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고려인 통일대장정] 통일 향한 40일 질주
등록 2014.08.18.“마침내 우리가 바라던 일을 해냈습니다. 우라(러시아어로 ‘만세’)!”
16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 출입사무소 1층 입경장에 들어선 김 에르네스트 니콜라예비치 씨(54)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렇게 외쳤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고려인 자동차 랠리 팀을 이끌고 평양과 개성을 거쳐 이날 고려인 역사상 처음으로 남한으로 넘어왔다.
모스크바 주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그는 이번 자동차 대장정의 현장 단장을 맡았다. 그는 “20년 전부터 자동차를 직접 몰고 북한과 남한을 횡단하는 꿈을 꿨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결국 그는 고려인 30여 명과 함께 1만5000km를 달려 한국에 도착해 꿈을 이뤘다.
14일 평양 거쳐 고려인 자동차 랠리팀이 14일 북한 평양에 도착해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을 지나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군사분계선을 통과할 때 소감은….
“우리 조상들은 한반도에 살았지만 러시아 시민권자인 내가 분단의 상징인 이 선을 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될 것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 군사분계선을 ‘38선’이라고 말했다. ‘군사분계선을 몰랐느냐’고 묻자 “많은 고려인들은 그것을 38선으로 알고 있는데 돌아가서 다시 알려주겠다. 남과 북을 갈라놓고 있기 때문에 ‘분단선’이라고 불러도 되겠다”고 했다.
―랠리의 단장을 맡아 개인적 감회도 클 텐데….
“지금까지 자동차를 몰고 세 차례 시베리아 횡단을 했다. 하지만 한반도 횡단은 꿈도 꾸지 못했다. 2년 전엔 북한 접경지인 러시아 하산까지 자동차를 몰고 왔지만 국경도 넘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할아버지 고향인 나진 땅을 밟아 보고 싶었는데….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얼굴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할아버지인 고 김화삼 씨는 1920년대 초 함경도 나진 어촌마을에서 고기잡이를 하다가 러시아 연해주로 건너갔다. 아버지인 고 김 니콜라이 블라디미로비치 씨는 11세 때인 1937년 이오시프 스탈린 통치 아래서 강제추방 명령을 받고 할아버지와 함께 우즈베키스탄으로 쫓겨 갔다. 스탈린은 일본 여권을 갖고 있다가 소련 시민으로 바뀐 그의 할아버지에게 ‘일본의 스파이’라는 누명을 씌웠다.
―군사분계선을 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변수는….
“러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 남북한 당국의 협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러시아는 예산을 뒷받침하며 북한을 설득하는 데 앞장섰다. 남북한 당국자들도 고려인 행사에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내비치고 실제로 도와줬다.”
16일 분단선 지나 북한 개성을 통과한 랠리팀이 16일 경기 파주시 경의선도로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 한국 땅으로 들어오고 있다.―북한을 돌면서 무엇을 느꼈나.
“우선 할아버지 고향인 나진을 거쳐 오면서 ‘자연이 참 아름답다’는 인상이 남았다. 개성을 떠날 때 북한 어린이들이 1km 구간을 늘어서서 ‘조국 통일’을 외치며 환송했다.”
―이번 횡단이 통일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가.
“남북한 대화가 막혀 있는 현실에서 하나의 큰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랠리는 고려인 사회에서 의미가 크지만 남북한 쪽에서 보자면 정치 행사도, 스포츠나 문화 행사도 아니다. 이번 행사에서도 느꼈지만 분단선을 뚫는 데는 지혜와 용기도 필요하다.”
―북한에서 군사분계선 통과를 대가로 자동차 기증을 요구했나.
“자동차 3대를 주고 남한으로 넘어왔다. 더 자세한 사정은 대답하기 곤란하다.”
―한국 동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우리의 꿈과 연결된 일이 널리 전파되길 바란다. 우리는 스탈린 치하에서 압박을 받았던 소수 민족이다. 그래도 꿈을 잃지 않았다. 앞으로 한반도에서 러시아로 나아가면서 남북한 주민과 고려인이 상생하는 길을 찾아주길 바란다.”
도라산=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러시아 고려인 통일대장정]랠리팀 이끈 金에르네스트 단장
“마침내 우리가 바라던 일을 해냈습니다. 우라(러시아어로 ‘만세’)!”
16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 출입사무소 1층 입경장에 들어선 김 에르네스트 니콜라예비치 씨(54)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렇게 외쳤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고려인 자동차 랠리 팀을 이끌고 평양과 개성을 거쳐 이날 고려인 역사상 처음으로 남한으로 넘어왔다.
모스크바 주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그는 이번 자동차 대장정의 현장 단장을 맡았다. 그는 “20년 전부터 자동차를 직접 몰고 북한과 남한을 횡단하는 꿈을 꿨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결국 그는 고려인 30여 명과 함께 1만5000km를 달려 한국에 도착해 꿈을 이뤘다.
14일 평양 거쳐 고려인 자동차 랠리팀이 14일 북한 평양에 도착해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을 지나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군사분계선을 통과할 때 소감은….
“우리 조상들은 한반도에 살았지만 러시아 시민권자인 내가 분단의 상징인 이 선을 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될 것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 군사분계선을 ‘38선’이라고 말했다. ‘군사분계선을 몰랐느냐’고 묻자 “많은 고려인들은 그것을 38선으로 알고 있는데 돌아가서 다시 알려주겠다. 남과 북을 갈라놓고 있기 때문에 ‘분단선’이라고 불러도 되겠다”고 했다.
―랠리의 단장을 맡아 개인적 감회도 클 텐데….
“지금까지 자동차를 몰고 세 차례 시베리아 횡단을 했다. 하지만 한반도 횡단은 꿈도 꾸지 못했다. 2년 전엔 북한 접경지인 러시아 하산까지 자동차를 몰고 왔지만 국경도 넘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할아버지 고향인 나진 땅을 밟아 보고 싶었는데….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얼굴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할아버지인 고 김화삼 씨는 1920년대 초 함경도 나진 어촌마을에서 고기잡이를 하다가 러시아 연해주로 건너갔다. 아버지인 고 김 니콜라이 블라디미로비치 씨는 11세 때인 1937년 이오시프 스탈린 통치 아래서 강제추방 명령을 받고 할아버지와 함께 우즈베키스탄으로 쫓겨 갔다. 스탈린은 일본 여권을 갖고 있다가 소련 시민으로 바뀐 그의 할아버지에게 ‘일본의 스파이’라는 누명을 씌웠다.
―군사분계선을 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변수는….
“러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 남북한 당국의 협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러시아는 예산을 뒷받침하며 북한을 설득하는 데 앞장섰다. 남북한 당국자들도 고려인 행사에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내비치고 실제로 도와줬다.”
16일 분단선 지나 북한 개성을 통과한 랠리팀이 16일 경기 파주시 경의선도로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 한국 땅으로 들어오고 있다.―북한을 돌면서 무엇을 느꼈나.
“우선 할아버지 고향인 나진을 거쳐 오면서 ‘자연이 참 아름답다’는 인상이 남았다. 개성을 떠날 때 북한 어린이들이 1km 구간을 늘어서서 ‘조국 통일’을 외치며 환송했다.”
―이번 횡단이 통일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가.
“남북한 대화가 막혀 있는 현실에서 하나의 큰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랠리는 고려인 사회에서 의미가 크지만 남북한 쪽에서 보자면 정치 행사도, 스포츠나 문화 행사도 아니다. 이번 행사에서도 느꼈지만 분단선을 뚫는 데는 지혜와 용기도 필요하다.”
―북한에서 군사분계선 통과를 대가로 자동차 기증을 요구했나.
“자동차 3대를 주고 남한으로 넘어왔다. 더 자세한 사정은 대답하기 곤란하다.”
―한국 동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우리의 꿈과 연결된 일이 널리 전파되길 바란다. 우리는 스탈린 치하에서 압박을 받았던 소수 민족이다. 그래도 꿈을 잃지 않았다. 앞으로 한반도에서 러시아로 나아가면서 남북한 주민과 고려인이 상생하는 길을 찾아주길 바란다.”
도라산=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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