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조용히 있고 싶어도 바람 잘 날 없구나

등록 2014.10.13.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나무는 조용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멎지 않으니….

요즘 대한불교조계종은 바람 잘 날 없는 고목 처지다. 조계종은 종단 명칭을 사용하고 승려 교육과 포교, 수계(受戒·계를 받는 것) 등에서 한 울타리에 있으면서도 종단에 등록하지 않았던 사찰들의 법인 등록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분종(分宗) 위기에 처했다. 대표적인 선승으로 종단 안팎에서 존경받아 온 용화선원 송담 스님(법보선원 이사장)도 최근 탈종(脫宗)을 선언했다.

○ ‘뜨거운 감자’ 법인관리법

조계종의 ‘뜨거운 감자’는 종단 내 모든 법인의 등록을 의무화한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법인관리법)’이다. 조계종은 이 법이 종단의 각종 법인 현황을 파악토록 해 종단 재정의 안정화와 효율적 관리, 나아가 사찰 사유화를 막기 위한 필수적 장치로 여기고 있다. 반면 등록을 거부하는 측에서는 총무원으로 상징되는 종단 행정에 불신을 표출하면서 이 법이 법인에 대한 불필요한 통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달 30일 법인 등록 마감시한까지 총 17개 대상 가운데 9곳만 등록했다. 일찌감치 등록 거부 뜻을 밝혀온 선학원과 법보선원 외에도 규모가 큰 능인선원, 재가 신자의 활동이 많은 경북 영천의 만불회도 등록을 거부했다. 다만 “보리동산, 옥련선원, 세등선원, 숭산국제선원은 기한을 넘겼지만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등록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조계종 총무원 측은 설명했다.

○ 분종 위기의 선학원

조계종 내 재단법인이면서도 독자적으로 활동해온 선학원의 경우 조계종과의 갈등이 이미 분종 단계로 접어들었다. 앞서 조계종의 사법부에 해당하는 호계원은 7일 선학원 이사장인 법진 스님에 대해 멸빈(滅빈·승적을 박탈해 영원히 종단에서 추방)을 확정했다. 법진 스님은 멸빈 확정 후 “법인 등록을 하지 않으면 (조계종이 담당하는) 승려 교육에서 선학원 승려에 대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나를 팔아서라도 도제들 교육만큼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학원은 현재 독자적인 승려증 발급을 비롯해 신규 사찰 등록, 승려의 교육과 승려 양성을 위한 기구 설립 등 조계종이 하고 있는 주요 업무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조계종에 따르면 17개 법인 소속 사찰을 뺀 종단 사찰은 3000여 개로 추산된다. 선학원도 300여 개라는 적지 않은 사찰이 있어 선학원 집행부 의지대로 분종이 현실화되면 조계종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 조계종 최고 선승의 탈종

재단법인 법보선원도 이사장인 송담 스님을 포함한 이사진 전원이 제적원을 조계종에 제출하고 승려증을 반납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법보선원 사태는 법인 등록 문제뿐 아니라 산하 사찰인 용주사 주지 선거에서 불거진 갈등, 총무원의 행정력과 도덕성에 대한 불신 등이 얽혀 있다.

종단의 한 관계자는 탈종 사태와 관련해 “송담 스님이 자신의 말을 쉽게 뒤집는 성격이 아니다”며 “‘종단에 가입하지 말라’는 스승 전강 스님의 유지가 있다지만 송담 스님의 탈종 선언은 총무원뿐 아니라 자신의 상좌들에 대한 큰 실망감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종단과 법보선원 모두 불교의 미래라는 명분을 강조하고 있어 의외로 쉽게 실마리가 풀릴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송담 스님의 마음을 풀기 위해 조카 제자뻘인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삼고초려와 종단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는 개혁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나무는 조용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멎지 않으니….

요즘 대한불교조계종은 바람 잘 날 없는 고목 처지다. 조계종은 종단 명칭을 사용하고 승려 교육과 포교, 수계(受戒·계를 받는 것) 등에서 한 울타리에 있으면서도 종단에 등록하지 않았던 사찰들의 법인 등록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분종(分宗) 위기에 처했다. 대표적인 선승으로 종단 안팎에서 존경받아 온 용화선원 송담 스님(법보선원 이사장)도 최근 탈종(脫宗)을 선언했다.

○ ‘뜨거운 감자’ 법인관리법

조계종의 ‘뜨거운 감자’는 종단 내 모든 법인의 등록을 의무화한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법인관리법)’이다. 조계종은 이 법이 종단의 각종 법인 현황을 파악토록 해 종단 재정의 안정화와 효율적 관리, 나아가 사찰 사유화를 막기 위한 필수적 장치로 여기고 있다. 반면 등록을 거부하는 측에서는 총무원으로 상징되는 종단 행정에 불신을 표출하면서 이 법이 법인에 대한 불필요한 통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달 30일 법인 등록 마감시한까지 총 17개 대상 가운데 9곳만 등록했다. 일찌감치 등록 거부 뜻을 밝혀온 선학원과 법보선원 외에도 규모가 큰 능인선원, 재가 신자의 활동이 많은 경북 영천의 만불회도 등록을 거부했다. 다만 “보리동산, 옥련선원, 세등선원, 숭산국제선원은 기한을 넘겼지만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등록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조계종 총무원 측은 설명했다.

○ 분종 위기의 선학원

조계종 내 재단법인이면서도 독자적으로 활동해온 선학원의 경우 조계종과의 갈등이 이미 분종 단계로 접어들었다. 앞서 조계종의 사법부에 해당하는 호계원은 7일 선학원 이사장인 법진 스님에 대해 멸빈(滅빈·승적을 박탈해 영원히 종단에서 추방)을 확정했다. 법진 스님은 멸빈 확정 후 “법인 등록을 하지 않으면 (조계종이 담당하는) 승려 교육에서 선학원 승려에 대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나를 팔아서라도 도제들 교육만큼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학원은 현재 독자적인 승려증 발급을 비롯해 신규 사찰 등록, 승려의 교육과 승려 양성을 위한 기구 설립 등 조계종이 하고 있는 주요 업무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조계종에 따르면 17개 법인 소속 사찰을 뺀 종단 사찰은 3000여 개로 추산된다. 선학원도 300여 개라는 적지 않은 사찰이 있어 선학원 집행부 의지대로 분종이 현실화되면 조계종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 조계종 최고 선승의 탈종

재단법인 법보선원도 이사장인 송담 스님을 포함한 이사진 전원이 제적원을 조계종에 제출하고 승려증을 반납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법보선원 사태는 법인 등록 문제뿐 아니라 산하 사찰인 용주사 주지 선거에서 불거진 갈등, 총무원의 행정력과 도덕성에 대한 불신 등이 얽혀 있다.

종단의 한 관계자는 탈종 사태와 관련해 “송담 스님이 자신의 말을 쉽게 뒤집는 성격이 아니다”며 “‘종단에 가입하지 말라’는 스승 전강 스님의 유지가 있다지만 송담 스님의 탈종 선언은 총무원뿐 아니라 자신의 상좌들에 대한 큰 실망감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종단과 법보선원 모두 불교의 미래라는 명분을 강조하고 있어 의외로 쉽게 실마리가 풀릴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송담 스님의 마음을 풀기 위해 조카 제자뻘인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삼고초려와 종단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는 개혁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더보기
공유하기 닫기

VODA 인기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