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부 묘 찾아 ‘안보법안’ 보고한 아베

등록 2015.09.23.
22일 오후 일본 시즈오카(靜岡) 현 오야마(小山) 정에 위치한 후지묘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자로 ‘岸家(기시가)’라고 쓰인 커다란 묘석 앞에서 염주를 든 손을 합장하고 고개를 숙였다. 묘석 위로 물을 뿌리기도 했다. 어머니 요코(洋子) 여사도 함께였다.

이 묘석 아래에는 아베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 전 총리와 아베 총리의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1924∼1991) 전 외상의 유골 일부가 분골(分骨·고인의 유골 일부를 묘지 이외의 다른 곳에 안치하는 것)돼 있다. 원래 묘지는 고향인 야마구치(山口) 현에 있다.

아베 총리의 이날 참배는 19일 국회를 통과한 안보법제 성립 사실을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아베 총리는 현장 기자들에게 “할아버지 영전에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생활을 지키기 위한 법적 기반이 정비됐습니다’라고 보고했다”고 직접 설명했다.

외할아버지 기시 전 총리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뿌리이자 역할 모델이다. 1945년 일본의 패전 이후 A급 전범으로 기소됐다 풀려난 그는 이후 총리에 올라 1960년 미일 안보조약을 개정했다. 당시 다시 전쟁에 휘말릴까 불안해하는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외조부의 모습을 아베 총리는 이번에 안보법제 처리 과정에서 그대로 답습했다.

평화헌법을 근간으로 한 전후체제에서 탈피한 아베 총리는 외조부의 유업을 사실상 달성한 셈이다. 이날 그가 가슴을 펴고 홀가분한 표정을 지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제 남은 과제는 껍데기만 남은 평화헌법 개정이다. 아베 총리는 19일 안보법제가 통과된 직후 산케이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새로운 헌법 본연의 모습에 대해 국민들 사이에서 보다 깊은 논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며 개헌 추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아베 총리는 올해 1월에도 어머니 요코 여사와 함께 후지묘원을 찾아 “전후 70년에 걸맞은 한 해를 만들겠다”고 맹세하는 등 정치적으로 중대한 결단을 할 때마다 외할아버지의 묘를 찾아 결의를 다져왔다. 강한 일본으로의 회귀를 추구했던 ‘기시의 DNA’가 손자 아베 총리를 통해 여전히 일본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22일 오후 일본 시즈오카(靜岡) 현 오야마(小山) 정에 위치한 후지묘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자로 ‘岸家(기시가)’라고 쓰인 커다란 묘석 앞에서 염주를 든 손을 합장하고 고개를 숙였다. 묘석 위로 물을 뿌리기도 했다. 어머니 요코(洋子) 여사도 함께였다.

이 묘석 아래에는 아베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 전 총리와 아베 총리의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1924∼1991) 전 외상의 유골 일부가 분골(分骨·고인의 유골 일부를 묘지 이외의 다른 곳에 안치하는 것)돼 있다. 원래 묘지는 고향인 야마구치(山口) 현에 있다.

아베 총리의 이날 참배는 19일 국회를 통과한 안보법제 성립 사실을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아베 총리는 현장 기자들에게 “할아버지 영전에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생활을 지키기 위한 법적 기반이 정비됐습니다’라고 보고했다”고 직접 설명했다.

외할아버지 기시 전 총리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뿌리이자 역할 모델이다. 1945년 일본의 패전 이후 A급 전범으로 기소됐다 풀려난 그는 이후 총리에 올라 1960년 미일 안보조약을 개정했다. 당시 다시 전쟁에 휘말릴까 불안해하는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외조부의 모습을 아베 총리는 이번에 안보법제 처리 과정에서 그대로 답습했다.

평화헌법을 근간으로 한 전후체제에서 탈피한 아베 총리는 외조부의 유업을 사실상 달성한 셈이다. 이날 그가 가슴을 펴고 홀가분한 표정을 지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제 남은 과제는 껍데기만 남은 평화헌법 개정이다. 아베 총리는 19일 안보법제가 통과된 직후 산케이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새로운 헌법 본연의 모습에 대해 국민들 사이에서 보다 깊은 논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며 개헌 추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아베 총리는 올해 1월에도 어머니 요코 여사와 함께 후지묘원을 찾아 “전후 70년에 걸맞은 한 해를 만들겠다”고 맹세하는 등 정치적으로 중대한 결단을 할 때마다 외할아버지의 묘를 찾아 결의를 다져왔다. 강한 일본으로의 회귀를 추구했던 ‘기시의 DNA’가 손자 아베 총리를 통해 여전히 일본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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