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대신 빵 택한 이란 대통령 로하니의 실용주의

등록 2015.04.06.
역사적인 이란 핵협상 타결의 주역은 누가 뭐래도 파격적인 양보안을 받아들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67)이다. 5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등 주요 외신들은 개혁 성향을 가진 그의 실용적 접근법이 이번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란의 변화는 2013년 8월 온건개혁파로 분류되는 로하니가 11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민생 우선’과 ‘개혁개방’을 내걸고 당선된 그는 취임 직후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길에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통화하고 싶다”는 뜻을 백악관에 전했다. 1979년 친미(親美) 정권이 쫓겨난 뒤 34년 만에 미국-이란 정상 간 통화가 시작된 계기였다. 선진 주요 6개국과 이란 간의 7자 핵 회담은 바로 다음 달인 10월부터 시작됐다.

협상 타결 직후인 3일 로하니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오늘은 이란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날”이라며 “어떤 사람들은 이란이 세계와 맞서 싸우거나 열강에 굴복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이런 길들과 다른 제3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협상 타결 소식에 환호했던 수많은 이란 시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또 한 번 “고마워요, 로하니”라고 적었다.

기존 정치 지도자들이 핵을 선택한 대가로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바로 국민들이었다. 10년 이상 계속된 경제 제재로 한때 원유 수출로 넘쳐나던 이란의 외환보유액은 2012년 말 900억 달러(약 98조 원)에서 원유 수출이 대부분 막힌 지금은 700억 달러(약 76조 원)로 떨어졌고, 그나마 가용할 수 있는 액수는 150억 달러(약 16조 원) 미만에 불과하다. 이 금액은 이란이 석 달가량 버틸 수 있는 수입 물량 대금밖에 안 된다. 기업의 국내외 자산이 동결되면서 리알화 가치는 급락했다. 2012년 10월에는 하루 만에 18%나 떨어지기도 했다. 실업률은 2013년 16%, 물가상승률은 42.3%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해 이란은 북한과 핵·미사일 개발 협력을 강화하면서 맞서 왔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한 로하니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를 국정 최대 과제로 내세우면서 공기업 민영화, 외국인 투자 유치 등 개혁개방 정책을 단행해 왔다.

올 1월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고용 창출’ 행사에서 한 개막연설에는 그의 철학이 잘 담겨 있다. “고립돼 있으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 외국인투자가들이 이란에 오면 우리의 자주(independence)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여기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 상처 입은 이란 경제가 회생하려면 개방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정치를 위해 경제가 희생해 왔지만 이제 정치가 경제를 위해 희생할 때이다.”

로하니 취임 이후 2012, 2013년 연속 ―5.6%, ―1.7% 성장을 해온 이란은 지난해 1.5% 성장한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추산하고 있다. IMF는 최근 유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올해도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도 노선을 걷고 있긴 하지만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강공을 펴는 돌파력도 갖고 있다. 핵협상 타결에 비판적인 보수파들이 맹공을 퍼붓자 “국민투표로 묻겠다”고 맞대응하기도 했다.

이란 셈난 주 소르헤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법학박사 학위를 가진 성직자이기도 하지만 외교 협상 경험이 풍부해 ‘외교의 달인’으로도 통한다.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시절 초대 이란 핵 협상단 수석대표(2003∼2005년)를 지내면서 2004년 유엔 제재를 피하려고 우라늄 농축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실용성을 발휘하기도 했다. 성직자 출신이어서 1대 최고지도자인 호메이니와 함께 혁명주도세력으로 참여했고, 2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로부터도 신임을 받고 있다. 4일 내각회의에서서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조언으로 이번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협상의 공을 하메네이에게 돌리기도 했다.

이란·이라크전쟁 때는 군 지휘관을 지내기도 했으며 페르시아어를 비롯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아랍어에 능통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란의 많은 젊은이들은 정상적이고 번영된 국가를 바라고 있다”며 “핵협상 이후 불거지는 여러 논쟁에도 불구하고 향후 이란은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서방국가와 더 많은 일을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창봉 ceric@donga.com ·이유종 기자

역사적인 이란 핵협상 타결의 주역은 누가 뭐래도 파격적인 양보안을 받아들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67)이다. 5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등 주요 외신들은 개혁 성향을 가진 그의 실용적 접근법이 이번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란의 변화는 2013년 8월 온건개혁파로 분류되는 로하니가 11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민생 우선’과 ‘개혁개방’을 내걸고 당선된 그는 취임 직후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길에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통화하고 싶다”는 뜻을 백악관에 전했다. 1979년 친미(親美) 정권이 쫓겨난 뒤 34년 만에 미국-이란 정상 간 통화가 시작된 계기였다. 선진 주요 6개국과 이란 간의 7자 핵 회담은 바로 다음 달인 10월부터 시작됐다.

협상 타결 직후인 3일 로하니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오늘은 이란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날”이라며 “어떤 사람들은 이란이 세계와 맞서 싸우거나 열강에 굴복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이런 길들과 다른 제3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협상 타결 소식에 환호했던 수많은 이란 시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또 한 번 “고마워요, 로하니”라고 적었다.

기존 정치 지도자들이 핵을 선택한 대가로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바로 국민들이었다. 10년 이상 계속된 경제 제재로 한때 원유 수출로 넘쳐나던 이란의 외환보유액은 2012년 말 900억 달러(약 98조 원)에서 원유 수출이 대부분 막힌 지금은 700억 달러(약 76조 원)로 떨어졌고, 그나마 가용할 수 있는 액수는 150억 달러(약 16조 원) 미만에 불과하다. 이 금액은 이란이 석 달가량 버틸 수 있는 수입 물량 대금밖에 안 된다. 기업의 국내외 자산이 동결되면서 리알화 가치는 급락했다. 2012년 10월에는 하루 만에 18%나 떨어지기도 했다. 실업률은 2013년 16%, 물가상승률은 42.3%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해 이란은 북한과 핵·미사일 개발 협력을 강화하면서 맞서 왔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한 로하니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를 국정 최대 과제로 내세우면서 공기업 민영화, 외국인 투자 유치 등 개혁개방 정책을 단행해 왔다.

올 1월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고용 창출’ 행사에서 한 개막연설에는 그의 철학이 잘 담겨 있다. “고립돼 있으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 외국인투자가들이 이란에 오면 우리의 자주(independence)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여기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 상처 입은 이란 경제가 회생하려면 개방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정치를 위해 경제가 희생해 왔지만 이제 정치가 경제를 위해 희생할 때이다.”

로하니 취임 이후 2012, 2013년 연속 ―5.6%, ―1.7% 성장을 해온 이란은 지난해 1.5% 성장한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추산하고 있다. IMF는 최근 유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올해도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도 노선을 걷고 있긴 하지만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강공을 펴는 돌파력도 갖고 있다. 핵협상 타결에 비판적인 보수파들이 맹공을 퍼붓자 “국민투표로 묻겠다”고 맞대응하기도 했다.

이란 셈난 주 소르헤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법학박사 학위를 가진 성직자이기도 하지만 외교 협상 경험이 풍부해 ‘외교의 달인’으로도 통한다.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시절 초대 이란 핵 협상단 수석대표(2003∼2005년)를 지내면서 2004년 유엔 제재를 피하려고 우라늄 농축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실용성을 발휘하기도 했다. 성직자 출신이어서 1대 최고지도자인 호메이니와 함께 혁명주도세력으로 참여했고, 2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로부터도 신임을 받고 있다. 4일 내각회의에서서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조언으로 이번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협상의 공을 하메네이에게 돌리기도 했다.

이란·이라크전쟁 때는 군 지휘관을 지내기도 했으며 페르시아어를 비롯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아랍어에 능통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란의 많은 젊은이들은 정상적이고 번영된 국가를 바라고 있다”며 “핵협상 이후 불거지는 여러 논쟁에도 불구하고 향후 이란은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서방국가와 더 많은 일을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창봉 ceric@donga.com ·이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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