은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오면 20대, 30대라고 허위로 응답한 뒤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박 후보가 지역신문 여론조사에서는 4.6%포인트, 새누리당 경기도당 여론조사에서는 3.0%포인트의 지지율을 추가로 얻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는 당내 여론조사 경선에서 2위로 밀렸다. 정 팀장은 “좁은 지역에서 유선전화 회선은 한정되어 있으니 전화기 66대만으로도 조작이 쉬운 구조”라며 “여론조사 업체가 아예 작정하고 조작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이 같은 조작을 대행해주는 곳이 횡행한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상시적으로 여론조사 활동을 하는 업체는 200여 곳으로 추산되는데, 선거철만 되면 업체 수가 크게 늘어난다”며 “여기에 제대로 등록도 하지 않고 선거철에만 ‘떴다방’ 식으로 운영되는 곳은 불법, 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보다는 ‘고객’인 후보자의 수가 많은 지방선거가 이 같은 불법 여론조사 업체들에 ‘특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4 지방선거에는 8994명의 후보자가 등록했다. 후보로 등록했던 A 씨는 “선관위 등록 전부터 어떻게 알았는지 수많은 여론조사 업체에서 전화가 걸려오고, 아예 노골적으로 ‘원하는 것을 다 해드릴 수 있다’고 말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며 “후보자 중에 이런 유혹에 넘어간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여론조사를 하지 않고 선거에 임했지만 결과는 낙선이었다.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안 했습니다. 그래서 떨어졌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다음번에는 모르겠네요. 더 큰 선거에 출마하게 되면 저도 (여론조사에) 의지할 것 같기도 하고….”

후보자들이 위험한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은 여론조사로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6·4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장 경선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당내 경선은 여론조사가 유일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여론조사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론조사가 오차 범위 내의 결과도 무시하고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경선 시행규칙에 여론조사 결과 0.1%포인트라도 앞서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규칙을 정해 놓는 경우도 있다”며 “오차 범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알지만, 현실적으로 순위를 가리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모든 여론조사는 최대 5%포인트 정도의 오차 범위가 있지만 이를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한마디로 미친 짓이지만 문제는 이런 관행이 광범위하게 유포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3선 의원은 “오차를 최소화하도록 여론조사를 설계한다고 해도 여론조사로만 후보를 선정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당에 대한 헌신, 개인의 도덕성 및 능력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어야 하는데 결정하기 쉽다는 이유로 여론조사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 역시 “문제는, 현실적으로 명확하게 숫자가 보이는 여론조사 말고는 탈락한 후보들이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7·30 재·보궐선거 공천 과정에서도 여론조사는 ‘제1기준’으로 작용했다. 새정치연합이 서울 동작을, 경기 수원정(영통) 등에 후보를 전략 공천하면서 설명한 기준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쟁력이 가장 높다”는 것이었다.

당 차원의 여론조사는 각 당의 싱크탱크 격인 여의도연구원(새누리당), 민주정책연구원(새정치연합)이 진행한다. 민주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총선 직전 등 공천이 민감한 시기에는 아예 사람을 만나지도, 연락하지도 않는다”며 “온갖 청탁, 민원, 읍소가 들어오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당 핵심 지도부 등 극소수에게만 곧바로 전달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선관위도 관리 강화에 나섰다. 선관위는 6·4 지방선거를 앞둔 3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여론조사공심위)를 구성했다. 이에 따라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 여론조사를 공표·보도하려면 결과를 여론조사공심위에 등록해야 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여론조사 문항 등도 함께 등록해야 한다”며 “부정확한 여론조사를 걸러내고, 여론조사로 인한 왜곡 등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선거철 다가오면 黨조사기구에 청탁-읍소 쏟아져” ▼

6·4지방선거에서 도의원 후보로 나서 당선된 B 씨(새누리당)는 스스로를 ‘여론조사 신봉자’로 소개했다. 그는 2월부터 6월까지 6차례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소요 비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B 씨가 여론조사에만 수천만 원을 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론조사는 ‘콜(call)’을 기준으로 비용이 책정된다. 응답자 1명이 ‘1콜’로 분류된다. 방식에 따라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와 조사원 조사로 나뉘는데, 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걸 경우 콜당 비용은 통상 1만 원에서 1만5000원 수준이다. 녹음된 음성으로 질문하는 ARS는 조사원 조사의 25∼30% 수준이다.

“1000명 단위 조사가 많고, 1개 업체에 맡기기보다는 각기 다른 업체에 여론조사를 의뢰해 결과를 비교해 보고 평균값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B 씨의 설명에 따르면 여론조사를 한 차례 실시하는 데 최소 2000만 원가량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여론조사 비용은 선거비용 보전 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고스란히 후보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정당에도 여론조사 비용은 부담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6·4지방선거에서 1000여 곳의 선거구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며 “여의도연구소에서 실시한 것도 있고, 외부 업체에 의뢰를 맡긴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1곳당 3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가정해도 대략 30억 원의 비용이 든 것이다. 경합 지역은 여론조사를 여러 차례 반복 실시하기도 한다. 민주정책연구원은 7·30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해 20차례 이상 여론조사를 실시한 지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기초자치단체장(구청장) 여론조사 경선을 위해 당에서 한 번, 3명의 예비 후보가 한 번씩만 해도 세 번, 선거운동 시작해서 최소 한 번, 이렇게만 해도 5번”이라며 “저쪽(새누리당)도 똑같다고 보면 구청장 뽑는 데 여론조사만 10번, 비용만 1억 원”이라고 말했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선거는 226곳에서 치러졌다.

당연히 업계의 매출도 커지고 있다. 한국조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조사 산업 매출은 7342억 원(추정치). 2003년 3201억 원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매출 유형별에서는 정치 여론조사를 포함한 ‘여론·정치조사’의 비중이 15.5%로 가장 높다. 한국조사협회 관계자는 “여론조사 업체들은 고객 만족도, 기업 광고 반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사를 벌인다”며 “다만 선거철이 되면 정치 여론조사 수요가 많기 때문에 조사원들을 다 정치 여론조사에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정확했다. 여론조사 결과 적극적 투표층에서 1.4%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왔는데, 실제로 딱 그만큼 차이 났다.”

수도권 지역 기초의원 후보로 나섰다 석패한 C 씨(새정치연합)는 “여론조사를 통해 내가 약한 지역, 연령층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었고 이 덕분에 효율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다”며 “다시 출마해도 여론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론조사는 표본, 질문 내용 등을 세밀하게 설계하면 실제와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여론조사의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여론조사의 정확도가 높다고 해도 지금처럼 ‘여론조사 중심의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흥수 국민대 교수는 “여론조사에만 의존하는 공천이 나타나는 것은 역설적으로 정당정치의 실패를 의미한다”며 “지금의 여론조사 환경에서는 결과도 왜곡되고, 불법의 여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선전화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유선전화 가입 가구는 점점 줄어든다. 그러니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 시장 여론조사 전화를 다 받는 유권자도 있다. 여기에 2개 당이, 후보 선정 전후에 각각 조사한다고 생각해 보면…. 유권자의 피로감이 극심할 텐데 정상적인 조사 결과라고 볼 수 있겠는가.”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 역시 “여론조사는 정부와 정당이 결정할 때 참고용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2002년 대선 당시 야권 후보 단일화,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거치면서 만능이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론조사 방법에 대한 개선과 함께 정당 정치의 책임성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만 지금의 문제점이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권 2년차 2분기’는 5년 단임제인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보기만 해도 숨이 찬 시기다. 국정을 파악하는 집권 1년차를 보내고 진용을 갖춰 한창 일할 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2년차 2분기는 정신없이 롤러코스터를 탄 듯 지나갔다. ‘극과 극’의 지지율을 오갔다.

불과 3개월 전이다. 4월 초 청와대는 표정관리를 해야 했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70%에 육박하는 지지율이 집계됐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61%였다. 긍정평가 최고치였다.

그러나 4월 16일 ‘세월호 사고’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추락했다. 정부의 부실한 사고 수습에 불신이 극에 달했고 두 번의 총리 후보자 낙마 등 인사 파동까지 겹치자 6월 셋째 주에는 부정평가(48%)가 긍정평가(42%)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어 7월 첫째 주에는 긍정평가가 40%까지 떨어지며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48%에 달했다.

‘콘크리트 지지’라고 불리던 40% 선까지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역 지지율은 40% 선이 무너졌고, 한때 85%에 육박하던 50, 60대 지지율은 50%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시기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과 비교해 보면 그렇게 낮은 수준은 아니다. 박 대통령의 집권 2년차 긍정평가는 44%. 50%를 상회했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34%를 기록한 노무현 전 대통령, 27%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는 높다.

시기는 달랐지만 역대 대통령들도 정권이 흔들릴 정도의 대형 위기가 있었다.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이미 집권 1년 차에 위기를 겪었다. 이 전 대통령은 집권 1년 차에 광우병 파동을 겪으며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첫해 2분기에 이미 21%로 최저점을 찍었다. 노 전 대통령은 ‘대북 송금 특검’ 등을 밀어붙이면서 지지층이 분열했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박 대통령의 위기상황 지지율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박 대통령은 높은 연령층과 영남권 등 정치적 지지기반이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 대통령은 측근 핵심 인사들로 꾸려진 2기 내각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정치인들을 다수 입각시키며 국정 정상화를 이루고 지지율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국민들이 원하는 ‘과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이사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결과 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정에서의 대통령 역할이 간과되고 있는데 ‘소통’에 나서서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분야로 ‘인사’를 꼽았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인사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임명만 제대로 해도 지지율 하락 요인은 많이 차단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 외 남북문제에서 성과를 내면 지지율 회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 철회했고, 야당이 반대한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또한 자진 사퇴 형식으로 낙마했다. 청와대는 또다시 여론의 향배를 주시하고 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이현수 기자

이채린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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