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김영오 막말과 싸가지 없는 진보
등록 2014.09.01.단식 38일째, 대통령 면담 신청서만 작성하겠다는데도 경찰들이 막아서자 분노가 폭발한 건 안다. 이혼을 했고, 딸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이 더 가슴 아파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목숨을 걸었다는 점도 이해한다. 그럼에도 “이런 개××들이 웃고 그러니까 대통령이란 ×이 똑같은 거야. 씨××이지”라는 28일 욕설 동영상은 근엄한 검사장이 바바리맨이라는 사실보다 경악스럽다.
2012년 총선 직전, ‘나는 꼼수다’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여성비하 막말이 불거졌을 때도 그랬다. 이런 사람한테 제1야당이 휘둘린다는 건 국민적 자존심 문제였다. 이미 대선주자급 대우를 받던 문재인의 태도는 더 황당했다. 김용민을 싸고돌았고, 결과는 참패였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김 씨의 단식 중단을 발표하며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에게 단식을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가라고 그의 뜻을 하교했고, 문재인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최선을 다하되 가장 중요한 것은 유족의 의사 반영”이라고 다짐했다.
물론 김 씨는 새정연 의원 후보로 나중에 전략공천 될지 몰라도 지금은 무관하다. 그럼에도 시중엔 ‘박영선 위에 문재인, 문재인 위에 김영오’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자식 잃은 부모 심정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사람에게는 지켜야 할 기본이 있다. 대통령에 대해선 미국인도 ‘시민종교의 최고성직자’로 여겨 함부로 하지 않는다고 버지니아대 조너선 하이트 교수는 지적했다. 국가와 가족, 법과 규범 같은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우파가 김 씨에게 더 분노하는 것도 그 위아래 없고,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듯한 태도 때문이다. 그런 김 씨한테 절절매는 문재인과 새정연이 기가 막히고, 그런 정당이 정의나 ‘사람 사는 세상’을 소리 높여 외치기에 더 아니꼬운 것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저서 ‘싸가지 없는 진보-진보의 최후 집권전략’에서 나꼼수가 결국 민주당에 독이 된 이유에 대해 “진보의 한 문화 장르로 머물러야 할 나꼼수가 진보정치를 진두지휘하는 위치로 격상됐다는 데 있다”고 했다. 나꼼수를 격상시켰던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이번엔 김 씨 영웅 만들기에 앞장서더니 급기야 진두지휘를 받기에 이르렀다.
대선 회고록에서 “우리가 민주화에 대한 헌신과 진보적 가치들에 대한 자부심으로…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라고 적었던 문재인이 손톱만큼이라도 반성했다면, 자기 당이 좀 달라지려고 몸부림칠 때마다 발목 잡아 민심을 잃게는 안 했을 거다. 이런 당을 강준만은 ‘왕싸가지’라고 했다.
문재인보다 더 기이한 모습은 박영선 원내대표와 그를 둘러싼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 486 정치인이다. 7·30 재·보선 참패 뒤 비상대책기구인 국민공감혁신위원장에 추대된 박영선은 “낡은 과거와 관행으로부터 어떻게 지혜롭게 결별하느냐가 당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더니 20일도 안 돼 김 씨 앞에 무릎을 꿇고 투쟁의 낡은 과거와 관행으로 돌아갔다.
박영선이 강경 선명 진보 좌클릭을 외치는 친노-486을 끊어낼 수만 있다면 ‘민주당의 박근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기대했다. 그러나 잠깐 온건 중도를 표방했던 486은 그가 자기 정치를 하는 듯하자 바로 주군(혹은 숙주)을 흔들어댔다. 박영선의 권력의지는 강했다. 자신이 타결한 여당과의 합의안이 두 번이나 당에서 비토당했으면 직(職)을 내놔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그는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겠다고 도로 강경으로 선회하고 말았다.
대체 박영선과 486은 왜 미래가 뻔한 길로 돌아선 것일까. 나는 머리를 쥐어뜯은 끝에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것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486에는 국가나 집권보다 계파가 우선이다. 실력이 없어 정책으로 민심을 얻기도 힘들다. 국회선진화법도 있으니 반대만 하면 되는 야당이 훨씬 편하다. 생계를 위해 금배지는 달아야겠고, 그러자면 내년 3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종북(從北)보다 무서운 종파(從派)주의가 여기 있었다.
이들 덕분에 정부여당은 적폐 청산이나 관피아 척결 없이도 잘하면 선거마다 이겨 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불쌍한 건 김 씨와 동급으로 여겨질 세월호 유족들, 그리고 이런 제1야당을 둔 국민뿐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지난주 채널A가 내보낸 세월호 유족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막말 동영상은 충격이었다.
단식 38일째, 대통령 면담 신청서만 작성하겠다는데도 경찰들이 막아서자 분노가 폭발한 건 안다. 이혼을 했고, 딸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이 더 가슴 아파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목숨을 걸었다는 점도 이해한다. 그럼에도 “이런 개××들이 웃고 그러니까 대통령이란 ×이 똑같은 거야. 씨××이지”라는 28일 욕설 동영상은 근엄한 검사장이 바바리맨이라는 사실보다 경악스럽다.
2012년 총선 직전, ‘나는 꼼수다’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여성비하 막말이 불거졌을 때도 그랬다. 이런 사람한테 제1야당이 휘둘린다는 건 국민적 자존심 문제였다. 이미 대선주자급 대우를 받던 문재인의 태도는 더 황당했다. 김용민을 싸고돌았고, 결과는 참패였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김 씨의 단식 중단을 발표하며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에게 단식을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가라고 그의 뜻을 하교했고, 문재인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최선을 다하되 가장 중요한 것은 유족의 의사 반영”이라고 다짐했다.
물론 김 씨는 새정연 의원 후보로 나중에 전략공천 될지 몰라도 지금은 무관하다. 그럼에도 시중엔 ‘박영선 위에 문재인, 문재인 위에 김영오’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자식 잃은 부모 심정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사람에게는 지켜야 할 기본이 있다. 대통령에 대해선 미국인도 ‘시민종교의 최고성직자’로 여겨 함부로 하지 않는다고 버지니아대 조너선 하이트 교수는 지적했다. 국가와 가족, 법과 규범 같은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우파가 김 씨에게 더 분노하는 것도 그 위아래 없고,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듯한 태도 때문이다. 그런 김 씨한테 절절매는 문재인과 새정연이 기가 막히고, 그런 정당이 정의나 ‘사람 사는 세상’을 소리 높여 외치기에 더 아니꼬운 것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저서 ‘싸가지 없는 진보-진보의 최후 집권전략’에서 나꼼수가 결국 민주당에 독이 된 이유에 대해 “진보의 한 문화 장르로 머물러야 할 나꼼수가 진보정치를 진두지휘하는 위치로 격상됐다는 데 있다”고 했다. 나꼼수를 격상시켰던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이번엔 김 씨 영웅 만들기에 앞장서더니 급기야 진두지휘를 받기에 이르렀다.
대선 회고록에서 “우리가 민주화에 대한 헌신과 진보적 가치들에 대한 자부심으로…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라고 적었던 문재인이 손톱만큼이라도 반성했다면, 자기 당이 좀 달라지려고 몸부림칠 때마다 발목 잡아 민심을 잃게는 안 했을 거다. 이런 당을 강준만은 ‘왕싸가지’라고 했다.
문재인보다 더 기이한 모습은 박영선 원내대표와 그를 둘러싼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 486 정치인이다. 7·30 재·보선 참패 뒤 비상대책기구인 국민공감혁신위원장에 추대된 박영선은 “낡은 과거와 관행으로부터 어떻게 지혜롭게 결별하느냐가 당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더니 20일도 안 돼 김 씨 앞에 무릎을 꿇고 투쟁의 낡은 과거와 관행으로 돌아갔다.
박영선이 강경 선명 진보 좌클릭을 외치는 친노-486을 끊어낼 수만 있다면 ‘민주당의 박근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기대했다. 그러나 잠깐 온건 중도를 표방했던 486은 그가 자기 정치를 하는 듯하자 바로 주군(혹은 숙주)을 흔들어댔다. 박영선의 권력의지는 강했다. 자신이 타결한 여당과의 합의안이 두 번이나 당에서 비토당했으면 직(職)을 내놔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그는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겠다고 도로 강경으로 선회하고 말았다.
대체 박영선과 486은 왜 미래가 뻔한 길로 돌아선 것일까. 나는 머리를 쥐어뜯은 끝에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것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486에는 국가나 집권보다 계파가 우선이다. 실력이 없어 정책으로 민심을 얻기도 힘들다. 국회선진화법도 있으니 반대만 하면 되는 야당이 훨씬 편하다. 생계를 위해 금배지는 달아야겠고, 그러자면 내년 3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종북(從北)보다 무서운 종파(從派)주의가 여기 있었다.
이들 덕분에 정부여당은 적폐 청산이나 관피아 척결 없이도 잘하면 선거마다 이겨 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불쌍한 건 김 씨와 동급으로 여겨질 세월호 유족들, 그리고 이런 제1야당을 둔 국민뿐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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