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400만명 국경 넘어 …‘그리스 도착한 난민들’

등록 2015.09.08.
시리아 난민 400만명 국경 넘어

평범한 이발사였던 압둘라씨… 2011년 공포정치에 모진 고문

수도 다마스쿠스서 코바니로 피란… IS 기승 부리자 다시 터키행

EU “난민수용 16만명으로 확대”… 獨 3만1000명-佛 2만4000명 추가



차가운 새벽 바다에서 세 살 알란과 다섯 살 갈립, 그리고 아내를 한꺼번에 잃은 시리아 난민 압둘라 쿠르디 씨(40). 4일 홀로 고향 코바니로 돌아와 먼저 간 가족의 장례를 치른 그는 이튿날 친척 집으로 향했다. 친척들의 위로에 줄곧 침묵했던 그는 알란의 또래인 조카의 머리만 한없이 쓰다듬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평범한 이발사로 지내던 쿠르디 씨의 가정이 무너진 건 2011년.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이후 민중 봉기가 내전으로 번지자 정부군은 마구잡이로 민간인들을 잡아들였다. 쿠르디 씨도 다섯 달 동안 모진 고문을 당했고 결국 집과 가게를 정리하고 피란길에 올랐다. 알레포를 거쳐 터키와의 국경 인근 코바니로 피했다.

2일 터키 해변 모래에 얼굴을 묻고 숨진 채 발견된 사진 한 장으로 난민 문제를 지구촌 핫이슈로 바꿔 놓은 비극의 주인공 알란(한때 아일란으로 알려진 시리아 난민 꼬마)이 태어난 곳도 코바니다. 하지만 그곳도 살 만한 곳은 아니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중에 들어가면서 고문보다 더한 지옥이 펼쳐졌다. 쿠르디 씨 가족은 2013년 터키 국경을 넘었고 올해 초 코바니에 잠시 들어왔다가 다시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가기 위해 이달 초 에게 해를 건너다 참변을 당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2011년 3월 내전 발생 직전 전체 인구(2300만 명)의 절반을 넘는 1160만여 명이 난민 신세가 됐다. 이 중 쿠르디 씨 가족처럼 보다 나은 삶을 찾아 국경을 넘은 시리아 난민은 400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시리아 난민이 주로 체류 중인 국가는 터키가 190만 명으로 가장 많고 △레바논 120만 명 △요르단 65만 명 △이라크 25만 명 등의 순이다. 국외에서 재정착한 수는 1만4400여 명으로 전체의 2.6%에 불과하다.

현재의 유럽 난민 사태는 시리아 주변국들이 점차 국경 경비를 강화한 영향으로 갈 곳이 없어진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 대륙으로 가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면서 촉발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유럽 국가들은 시리아 등에서 오는 난민들을 추가 수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4만 명 수준인 회원국의 난민 수용 규모를 12만 명 더 늘려 모두 16만 명으로 확대하겠다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계획에 독일과 프랑스가 적극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독일이 3만1000명의 난민을, 프랑스가 2만4000명을 각각 추가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저하는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일시적인 난민 무제한 수용 방침을 밝혀 ‘난민 해결사’로 떠오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7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난민 부담을 독일 홀로 감당하긴 어렵다”며 EU 회원국들도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보수연정은 이날 난민 수용 관련 예산 60억 유로(약 8조618억 원)를 추가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난민을 받아들이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0억 유로를 지원하고 연방 예산도 30억 유로를 늘리기로 한 것. 이날 보수연정 고위급 회의는 주말 사이 1만8000명의 난민이 독일에 유입된 상황에서 열렸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난민 사태는 아주 중대한 위기지만 통제 가능하며 통제될 것”이라며 “프랑스는 2만4000명을 수용할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르켈 총리의 난민 수용 정책에 대해 각계각층에서 조용하고 거대한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면서 저항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이설 snow@donga.com ·전주영 기자

시리아 난민 400만명 국경 넘어

평범한 이발사였던 압둘라씨… 2011년 공포정치에 모진 고문

수도 다마스쿠스서 코바니로 피란… IS 기승 부리자 다시 터키행

EU “난민수용 16만명으로 확대”… 獨 3만1000명-佛 2만4000명 추가



차가운 새벽 바다에서 세 살 알란과 다섯 살 갈립, 그리고 아내를 한꺼번에 잃은 시리아 난민 압둘라 쿠르디 씨(40). 4일 홀로 고향 코바니로 돌아와 먼저 간 가족의 장례를 치른 그는 이튿날 친척 집으로 향했다. 친척들의 위로에 줄곧 침묵했던 그는 알란의 또래인 조카의 머리만 한없이 쓰다듬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평범한 이발사로 지내던 쿠르디 씨의 가정이 무너진 건 2011년.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이후 민중 봉기가 내전으로 번지자 정부군은 마구잡이로 민간인들을 잡아들였다. 쿠르디 씨도 다섯 달 동안 모진 고문을 당했고 결국 집과 가게를 정리하고 피란길에 올랐다. 알레포를 거쳐 터키와의 국경 인근 코바니로 피했다.

2일 터키 해변 모래에 얼굴을 묻고 숨진 채 발견된 사진 한 장으로 난민 문제를 지구촌 핫이슈로 바꿔 놓은 비극의 주인공 알란(한때 아일란으로 알려진 시리아 난민 꼬마)이 태어난 곳도 코바니다. 하지만 그곳도 살 만한 곳은 아니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중에 들어가면서 고문보다 더한 지옥이 펼쳐졌다. 쿠르디 씨 가족은 2013년 터키 국경을 넘었고 올해 초 코바니에 잠시 들어왔다가 다시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가기 위해 이달 초 에게 해를 건너다 참변을 당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2011년 3월 내전 발생 직전 전체 인구(2300만 명)의 절반을 넘는 1160만여 명이 난민 신세가 됐다. 이 중 쿠르디 씨 가족처럼 보다 나은 삶을 찾아 국경을 넘은 시리아 난민은 400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시리아 난민이 주로 체류 중인 국가는 터키가 190만 명으로 가장 많고 △레바논 120만 명 △요르단 65만 명 △이라크 25만 명 등의 순이다. 국외에서 재정착한 수는 1만4400여 명으로 전체의 2.6%에 불과하다.

현재의 유럽 난민 사태는 시리아 주변국들이 점차 국경 경비를 강화한 영향으로 갈 곳이 없어진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 대륙으로 가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면서 촉발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유럽 국가들은 시리아 등에서 오는 난민들을 추가 수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4만 명 수준인 회원국의 난민 수용 규모를 12만 명 더 늘려 모두 16만 명으로 확대하겠다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계획에 독일과 프랑스가 적극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독일이 3만1000명의 난민을, 프랑스가 2만4000명을 각각 추가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저하는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일시적인 난민 무제한 수용 방침을 밝혀 ‘난민 해결사’로 떠오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7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난민 부담을 독일 홀로 감당하긴 어렵다”며 EU 회원국들도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보수연정은 이날 난민 수용 관련 예산 60억 유로(약 8조618억 원)를 추가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난민을 받아들이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0억 유로를 지원하고 연방 예산도 30억 유로를 늘리기로 한 것. 이날 보수연정 고위급 회의는 주말 사이 1만8000명의 난민이 독일에 유입된 상황에서 열렸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난민 사태는 아주 중대한 위기지만 통제 가능하며 통제될 것”이라며 “프랑스는 2만4000명을 수용할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르켈 총리의 난민 수용 정책에 대해 각계각층에서 조용하고 거대한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면서 저항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이설 snow@donga.com ·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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