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서 고교생들 대규모 시위… “反아베”

등록 2015.08.04.
“아베로부터 미래를 지켜내자”… 집단자위권 강행에 반대 목소리

징병제 실시 가능성에 불안감… 정치에 무관심하던 젊은층 자극



일본 젊은이들이 화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밀어붙이는 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한 안보법제 때문이다.

2일 도쿄(東京) 젊음의 거리인 시부야(澁谷)에서는 수도권 고교생 그룹인 ‘틴스 소울(T-ns SOWL)’이 주도한 안보법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5000여 명이 거리를 메웠다. 고교생들은 랩 음악에 맞춰 “미래를 마음대로 결정하지 말라”, “아베 신조로부터 미래를 지켜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에는 대학생과 성인도 동참했다.

도쿄신문은 3일자 1면 톱으로 대서특필하며 “고교생의 대규모 정치 데모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일본에서는 고교생 시위뿐만 아니라 대학생과 젊은 엄마들의 데모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1960년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당시 총리가 미일 안보조약 개정을 밀어붙일 때 대학생 등 33만 시위대가 국회에 몰려든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와 함께 뉴욕에서 시작된 세대 간 경제 격차 항의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될 때도 일본 젊은이들은 침묵을 지켰다. 당시 일본 언론은 ‘일어서지 않는 일본 젊은이’ 등의 특집 기사를 게재하며 “풍족한 환경이 젊은이들의 반항심을 꺾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부의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는 시위에서도 젊은이들은 주축이 아니었다.

이처럼 ‘순했던’ 일본 젊은이들을 길거리로 내몬 배경에는 앞으로 징병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아베 총리는 최근 징병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1981년 답변서에서 헌법 18조가 금지하는 ‘의사에 반하는 고역(苦役)’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렸다”며 “명확한 헌법 위반”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이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 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하려는 것처럼 징병제에 대한 헌법 해석도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고 젊은이들은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자민당 내 대표적 ‘안보통’으로 불리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지방창생담당상은 2002년 중의원 헌법심사회에서 “징병제는 의사에 반하는 노예적 고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젊은층의 시위가 이미 중의원을 통과한 안보법제 성립을 막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당연한 삶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지금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아베 정권의 우경화 정책이 잠들어 있던 일본 젊은이들의 정치적 각성을 이끌어내고 있는 셈이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아베로부터 미래를 지켜내자”… 집단자위권 강행에 반대 목소리

징병제 실시 가능성에 불안감… 정치에 무관심하던 젊은층 자극



일본 젊은이들이 화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밀어붙이는 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한 안보법제 때문이다.

2일 도쿄(東京) 젊음의 거리인 시부야(澁谷)에서는 수도권 고교생 그룹인 ‘틴스 소울(T-ns SOWL)’이 주도한 안보법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5000여 명이 거리를 메웠다. 고교생들은 랩 음악에 맞춰 “미래를 마음대로 결정하지 말라”, “아베 신조로부터 미래를 지켜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에는 대학생과 성인도 동참했다.

도쿄신문은 3일자 1면 톱으로 대서특필하며 “고교생의 대규모 정치 데모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일본에서는 고교생 시위뿐만 아니라 대학생과 젊은 엄마들의 데모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1960년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당시 총리가 미일 안보조약 개정을 밀어붙일 때 대학생 등 33만 시위대가 국회에 몰려든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와 함께 뉴욕에서 시작된 세대 간 경제 격차 항의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될 때도 일본 젊은이들은 침묵을 지켰다. 당시 일본 언론은 ‘일어서지 않는 일본 젊은이’ 등의 특집 기사를 게재하며 “풍족한 환경이 젊은이들의 반항심을 꺾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부의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는 시위에서도 젊은이들은 주축이 아니었다.

이처럼 ‘순했던’ 일본 젊은이들을 길거리로 내몬 배경에는 앞으로 징병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아베 총리는 최근 징병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1981년 답변서에서 헌법 18조가 금지하는 ‘의사에 반하는 고역(苦役)’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렸다”며 “명확한 헌법 위반”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이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 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하려는 것처럼 징병제에 대한 헌법 해석도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고 젊은이들은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자민당 내 대표적 ‘안보통’으로 불리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지방창생담당상은 2002년 중의원 헌법심사회에서 “징병제는 의사에 반하는 노예적 고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젊은층의 시위가 이미 중의원을 통과한 안보법제 성립을 막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당연한 삶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지금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아베 정권의 우경화 정책이 잠들어 있던 일본 젊은이들의 정치적 각성을 이끌어내고 있는 셈이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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