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中 상하이 신년행사서 36명 압사…‘비극이 된 새해맞이’

등록 2015.01.02.
상하이 신년행사서 36명 압사… 명소 천이광장에 몰린 수만명

서로 밀치면서 연쇄적으로 깔려 “살려달라” 비명도 소음에 묻혀

2015년 새해를 앞둔 지난해 12월 31일 밤 중국 상하이(上海)의 관광명소인 황푸(黃浦) 구 옌안둥(延安東)로 와이탄(外灘)의 천이(陳毅)광장.

영하를 오르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만 명의 인파가 광장을 가득 메운 채 송년 및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황푸 강 건너 푸둥(浦東)의 둥팡밍주(東方明珠)에서는 전광판에 표시된 숫자가 줄어들면서 새해가 다가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새해를 맞을 기대에 부풀어 있던 오후 11시 35분경 갑자기 인근 빌딩 18층짜리 건물 3층 술집 창문에서 종이가 뿌려지자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했다. 현지 매체인 둥팡왕(東方網)은 “누군가 100달러짜리 지폐가 뿌려진다고 하자 그걸 주우려고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렸다”고 전했다. 이 종이는 진짜 돈이 아니라 미화 100달러를 배경으로 넣은 술집광고 쿠폰이었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종이를 주우려고 모여들면서 축제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광장과 큰길을 잇는 계단에 사람들이 가득 찬 상태에서 아래로 내려가려는 인파와 위로 올라가려는 인파가 뒤엉키면서 깔리기 시작한 것. 한 여성은 런민(人民)일보와 인터뷰에서 “계단 중간에 갇혀 있었는데 갑자기 소녀들이 비명을 지르며 먼저 넘어졌고 사람들이 줄줄이 쓰러졌다”며 “열두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 보니 아들의 온몸에 신발 자국이 찍혀 있었고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며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중국 반관영통신 중국신원왕(中國新聞網)도 황푸 강을 따라 세워진 방심(防a)벽 쪽에 서 있던 여성 한 명이 뒤쪽으로 쓰러지면서 연쇄적으로 사람들이 쓰러졌다며 놀란 군중이 서로 밀치면서 순식간에 이곳저곳에서 연쇄적으로 깔렸고 “나 죽는다”는 비명으로 아비규환이 되었다고 전한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목격자는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서로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이내 소음에 묻혔다”고 전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쓰러진 사람들을 끌어내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사고 소식을 들은 인근 ‘상하이시 제1인민의원’, 루이진(瑞金)의원, 장정(長征)의원 등에서 구급차들이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했지만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 시민들을 차가운 도로 바닥에 뉘여 놓고 흉부압박이나 구강호흡 등을 통해 응급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부상자들과 사망자가 옮겨지고 남은 현장에는 가방 휴대전화 신발 목도리 등이 나뒹굴었고 일부 물건들은 피범벅이 된 상태였다.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은 중단되고 광장은 정적에 싸였다. 10여 분 만에 36명이 압사하고 47명이 부상한 이번 참사에서 사망자 36명 중 25명은 16∼36세의 여성이고 나머지 10명은 남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화통신은 부상자 47명의 대부분이 20세 안팎의 젊은 여성들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가까운 ‘상하이시 제1인민의원’의 응급실은 압사 환자들로 바닥까지 가득 차 북새통을 이뤘다. 10세가 채 안 되는 한 여자아이는 입에서 피를 토하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고 중국 언론이 전했다.

이번 참사는 안전 불감증에 따른 전형적 인재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당국은 “천이광장 새해맞이 행사를 취소한다”고 예고했지만 몰리는 인파를 막지 못했다. 천이광장은 최첨단 고층 빌딩이 몰려 있는 상하이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지난해 새해맞이 행사 때에도 30여만 명의 인파가 몰려드는 바람에 당국이 질서 유지에 애를 먹었다.

대형 인파가 몰리면서 일어나는 압사사고는 후진국형 재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 1월 26일 목포행 완행열차를 타려던 승객들이 서울역 계단에서 집단으로 넘어져 31명이 압사하고 3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설을 이틀 앞두고 고향을 찾으려던 귀성객들이었다. 또 2001년 12월 31일 밤에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타종 행사를 보러 나온 인파에 깔려 다섯 살 난 남자아이가 숨지기도 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성동기 기자

상하이 신년행사서 36명 압사… 명소 천이광장에 몰린 수만명

서로 밀치면서 연쇄적으로 깔려 “살려달라” 비명도 소음에 묻혀

2015년 새해를 앞둔 지난해 12월 31일 밤 중국 상하이(上海)의 관광명소인 황푸(黃浦) 구 옌안둥(延安東)로 와이탄(外灘)의 천이(陳毅)광장.

영하를 오르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만 명의 인파가 광장을 가득 메운 채 송년 및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황푸 강 건너 푸둥(浦東)의 둥팡밍주(東方明珠)에서는 전광판에 표시된 숫자가 줄어들면서 새해가 다가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새해를 맞을 기대에 부풀어 있던 오후 11시 35분경 갑자기 인근 빌딩 18층짜리 건물 3층 술집 창문에서 종이가 뿌려지자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했다. 현지 매체인 둥팡왕(東方網)은 “누군가 100달러짜리 지폐가 뿌려진다고 하자 그걸 주우려고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렸다”고 전했다. 이 종이는 진짜 돈이 아니라 미화 100달러를 배경으로 넣은 술집광고 쿠폰이었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종이를 주우려고 모여들면서 축제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광장과 큰길을 잇는 계단에 사람들이 가득 찬 상태에서 아래로 내려가려는 인파와 위로 올라가려는 인파가 뒤엉키면서 깔리기 시작한 것. 한 여성은 런민(人民)일보와 인터뷰에서 “계단 중간에 갇혀 있었는데 갑자기 소녀들이 비명을 지르며 먼저 넘어졌고 사람들이 줄줄이 쓰러졌다”며 “열두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 보니 아들의 온몸에 신발 자국이 찍혀 있었고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며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중국 반관영통신 중국신원왕(中國新聞網)도 황푸 강을 따라 세워진 방심(防a)벽 쪽에 서 있던 여성 한 명이 뒤쪽으로 쓰러지면서 연쇄적으로 사람들이 쓰러졌다며 놀란 군중이 서로 밀치면서 순식간에 이곳저곳에서 연쇄적으로 깔렸고 “나 죽는다”는 비명으로 아비규환이 되었다고 전한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목격자는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서로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이내 소음에 묻혔다”고 전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쓰러진 사람들을 끌어내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사고 소식을 들은 인근 ‘상하이시 제1인민의원’, 루이진(瑞金)의원, 장정(長征)의원 등에서 구급차들이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했지만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 시민들을 차가운 도로 바닥에 뉘여 놓고 흉부압박이나 구강호흡 등을 통해 응급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부상자들과 사망자가 옮겨지고 남은 현장에는 가방 휴대전화 신발 목도리 등이 나뒹굴었고 일부 물건들은 피범벅이 된 상태였다.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은 중단되고 광장은 정적에 싸였다. 10여 분 만에 36명이 압사하고 47명이 부상한 이번 참사에서 사망자 36명 중 25명은 16∼36세의 여성이고 나머지 10명은 남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화통신은 부상자 47명의 대부분이 20세 안팎의 젊은 여성들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가까운 ‘상하이시 제1인민의원’의 응급실은 압사 환자들로 바닥까지 가득 차 북새통을 이뤘다. 10세가 채 안 되는 한 여자아이는 입에서 피를 토하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고 중국 언론이 전했다.

이번 참사는 안전 불감증에 따른 전형적 인재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당국은 “천이광장 새해맞이 행사를 취소한다”고 예고했지만 몰리는 인파를 막지 못했다. 천이광장은 최첨단 고층 빌딩이 몰려 있는 상하이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지난해 새해맞이 행사 때에도 30여만 명의 인파가 몰려드는 바람에 당국이 질서 유지에 애를 먹었다.

대형 인파가 몰리면서 일어나는 압사사고는 후진국형 재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 1월 26일 목포행 완행열차를 타려던 승객들이 서울역 계단에서 집단으로 넘어져 31명이 압사하고 3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설을 이틀 앞두고 고향을 찾으려던 귀성객들이었다. 또 2001년 12월 31일 밤에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타종 행사를 보러 나온 인파에 깔려 다섯 살 난 남자아이가 숨지기도 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성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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