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원 전라연기 첫 도전… “온화한 신사 이미지 지워주세요”

등록 2014.09.16.
“명명백백한 피의 복수, 그게 바로 진정한 정의야!”(박상원)

“‘햄릿’은 복수를 초월하고 있어요. 그래서 ‘햄릿’이 뛰어난 작품이라는 거죠.”(김소희)

11일 연극 ‘고곤의 선물’ 연습이 진행되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습실. 천재 극작가 에드워드 역의 박상원(55)에겐 자유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김소희(44)는 이성적인 아내 헬렌이 돼 무게중심을 잡고 있었다.

18일 개막을 앞두고 두 사람을 만났다. 박상원은 김태훈과 더블 캐스팅됐다. 김소희는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무대다.

‘고곤의 선물’은 ‘에쿠우스’ ‘아마데우스’로 유명한 극작가 피터 섀퍼의 작품. 고곤은 메두사를 의미한다. 에드워드가 자살한 후 전처의 아들인 필립이 아버지의 전기를 쓰고 싶다며 헬렌을 찾아온다. 헬렌은 필립에게 전기를 완성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낸 후 극단적인 신념에 가득 찼던 에드워드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준다는 줄거리. 광기로 치달으며 끝내 자살한 에드워드의 궤적을 추리하듯 쫓아가며 복수와 화해를 논한다. 2008, 2009, 2012년 공연 모두 기립박수가 이어져 이번 무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상원은 “연기자로서 한 번은 해야 할 숙명 같은 역할”이라며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김소희는 “첫 공연보다 무뎌진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 더 깊이 들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처음 호흡을 맞추는 두 사람 사이에서는 편안한 공기가 감돌았다.

“소희 씨는 정확히 연기하고, 정리돼 있는 열정을 가진 배우예요. 이성적이고 똑 부러지는 게 헬렌과 비슷해요.”(박상원)

“신념을 지키는 데 있어 융통성이 없는 점은 저와 헬렌이 비슷한가 봐요. 박 선배는 편해요. 선배에게 ‘이렇게 하는 게 더 낫지 않나요’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데 쉽게 얘기할 수 있게 해주세요.”(김소희)

박상원은 에드워드를 표현하는 게 녹록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파괴적인 천재 에드워드를 본격적으로 분석하면서 ‘멘붕’이 됐어요. 내 연극적 상상력이 이토록 초라한 수준이었나 싶었거든요. 에드워드에게 지독한 창작의 고통이 느껴졌고, 그것이 절절히 와 닿았어요. 그걸 못 느꼈으면 멘붕을 떠나 한강에 떨어졌을 거예요.”(웃음)

‘고곤의 선물’은 난해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김소희는 “인간의 존재를 미세하고 깊이 있게 보여줌으로써 카타르시스와 충격을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박상원도 “‘우리끼리 놀지 말자’고 다짐할 만큼 관객과 소통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 툭 물음표를 던지는 데서 오는 매력을 맛볼 수 있다”고 거들었다.

박상원은 이번 무대에서 생애 처음으로 전라 연기에 도전한다.

“극작가이기 때문에 몸이 좋아서는 안 돼요. 하지만 관객에게 너무 보기 흉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잖아요? 그 접점을 찾아 수시로 팔굽혀펴기 등 운동을 하고 있어요.”(박상원)

아기자기하고 기획하는 걸 좋아하는 박상원은 ‘고곤의 선물’ 영문 글씨가 쓰인 검은색 후드티도 직접 디자인해 제작진에 나눠줬다. 개막일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D―7’을 벽에 붙이도록 한 것도 박상원이다. 두 사람은 그 숫자를 바라보며 “수능을 앞둔 것 같다”면서 웃었다. 18일∼10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만∼5만 원, 02-339-1111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명명백백한 피의 복수, 그게 바로 진정한 정의야!”(박상원)

“‘햄릿’은 복수를 초월하고 있어요. 그래서 ‘햄릿’이 뛰어난 작품이라는 거죠.”(김소희)

11일 연극 ‘고곤의 선물’ 연습이 진행되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습실. 천재 극작가 에드워드 역의 박상원(55)에겐 자유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김소희(44)는 이성적인 아내 헬렌이 돼 무게중심을 잡고 있었다.

18일 개막을 앞두고 두 사람을 만났다. 박상원은 김태훈과 더블 캐스팅됐다. 김소희는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무대다.

‘고곤의 선물’은 ‘에쿠우스’ ‘아마데우스’로 유명한 극작가 피터 섀퍼의 작품. 고곤은 메두사를 의미한다. 에드워드가 자살한 후 전처의 아들인 필립이 아버지의 전기를 쓰고 싶다며 헬렌을 찾아온다. 헬렌은 필립에게 전기를 완성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낸 후 극단적인 신념에 가득 찼던 에드워드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준다는 줄거리. 광기로 치달으며 끝내 자살한 에드워드의 궤적을 추리하듯 쫓아가며 복수와 화해를 논한다. 2008, 2009, 2012년 공연 모두 기립박수가 이어져 이번 무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상원은 “연기자로서 한 번은 해야 할 숙명 같은 역할”이라며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김소희는 “첫 공연보다 무뎌진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 더 깊이 들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처음 호흡을 맞추는 두 사람 사이에서는 편안한 공기가 감돌았다.

“소희 씨는 정확히 연기하고, 정리돼 있는 열정을 가진 배우예요. 이성적이고 똑 부러지는 게 헬렌과 비슷해요.”(박상원)

“신념을 지키는 데 있어 융통성이 없는 점은 저와 헬렌이 비슷한가 봐요. 박 선배는 편해요. 선배에게 ‘이렇게 하는 게 더 낫지 않나요’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데 쉽게 얘기할 수 있게 해주세요.”(김소희)

박상원은 에드워드를 표현하는 게 녹록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파괴적인 천재 에드워드를 본격적으로 분석하면서 ‘멘붕’이 됐어요. 내 연극적 상상력이 이토록 초라한 수준이었나 싶었거든요. 에드워드에게 지독한 창작의 고통이 느껴졌고, 그것이 절절히 와 닿았어요. 그걸 못 느꼈으면 멘붕을 떠나 한강에 떨어졌을 거예요.”(웃음)

‘고곤의 선물’은 난해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김소희는 “인간의 존재를 미세하고 깊이 있게 보여줌으로써 카타르시스와 충격을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박상원도 “‘우리끼리 놀지 말자’고 다짐할 만큼 관객과 소통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 툭 물음표를 던지는 데서 오는 매력을 맛볼 수 있다”고 거들었다.

박상원은 이번 무대에서 생애 처음으로 전라 연기에 도전한다.

“극작가이기 때문에 몸이 좋아서는 안 돼요. 하지만 관객에게 너무 보기 흉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잖아요? 그 접점을 찾아 수시로 팔굽혀펴기 등 운동을 하고 있어요.”(박상원)

아기자기하고 기획하는 걸 좋아하는 박상원은 ‘고곤의 선물’ 영문 글씨가 쓰인 검은색 후드티도 직접 디자인해 제작진에 나눠줬다. 개막일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D―7’을 벽에 붙이도록 한 것도 박상원이다. 두 사람은 그 숫자를 바라보며 “수능을 앞둔 것 같다”면서 웃었다. 18일∼10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만∼5만 원, 02-339-1111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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