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식 ‘고속 출세’의 그늘

등록 2014.08.04.
얼마 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선에서 권은희 전 경정을 광주에 공천해 논란이 뜨겁던 시점이었다. ‘보상 공천’이 야당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데 모두 공감했다. 조직 생활에서 권은희 같은 상사나 부하를 만나 ‘지뢰를 밟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다는 데도 의견이 일치했다.

▷지난해 8월 국회의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권은희는 국정원 댓글 의혹 수사 과정에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 수사 축소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김수미 분석관 등 13명의 경찰관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어떤 형태의 외압도 없었고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리 현실에서 정치적 파장이 큰 민감한 사안에서 모든 사람이 입을 맞춰 거짓말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법원은 김용판에 대한 1심과 2심 재판에서 권은희의 주장을 배척했다.

▷권은희는 약 1년간 변호사를 한 뒤 31세 때인 2005년 경정으로 특채됐다가 올해 6월 경찰을 떠났다. ‘정의의 화신’인 양 목소리를 높였지만 변호사 시절의 위증 교사 의혹, 석사 논문 표절 의혹, 남편 재산 축소신고 의혹 등 구악 정치인 뺨치는 하자투성이였다. 공병호 박사는 “권은희 논문은 도덕적 책임은 물론이고 법적 책임도 져야 할 100% 표절 논문”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에서도 김용판의 무죄가 확정된다면 권은희는 청문회 위증 혐의로 사법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불과 40세의 나이에 금배지를 달았지만 ‘권은희식 고속 출세’의 그늘은 짙다. 앞으로 ‘제2의 권은희식 한방’을 꿈꾸며 정치권과 유착하려는 공무원이 속출할지 모른다. 자신만의 현실 인식에 매몰돼 언제라도 뒤통수를 칠 수 있는 동료가 없는지 경계하면서 살아야 한다면 피곤한 일이다. 권은희가 본인의 희망대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배치돼 상사였던 경찰 간부들에게 호통을 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코미디다. 권은희의 국회 입성은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얼마 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선에서 권은희 전 경정을 광주에 공천해 논란이 뜨겁던 시점이었다. ‘보상 공천’이 야당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데 모두 공감했다. 조직 생활에서 권은희 같은 상사나 부하를 만나 ‘지뢰를 밟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다는 데도 의견이 일치했다.

▷지난해 8월 국회의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권은희는 국정원 댓글 의혹 수사 과정에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 수사 축소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김수미 분석관 등 13명의 경찰관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어떤 형태의 외압도 없었고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리 현실에서 정치적 파장이 큰 민감한 사안에서 모든 사람이 입을 맞춰 거짓말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법원은 김용판에 대한 1심과 2심 재판에서 권은희의 주장을 배척했다.

▷권은희는 약 1년간 변호사를 한 뒤 31세 때인 2005년 경정으로 특채됐다가 올해 6월 경찰을 떠났다. ‘정의의 화신’인 양 목소리를 높였지만 변호사 시절의 위증 교사 의혹, 석사 논문 표절 의혹, 남편 재산 축소신고 의혹 등 구악 정치인 뺨치는 하자투성이였다. 공병호 박사는 “권은희 논문은 도덕적 책임은 물론이고 법적 책임도 져야 할 100% 표절 논문”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에서도 김용판의 무죄가 확정된다면 권은희는 청문회 위증 혐의로 사법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불과 40세의 나이에 금배지를 달았지만 ‘권은희식 고속 출세’의 그늘은 짙다. 앞으로 ‘제2의 권은희식 한방’을 꿈꾸며 정치권과 유착하려는 공무원이 속출할지 모른다. 자신만의 현실 인식에 매몰돼 언제라도 뒤통수를 칠 수 있는 동료가 없는지 경계하면서 살아야 한다면 피곤한 일이다. 권은희가 본인의 희망대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배치돼 상사였던 경찰 간부들에게 호통을 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코미디다. 권은희의 국회 입성은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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