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사망] 검찰, 비밀공간 생각도 못하고 건성건성 수색
등록 2014.07.24.5월 25일 오후4시 별장 수색 시도… 문 잠겨있어 압수수색영장 발부받아
저녁 9시30분부터 2시간 수색 허탕… 비밀공간, 양회정이 만들어 놓은듯
“유병언이 숨어 있던 통나무 벽 안을 보지 못한 걸 통탄할 뿐이다,”
검찰이 5월 25일 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은신처였던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별장 ‘숲 속의 추억’을 수색한 지 한 달여가 지난 6월 26일, 유 전 회장과 별장에서 함께 은신하다 구속된 여비서 신모 씨(33·여)가 돌연 진술을 바꿨다. “수사관들이 별장 문을 열려고 하는 소리가 들려 유 전 회장을 2층 통나무 벽 안에 있는 은신처로 급히 피신시켰다. 수색을 마칠 때까지 그 안에 숨어 있었다”는 것. 유 전 회장을 추적해온 인천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23일 이런 추적 과정을 공개하면서 거듭 아쉬움을 표했다.
○ 순천 별장 수색, 한 달 만에 통나무 벽 확인
신 씨는 체포 당시부터 “5월 25일 새벽에 잠을 자고 있는데 인기척이 나서 눈을 떠 보니 모르는 남자가 유 전 회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다시 잠이 들었다 깨어 보니 유 전 회장이 사라지고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날 새벽에 유 전 회장이 제3자의 도움을 받아 별장을 빠져 나갔다는 얘기다. 이후 검찰은 신 씨의 진술을 토대로 유 전 회장이 순천 일대를 벗어나지 못한 채 도피 중일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검거작전을 폈지만 모두 허탕이었다.
검찰의 추적 작업은 문제의 별장을 덮치기 전까진 거침없었다. 유 전 회장이 검찰의 소환요구에 불응한 직후인 5월 16일부터 추적팀을 구성해 검거 작업에 들어간 검찰은 5월 24일부터 순천에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왔던 구원파 관계자들을 줄줄이 체포했다.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서 생수와 마른 과일, 생필품 등을 챙겨 순천으로 운반했던 한모 씨(49)로부터 별장의 존재를 파악한 검찰은 25일 오후 9시 30분부터 2시간가량 수색을 진행했으나 유 전 회장은 찾지 못했고 홀로 남아 있던 신 씨만 체포했다.
검찰이 밝힌 유 전 회장 도피 시작 시점도 알려진 것보다 빨랐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직후 출국금지가 이뤄져 19일 장남 대균 씨(44)가 출국하려다 좌절됐고 같은 날 유 전 회장과 대균 씨 등이 회의를 한 뒤 도피가 사실상 결정됐다는 것. 23일 오전 10시 검찰의 금수원에 대한 첫 번째 압수수색 직전 ‘신엄마’의 언니 집 등 신도 집을 거쳐 5월 3일 ‘김엄마’(59), 양회정(56), 신모 씨 등과 함께 별장으로 이동했다.
○ 목수 양 씨, 별장 손봤다는 것 알면서…
지난달 26일 신 씨가 “유 전 회장이 안전하게 도피하게 하기 위해서 그동안 거짓 진술을 했다”면서 통나무 벽 안을 얘기한 뒤, 검찰은 이튿날 부랴부랴 다시 순천으로 가 별장을 다시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은 없었고, 그가 언제 별장에서 빠져나갔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이 확인한 결과 신 씨의 진술대로 별장 2층에는 통나무 벽을 잘라서 만든 9.9m2(3평)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좌우 끝 부분은 지붕 경사면으로 돼 있고, 공간 안쪽에는 나무로 만든 잠금장치도 설치돼 있었다. 밖에서 볼 때는 통나무를 이어 붙여 위장을 해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유 전 회장이 구원파 신도들의 도움을 받으며 도피했고 여러 도피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별장 자체에 비밀의 문이 숨겨져 있다는 점은 놓친 것이다. 이때 검찰은 통나무 벽 안에서 여행용 가방 2개를 발견했는데, 가방 안에는 4번, 5번이라고 적힌 띠지와 함께 현금 8억3000만 원과 미화 16만 달러가 들어 있었다.
통나무 벽 비밀공간은 유 전 회장의 측근인 양회정 씨가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목수인 양 씨는 유 전 회장이 이곳에 은신하기 전에 미리 내려와 별장 창문을 가리는 등 내부 공사를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양 씨는 창문에는 부직포를 붙여 빛이 새 나갈 틈을 모두 막는 등 별장 내부 수리를 했는데, 비밀공간 역시 이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신 씨의 바뀐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검찰이 처음 별장을 수색한 이후에도 통나무 벽 속의 유 전 회장을 붙잡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모두 놓쳤다. 신 씨를 체포한 그 이튿날인 5월 26일에도 검찰은 정밀 감식을 실시해 유 전 회장의 체액 등을 확보하느라 별장에서 상당 시간 작업을 했다. 이후 유 전 회장의 조력자들이 다시 올 수도 있다고 판단해 감시용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지만 별도 인력을 배치하지는 않았다.
○ 檢, 추적 과정 공개해 ‘타살’ 유언비어 차단
인천지검이 23일 통나무 벽을 발견하지 못해 유 전 회장을 놓쳤다는 뼈아픈 ‘추적 경위’를 상세하게 공개한 것은 거액의 돈이 사라진 것을 근거로 해 ‘타살설’ 등 각종 유언비어가 나도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부터 시중엔 정권이나 유 전 회장 측근에 의한 타살설이 나돌기도 했다.
또 전국을 수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해 할 만큼 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도 크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 검거를 위해 검찰이 이만큼 노력을 했는데 결국 역부족이었다는 점을 투명하게 알리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면서 “어차피 모든 추적 과정이 나중에 공개될 텐데 지금 공개하지 않으면 검찰이 마치 숨긴 것처럼 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최우열 dnsp@donga.com ·조건희 기자
[유병언 사망/허점투성이 검경]“통탄할 노릇” 이제와 한숨만
5월 25일 오후4시 별장 수색 시도… 문 잠겨있어 압수수색영장 발부받아
저녁 9시30분부터 2시간 수색 허탕… 비밀공간, 양회정이 만들어 놓은듯
“유병언이 숨어 있던 통나무 벽 안을 보지 못한 걸 통탄할 뿐이다,”
검찰이 5월 25일 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은신처였던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별장 ‘숲 속의 추억’을 수색한 지 한 달여가 지난 6월 26일, 유 전 회장과 별장에서 함께 은신하다 구속된 여비서 신모 씨(33·여)가 돌연 진술을 바꿨다. “수사관들이 별장 문을 열려고 하는 소리가 들려 유 전 회장을 2층 통나무 벽 안에 있는 은신처로 급히 피신시켰다. 수색을 마칠 때까지 그 안에 숨어 있었다”는 것. 유 전 회장을 추적해온 인천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23일 이런 추적 과정을 공개하면서 거듭 아쉬움을 표했다.
○ 순천 별장 수색, 한 달 만에 통나무 벽 확인
신 씨는 체포 당시부터 “5월 25일 새벽에 잠을 자고 있는데 인기척이 나서 눈을 떠 보니 모르는 남자가 유 전 회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다시 잠이 들었다 깨어 보니 유 전 회장이 사라지고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날 새벽에 유 전 회장이 제3자의 도움을 받아 별장을 빠져 나갔다는 얘기다. 이후 검찰은 신 씨의 진술을 토대로 유 전 회장이 순천 일대를 벗어나지 못한 채 도피 중일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검거작전을 폈지만 모두 허탕이었다.
검찰의 추적 작업은 문제의 별장을 덮치기 전까진 거침없었다. 유 전 회장이 검찰의 소환요구에 불응한 직후인 5월 16일부터 추적팀을 구성해 검거 작업에 들어간 검찰은 5월 24일부터 순천에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왔던 구원파 관계자들을 줄줄이 체포했다.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서 생수와 마른 과일, 생필품 등을 챙겨 순천으로 운반했던 한모 씨(49)로부터 별장의 존재를 파악한 검찰은 25일 오후 9시 30분부터 2시간가량 수색을 진행했으나 유 전 회장은 찾지 못했고 홀로 남아 있던 신 씨만 체포했다.
검찰이 밝힌 유 전 회장 도피 시작 시점도 알려진 것보다 빨랐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직후 출국금지가 이뤄져 19일 장남 대균 씨(44)가 출국하려다 좌절됐고 같은 날 유 전 회장과 대균 씨 등이 회의를 한 뒤 도피가 사실상 결정됐다는 것. 23일 오전 10시 검찰의 금수원에 대한 첫 번째 압수수색 직전 ‘신엄마’의 언니 집 등 신도 집을 거쳐 5월 3일 ‘김엄마’(59), 양회정(56), 신모 씨 등과 함께 별장으로 이동했다.
○ 목수 양 씨, 별장 손봤다는 것 알면서…
지난달 26일 신 씨가 “유 전 회장이 안전하게 도피하게 하기 위해서 그동안 거짓 진술을 했다”면서 통나무 벽 안을 얘기한 뒤, 검찰은 이튿날 부랴부랴 다시 순천으로 가 별장을 다시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은 없었고, 그가 언제 별장에서 빠져나갔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이 확인한 결과 신 씨의 진술대로 별장 2층에는 통나무 벽을 잘라서 만든 9.9m2(3평)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좌우 끝 부분은 지붕 경사면으로 돼 있고, 공간 안쪽에는 나무로 만든 잠금장치도 설치돼 있었다. 밖에서 볼 때는 통나무를 이어 붙여 위장을 해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유 전 회장이 구원파 신도들의 도움을 받으며 도피했고 여러 도피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별장 자체에 비밀의 문이 숨겨져 있다는 점은 놓친 것이다. 이때 검찰은 통나무 벽 안에서 여행용 가방 2개를 발견했는데, 가방 안에는 4번, 5번이라고 적힌 띠지와 함께 현금 8억3000만 원과 미화 16만 달러가 들어 있었다.
통나무 벽 비밀공간은 유 전 회장의 측근인 양회정 씨가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목수인 양 씨는 유 전 회장이 이곳에 은신하기 전에 미리 내려와 별장 창문을 가리는 등 내부 공사를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양 씨는 창문에는 부직포를 붙여 빛이 새 나갈 틈을 모두 막는 등 별장 내부 수리를 했는데, 비밀공간 역시 이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신 씨의 바뀐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검찰이 처음 별장을 수색한 이후에도 통나무 벽 속의 유 전 회장을 붙잡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모두 놓쳤다. 신 씨를 체포한 그 이튿날인 5월 26일에도 검찰은 정밀 감식을 실시해 유 전 회장의 체액 등을 확보하느라 별장에서 상당 시간 작업을 했다. 이후 유 전 회장의 조력자들이 다시 올 수도 있다고 판단해 감시용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지만 별도 인력을 배치하지는 않았다.
○ 檢, 추적 과정 공개해 ‘타살’ 유언비어 차단
인천지검이 23일 통나무 벽을 발견하지 못해 유 전 회장을 놓쳤다는 뼈아픈 ‘추적 경위’를 상세하게 공개한 것은 거액의 돈이 사라진 것을 근거로 해 ‘타살설’ 등 각종 유언비어가 나도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부터 시중엔 정권이나 유 전 회장 측근에 의한 타살설이 나돌기도 했다.
또 전국을 수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해 할 만큼 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도 크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 검거를 위해 검찰이 이만큼 노력을 했는데 결국 역부족이었다는 점을 투명하게 알리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면서 “어차피 모든 추적 과정이 나중에 공개될 텐데 지금 공개하지 않으면 검찰이 마치 숨긴 것처럼 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최우열 dnsp@donga.com ·조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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