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니언시티, 일본군위안부 기림비 제막…‘할머니들의 피눈물’

등록 2014.08.06.
美 뉴저지주 유니언시티에 7번째 일본군위안부 기림비 제막

두 할머니는 꾹꾹 참았던 눈물을 끝내 쏟고 말았다. 그러자 모두 따라 울었다.

4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 주 유니언시티의 리버티플라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 뉴욕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세워진 이 기림비는 미국 전체에서는 일곱 번째다. 하지만 이 기림비는 미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세운 것이어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300여 명의 시민과 수십 명의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취재진은 두 할머니의 표정과 작은 몸짓에도 주목했다. 한국에서 온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7) 강일출 할머니(86).

두 할머니는 단상에서 유니언시티 관계자들의 인사말을 동시 통역기를 통해 가만히 듣고 있었다. 브라이언 스택 유니언시티 시장은 “위안부 문제는 여성 인권과 교육의 문제다. 자유와 인권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젊은이들에게 과거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가르쳐야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유니언시티에 ‘기림비 건립을 중단해 달라’는 서한을 보낸 일본 정부에 대한 공식 답변인 셈이라고 시 관계자가 설명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최초의 브로드웨이 영어 연극인 ‘컴포트(comfort)’의 공동 제작자이자 배우인 루치오 페르난데스 시의원은 기림비와 연극 등에 대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10대 소녀들이 하루 50번에서 200번씩 강간당하게 만든 게 지나친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내 두 할머니의 차례. 이 할머니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15세에 끌려갔어요. 우리가 위안부입니까. 위안부 아닙니다. 강제로 끌려갔는데 왜 위안부입니까. 너무 억울합니다. 그런데도 일본은 ‘강제로 안 데려갔다. (위안부를) 잘 대해줬다. 위안부는 돈 벌러 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게 옳습니까.”

브라이언 시장 등 시 관계자들은 모두 일어서서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경청했다. 이 할머니는 “우린 살아 있으니까 이렇게 여러분 앞에서 말하고 있지만 먼저 간 사람은 얼마나 한을 품고 갔겠는가 생각해 보라. 그곳은 사람 살 곳이 아니었다. 사람 잡는 도살장이었다”고 덧붙였다.

강 할머니는 “7남매 중 막내였는데 일본 순사가 어느 날 집에 와서 ‘무조건 따라 오라’며 나를 중국으로 끌고 갔다”고 말했다. 강 할머니는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 그 (위안부 피해) 얘기는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어서 밤에 혼자 화장실에서 하나님에게만 말했다”고 했다. 눈물이 터졌다.

두 할머니는 ‘위안부가 일본군에 강제 동원된 성노예였다’는 문구가 새겨진 기림비를 제막할 때도 무릎 꿇고 기도를 올리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두 할머니는 이날 “우리가 거짓말하는지, 일본 정부가 거짓말하는지 직접 따져보자”고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현지 일본 총영사관이 유니언시티 관계자에게 ‘이번 기림비 설치는 일본의 생각과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다’고 누차 이야기하고 있다. 지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美 뉴저지주 유니언시티에 7번째 일본군위안부 기림비 제막

두 할머니는 꾹꾹 참았던 눈물을 끝내 쏟고 말았다. 그러자 모두 따라 울었다.

4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 주 유니언시티의 리버티플라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 뉴욕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세워진 이 기림비는 미국 전체에서는 일곱 번째다. 하지만 이 기림비는 미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세운 것이어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300여 명의 시민과 수십 명의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취재진은 두 할머니의 표정과 작은 몸짓에도 주목했다. 한국에서 온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7) 강일출 할머니(86).

두 할머니는 단상에서 유니언시티 관계자들의 인사말을 동시 통역기를 통해 가만히 듣고 있었다. 브라이언 스택 유니언시티 시장은 “위안부 문제는 여성 인권과 교육의 문제다. 자유와 인권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젊은이들에게 과거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가르쳐야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유니언시티에 ‘기림비 건립을 중단해 달라’는 서한을 보낸 일본 정부에 대한 공식 답변인 셈이라고 시 관계자가 설명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최초의 브로드웨이 영어 연극인 ‘컴포트(comfort)’의 공동 제작자이자 배우인 루치오 페르난데스 시의원은 기림비와 연극 등에 대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10대 소녀들이 하루 50번에서 200번씩 강간당하게 만든 게 지나친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내 두 할머니의 차례. 이 할머니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15세에 끌려갔어요. 우리가 위안부입니까. 위안부 아닙니다. 강제로 끌려갔는데 왜 위안부입니까. 너무 억울합니다. 그런데도 일본은 ‘강제로 안 데려갔다. (위안부를) 잘 대해줬다. 위안부는 돈 벌러 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게 옳습니까.”

브라이언 시장 등 시 관계자들은 모두 일어서서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경청했다. 이 할머니는 “우린 살아 있으니까 이렇게 여러분 앞에서 말하고 있지만 먼저 간 사람은 얼마나 한을 품고 갔겠는가 생각해 보라. 그곳은 사람 살 곳이 아니었다. 사람 잡는 도살장이었다”고 덧붙였다.

강 할머니는 “7남매 중 막내였는데 일본 순사가 어느 날 집에 와서 ‘무조건 따라 오라’며 나를 중국으로 끌고 갔다”고 말했다. 강 할머니는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 그 (위안부 피해) 얘기는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어서 밤에 혼자 화장실에서 하나님에게만 말했다”고 했다. 눈물이 터졌다.

두 할머니는 ‘위안부가 일본군에 강제 동원된 성노예였다’는 문구가 새겨진 기림비를 제막할 때도 무릎 꿇고 기도를 올리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두 할머니는 이날 “우리가 거짓말하는지, 일본 정부가 거짓말하는지 직접 따져보자”고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현지 일본 총영사관이 유니언시티 관계자에게 ‘이번 기림비 설치는 일본의 생각과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다’고 누차 이야기하고 있다. 지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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