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나무 쓰러져야 돌볼텐가

등록 2014.08.20.
7월 창덕궁 회화나무 피해에도 “예산없다” 老木 방치

7월 24일 천연기념물 472호인 창덕궁 회화나무 8그루 가운데 한 그루가 쓰러졌다. 당시 중부 지방에는 강풍과 함께 집중호우가 내렸고 회화나무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넘어진 것이다. 문화재청은 수령 300∼400년으로 추정되는 높이 10m의 이 나무를 바로 세웠지만 회복할지는 불투명하다. 나무는 한 번 쓰러지면 그 충격에 뿌리가 대부분 끊어져 원상태로 돌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나무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5월까지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펼친 ‘문화재 특별점검’에서 이미 ‘주의’ 판정을 받았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급박하게 보존 조치를 할 필요성이 없다’는 당국의 판단에 따라 방치됐다가 결국 천연기념물 하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창덕궁 회화나무처럼 보존 조치가 필요한 ‘문화재급 나무’는 서울 시내에 더 있지만 서울시는 예산 확보 미비 등을 이유로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안에 있는 천연기념물 8호 ‘재동 백송(白松)’과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안에 있는 천연기념물 9호 ‘조계사 백송’ 역시 그렇다. 두 소나무는 중국을 왕래하는 사신들이 묘목을 가져다가 심은 것으로 추정되며, 재동 백송은 수령이 약 600년, 조계사 백송은 약 500년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이번 특별점검 전인 지난해 11월 ‘천연기념물(식물-노거수·老巨樹) 실태조사 보고서’를 내고 서울시에 두 백송에 대한 조치 필요 의견을 보냈다. 창덕궁 회화나무는 궁내에 있어 문화재청의 관리를 받지만, 두 백송은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어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두 백송에 대한 안전조치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동 백송은 △나무 주변 석축으로 생육 환경이 원활하지 못해 석축 제거 필요 △나뭇잎의 양이 많아 나무의 넘어짐 및 재해 위험이 매우 높아 지지대 추가 설치 요망 △부러진 나무 끝에 부패 부위가 확산되고 있어 외과 수술 필요 등의 지적이 나왔다.

조계사 백송은 △나무 옆에 종교시설물(대형 석불)이 있어 땅에 가해지는 압력 피해가 우려되고 △나무 주변에 자갈이 깔려 있어 흙으로 복토할 필요가 있고 △나무가 대웅전 방향으로 기울고 있어 지지대를 추가로 설치하고 △폐쇄형 목재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게 좋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서울시의 보완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와 종로구는 지난달 창덕궁 회화나무가 쓰러진 뒤에야 부랴부랴 두 백송의 현장 점검을 나갔다. 서울시는 올해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보완 조치를 내년으로 미룬 상태다. 당장 늦은 장마나 태풍이 올 경우 두 백송에도 위기가 찾아올 수 있지만, 창덕궁 회화나무가 쓰러졌음에도 천연기념물 안전조치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문화재보존팀 관계자는 “올해 예산이 확정된 뒤 문화재청의 조치 의견이 내려와 따로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내년에 문화재청의 지적 사항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7월 창덕궁 회화나무 피해에도 “예산없다” 老木 방치

7월 24일 천연기념물 472호인 창덕궁 회화나무 8그루 가운데 한 그루가 쓰러졌다. 당시 중부 지방에는 강풍과 함께 집중호우가 내렸고 회화나무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넘어진 것이다. 문화재청은 수령 300∼400년으로 추정되는 높이 10m의 이 나무를 바로 세웠지만 회복할지는 불투명하다. 나무는 한 번 쓰러지면 그 충격에 뿌리가 대부분 끊어져 원상태로 돌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나무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5월까지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펼친 ‘문화재 특별점검’에서 이미 ‘주의’ 판정을 받았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급박하게 보존 조치를 할 필요성이 없다’는 당국의 판단에 따라 방치됐다가 결국 천연기념물 하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창덕궁 회화나무처럼 보존 조치가 필요한 ‘문화재급 나무’는 서울 시내에 더 있지만 서울시는 예산 확보 미비 등을 이유로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안에 있는 천연기념물 8호 ‘재동 백송(白松)’과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안에 있는 천연기념물 9호 ‘조계사 백송’ 역시 그렇다. 두 소나무는 중국을 왕래하는 사신들이 묘목을 가져다가 심은 것으로 추정되며, 재동 백송은 수령이 약 600년, 조계사 백송은 약 500년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이번 특별점검 전인 지난해 11월 ‘천연기념물(식물-노거수·老巨樹) 실태조사 보고서’를 내고 서울시에 두 백송에 대한 조치 필요 의견을 보냈다. 창덕궁 회화나무는 궁내에 있어 문화재청의 관리를 받지만, 두 백송은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어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두 백송에 대한 안전조치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동 백송은 △나무 주변 석축으로 생육 환경이 원활하지 못해 석축 제거 필요 △나뭇잎의 양이 많아 나무의 넘어짐 및 재해 위험이 매우 높아 지지대 추가 설치 요망 △부러진 나무 끝에 부패 부위가 확산되고 있어 외과 수술 필요 등의 지적이 나왔다.

조계사 백송은 △나무 옆에 종교시설물(대형 석불)이 있어 땅에 가해지는 압력 피해가 우려되고 △나무 주변에 자갈이 깔려 있어 흙으로 복토할 필요가 있고 △나무가 대웅전 방향으로 기울고 있어 지지대를 추가로 설치하고 △폐쇄형 목재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게 좋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서울시의 보완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와 종로구는 지난달 창덕궁 회화나무가 쓰러진 뒤에야 부랴부랴 두 백송의 현장 점검을 나갔다. 서울시는 올해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보완 조치를 내년으로 미룬 상태다. 당장 늦은 장마나 태풍이 올 경우 두 백송에도 위기가 찾아올 수 있지만, 창덕궁 회화나무가 쓰러졌음에도 천연기념물 안전조치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문화재보존팀 관계자는 “올해 예산이 확정된 뒤 문화재청의 조치 의견이 내려와 따로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내년에 문화재청의 지적 사항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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