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유럽 난민위기 현장을 가다…佛 칼레항 난민촌 르포

등록 2015.09.07.
[유럽 난민위기 현장을 가다]佛 칼레항 난민촌 르포



5일 프랑스 북부 칼레 항 인근 숲에 검은색 비닐로 만든 천막들이 거대한 난민촌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만 난민 3000∼4000명이 살고 있다.

터키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꼬마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으로 유럽 내 난민들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마침내 5일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헝가리에 있던 난민 1만 명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시리아 난민 1만5000여 명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1월 이후 아프리카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서유럽과 북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은 20여만 명에 달한다. 그들은 왜 목숨 걸고 조국을 떠나는 것일까.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 그리스 코스 섬과 함께 유럽행 난민 위기의 3대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프랑스 북부 칼레 항 난민촌에서 자유를 향해 목숨을 건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았다.

5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북부 칼레 항. 곧 영국으로 떠날 페리호 출발을 앞두고 항구 입구 도로에는 늘어선 대형 트럭과 승용차 사이로 곤봉을 손에 쥔 프랑스 경찰들이 50m 간격으로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숲 속에서 7, 8명이 몰려 나와 경찰들과 험악한 말싸움을 벌이는 사이 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동시다발로 가드레일을 뛰어넘어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무전기를 들고 있던 경찰들이 삽시간에 달려 나가 곤봉으로 쫓아냈다.

칼레 항은 도버 해협을 사이에 두고 영국 땅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곳. 지난달 28일과 29일 난민 2000여 명이 영국으로 가는 해저터널인 유로터널을 지나는 열차를 타기 위해 기습 진입을 시도하면서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곳이다. 여기서 열차를 타면 35분 만에 영국에 닿을 수 있다.



○ ‘정글’로 불리는 난민촌

항구 인근 숲 속에 위치한 난민촌으로 들어선 순간 ‘과연 이곳이 유럽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검은색 비닐로 둘러싼 판자촌 오두막, 구멍 난 수도 파이프에서 새어 나오는 물로 빨래하는 여인…. 거리엔 플라스틱 병들이 나뒹굴고, 쓰레기와 오물이 섞인 악취가 코를 찔렀다.

난민들은 3000∼4000명이 살고 있는 이 캠프를 ‘정글’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키 작은 관목과 덤불이 숲을 이룬 곳에 텐트들이 어지럽게 섞여 있으니 그야말로 정글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난민촌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 간이 공중화장실, 수도 시설, 음료수를 파는 상점과 식당, 카페, 학교, 모스크, 교회까지 있었다.

난민들 중에는 부상 때문에 악수를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많았다. 열차나 트럭 위에 올라타다가 손이 부러지거나 심하게 다쳤지만 병원에 갈 수도 없는 처지다.

세 살배기 아일란의 죽음이 알려진 직후여서 우선 시리아 난민들부터 만나 보았다. 이곳에 머물고 있는 시리아 사람들은 150여 명.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탈출했다는 카웨이 씨(21)는 “나도 터키에서 그리스로 가려고 밀수꾼에게 1200달러를 주고 고무보트를 탔는데 배가 높은 파도에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터져 나오던 여성과 아이들의 비명을 잊을 수가 없다”며 “아일란의 소식을 듣고 내 아이가 죽은 것 같아 펑펑 울었다”고 했다.

다마스쿠스대 2학년이라는 그는 군에 징집되는 것을 피해 탈출했다고 했다. 카웨이 씨는 “내가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면, 남을 죽여야만 하는 현실이 죽기보다 싫었다”고 했다.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여권을 구했다는 그는 레바논, 터키, 그리스,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헝가리를 거쳐서 이곳까지 오는 데 총 1만 유로(약 1330만 원) 가까이 들었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 청년 사피 씨(25)도 참혹한 조국의 현실을 피해 도망 나온 경우다. 3년간 미군 통역원으로 일했다는 그는 어느 날 탈레반이 마을에 들어와 미군에 협력했던 사람들을 차례로 끌고 갔는데 아버지도 그 과정에서 총살당했다고 한다. 사피 씨는 “지배자가 바뀌면 적과 아군이 바뀌어 서로 죽이고 있다”며 “영국 버밍엄 공장에서 일하는 사촌형이 있는데 나도 영어를 할 수 있으니 꼭 영국에 정착해 새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 목숨 걸고 열차로 뛰어드는 사람들

난민촌에는 매일 오후 5시 프랑스 구호단체들이 제공하는 급식을 받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로 긴 줄이 생긴다. 그리고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탈출이 시작된다. 경로는 다양하다.

우선 유로터널을 통과하는 영국행 화물열차에 몸을 실으려는 사람들이다. 난민촌에서 빠져나와 이들이 유로터널 선로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다. 경찰 눈에 띄지 않게 되도록 짙은 색 옷을 입고 약 12km를 걸은 뒤 선로 인근 도로 가드레일을 뛰어넘어 가슴 높이 덤불 숲 사이를 15분간 헤쳐 가면 선로 앞 5∼6m 높이 철조망을 만날 수 있다. 이 철조망을 넘어야 선로까지 접근할 수 있다.

이들은 새벽까지 화물열차 밑에 숨어 있다가 출발 직전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하는 기차 안으로 뛰어든다. 매일 밤 이런 시도를 하는 사람이 600명가량 된다고 한다.

또 다른 방법은 도버 해협을 오가는 페리(차량을 싣고 가는 배)에 실리는 트럭에 올라타는 것이다. 이 방법은 국제 밀수꾼들에게 1인당 1200유로(약 160만 원) 정도는 쥐여 주어야 한다. 트럭들 중에도 냉장 트럭은 경찰의 X선 검사로도 내부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더 비싸다.

이곳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이 있다. 1월부터 6월까지 난민 10명이 고속도로에서 트럭에 치여 죽었고 지난해 10월에는 시리아인 두 명이 해변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에리트레아에서 왔다는 마이사 씨(30·여)는 “내 친구는 유로터널 인근 고속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었다. 당시 경찰이 분사한 최루액을 눈에 맞고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태였다. 경찰이 친구를 죽음으로 몰았다”며 울먹였다.



○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이달 1일 유로터널에서는 150여 명의 난민이 한꺼번에 선로에 뛰어드는 바람에 열차가 멈춰 열차 안 승객들이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에어컨도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밤새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 후 프랑스 국영철도(SNCF) 측은 숲 속에 숨어 있다가 열차로 뛰어드는 난민을 더 쉽게 적발하기 위해 선로 주변 37ha에 자라고 있는 무성한 관목 숲을 쳐 냈다. 선로 주변에 높은 철제 울타리를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 소용은 없다. 밤마다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커터로 절단해 구멍을 만들기 때문이다. 칼레 항에도 500여 명의 경찰이 배치돼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경찰관 클로드 베리 씨(46)는 “며칠 전 밤에 수백 명이 여기저기서 동시에 몰려드는 바람에 제지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경우 열차 선로로 뛰어들어 운행을 방해하면 최대 6개월간 구류를 살거나, 3750유로의 벌금을 내야 하지만 지금은 난민들을 붙잡더라도 수십 km 밖 벌판에 ‘버리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올 상반기에만 1만8000명이 체포됐지만 거의 난민촌으로 다시 돌아왔다. 영국 경찰 당국은 칼레의 난민 10명 중 7명이 유로터널을 4개월 안에 통과해 영국으로 건너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칼레=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 난민위기 현장을 가다]佛 칼레항 난민촌 르포



5일 프랑스 북부 칼레 항 인근 숲에 검은색 비닐로 만든 천막들이 거대한 난민촌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만 난민 3000∼4000명이 살고 있다.

터키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꼬마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으로 유럽 내 난민들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마침내 5일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헝가리에 있던 난민 1만 명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시리아 난민 1만5000여 명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1월 이후 아프리카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서유럽과 북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은 20여만 명에 달한다. 그들은 왜 목숨 걸고 조국을 떠나는 것일까.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 그리스 코스 섬과 함께 유럽행 난민 위기의 3대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프랑스 북부 칼레 항 난민촌에서 자유를 향해 목숨을 건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았다.

5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북부 칼레 항. 곧 영국으로 떠날 페리호 출발을 앞두고 항구 입구 도로에는 늘어선 대형 트럭과 승용차 사이로 곤봉을 손에 쥔 프랑스 경찰들이 50m 간격으로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숲 속에서 7, 8명이 몰려 나와 경찰들과 험악한 말싸움을 벌이는 사이 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동시다발로 가드레일을 뛰어넘어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무전기를 들고 있던 경찰들이 삽시간에 달려 나가 곤봉으로 쫓아냈다.

칼레 항은 도버 해협을 사이에 두고 영국 땅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곳. 지난달 28일과 29일 난민 2000여 명이 영국으로 가는 해저터널인 유로터널을 지나는 열차를 타기 위해 기습 진입을 시도하면서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곳이다. 여기서 열차를 타면 35분 만에 영국에 닿을 수 있다.



○ ‘정글’로 불리는 난민촌

항구 인근 숲 속에 위치한 난민촌으로 들어선 순간 ‘과연 이곳이 유럽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검은색 비닐로 둘러싼 판자촌 오두막, 구멍 난 수도 파이프에서 새어 나오는 물로 빨래하는 여인…. 거리엔 플라스틱 병들이 나뒹굴고, 쓰레기와 오물이 섞인 악취가 코를 찔렀다.

난민들은 3000∼4000명이 살고 있는 이 캠프를 ‘정글’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키 작은 관목과 덤불이 숲을 이룬 곳에 텐트들이 어지럽게 섞여 있으니 그야말로 정글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난민촌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 간이 공중화장실, 수도 시설, 음료수를 파는 상점과 식당, 카페, 학교, 모스크, 교회까지 있었다.

난민들 중에는 부상 때문에 악수를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많았다. 열차나 트럭 위에 올라타다가 손이 부러지거나 심하게 다쳤지만 병원에 갈 수도 없는 처지다.

세 살배기 아일란의 죽음이 알려진 직후여서 우선 시리아 난민들부터 만나 보았다. 이곳에 머물고 있는 시리아 사람들은 150여 명.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탈출했다는 카웨이 씨(21)는 “나도 터키에서 그리스로 가려고 밀수꾼에게 1200달러를 주고 고무보트를 탔는데 배가 높은 파도에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터져 나오던 여성과 아이들의 비명을 잊을 수가 없다”며 “아일란의 소식을 듣고 내 아이가 죽은 것 같아 펑펑 울었다”고 했다.

다마스쿠스대 2학년이라는 그는 군에 징집되는 것을 피해 탈출했다고 했다. 카웨이 씨는 “내가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면, 남을 죽여야만 하는 현실이 죽기보다 싫었다”고 했다.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여권을 구했다는 그는 레바논, 터키, 그리스,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헝가리를 거쳐서 이곳까지 오는 데 총 1만 유로(약 1330만 원) 가까이 들었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 청년 사피 씨(25)도 참혹한 조국의 현실을 피해 도망 나온 경우다. 3년간 미군 통역원으로 일했다는 그는 어느 날 탈레반이 마을에 들어와 미군에 협력했던 사람들을 차례로 끌고 갔는데 아버지도 그 과정에서 총살당했다고 한다. 사피 씨는 “지배자가 바뀌면 적과 아군이 바뀌어 서로 죽이고 있다”며 “영국 버밍엄 공장에서 일하는 사촌형이 있는데 나도 영어를 할 수 있으니 꼭 영국에 정착해 새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 목숨 걸고 열차로 뛰어드는 사람들

난민촌에는 매일 오후 5시 프랑스 구호단체들이 제공하는 급식을 받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로 긴 줄이 생긴다. 그리고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탈출이 시작된다. 경로는 다양하다.

우선 유로터널을 통과하는 영국행 화물열차에 몸을 실으려는 사람들이다. 난민촌에서 빠져나와 이들이 유로터널 선로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다. 경찰 눈에 띄지 않게 되도록 짙은 색 옷을 입고 약 12km를 걸은 뒤 선로 인근 도로 가드레일을 뛰어넘어 가슴 높이 덤불 숲 사이를 15분간 헤쳐 가면 선로 앞 5∼6m 높이 철조망을 만날 수 있다. 이 철조망을 넘어야 선로까지 접근할 수 있다.

이들은 새벽까지 화물열차 밑에 숨어 있다가 출발 직전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하는 기차 안으로 뛰어든다. 매일 밤 이런 시도를 하는 사람이 600명가량 된다고 한다.

또 다른 방법은 도버 해협을 오가는 페리(차량을 싣고 가는 배)에 실리는 트럭에 올라타는 것이다. 이 방법은 국제 밀수꾼들에게 1인당 1200유로(약 160만 원) 정도는 쥐여 주어야 한다. 트럭들 중에도 냉장 트럭은 경찰의 X선 검사로도 내부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더 비싸다.

이곳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이 있다. 1월부터 6월까지 난민 10명이 고속도로에서 트럭에 치여 죽었고 지난해 10월에는 시리아인 두 명이 해변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에리트레아에서 왔다는 마이사 씨(30·여)는 “내 친구는 유로터널 인근 고속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었다. 당시 경찰이 분사한 최루액을 눈에 맞고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태였다. 경찰이 친구를 죽음으로 몰았다”며 울먹였다.



○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이달 1일 유로터널에서는 150여 명의 난민이 한꺼번에 선로에 뛰어드는 바람에 열차가 멈춰 열차 안 승객들이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에어컨도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밤새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 후 프랑스 국영철도(SNCF) 측은 숲 속에 숨어 있다가 열차로 뛰어드는 난민을 더 쉽게 적발하기 위해 선로 주변 37ha에 자라고 있는 무성한 관목 숲을 쳐 냈다. 선로 주변에 높은 철제 울타리를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 소용은 없다. 밤마다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커터로 절단해 구멍을 만들기 때문이다. 칼레 항에도 500여 명의 경찰이 배치돼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경찰관 클로드 베리 씨(46)는 “며칠 전 밤에 수백 명이 여기저기서 동시에 몰려드는 바람에 제지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경우 열차 선로로 뛰어들어 운행을 방해하면 최대 6개월간 구류를 살거나, 3750유로의 벌금을 내야 하지만 지금은 난민들을 붙잡더라도 수십 km 밖 벌판에 ‘버리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올 상반기에만 1만8000명이 체포됐지만 거의 난민촌으로 다시 돌아왔다. 영국 경찰 당국은 칼레의 난민 10명 중 7명이 유로터널을 4개월 안에 통과해 영국으로 건너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칼레=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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