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미얀마 25년만에 ‘자유 총선’…‘투표 마친 아웅산 수지 여사’

등록 2015.11.09.
지, 군부독재 종식 이룰까… “제대로 된 민주주의 한번 해보자”

폭력사태 없이 투표소마다 장사진… 군부, 여당에 의석 25% 先배정

NLD, 과반확보는 쉽지않을듯… 투표결과, 이르면 9일 1차 발표



“이번 총선으로 군부 독재가 끝날 수는 없겠지만 야당이 의회에 대거 진출해 미얀마도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한번 해보았으면 합니다.”

반세기 이상 군부가 국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미얀마에서 8일 25년 만에 자유 공정선거를 표방한 총선이 치러진 데 대해 국민이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 “제대로 ‘한 표’를 행사하자”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전역에 설치된 4만500여 개의 투표소에서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상하원 의원 498명 등을 뽑는 투표가 진행됐다. 오전 8시를 넘기면서부터는 유권자들의 참여가 크게 늘어나 어떤 투표소에선 1000명 이상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미얀마 전통 의상인 롱지를 입은 남녀도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 투표하러 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양곤에서는 보라색 투표 인주가 묻은 새끼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밝은 표정을 짓는 시민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손가락에 묻은 보라색 인주는 이미 투표를 마쳤다는 의미로 민주화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여준다. 투표소 앞에는 선거 관리를 위해 특별히 교육받은 특수경찰 3∼5명이 배치됐으나 폭력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으며 유권자들도 편하고 밝은 표정이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번 선거는 특히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기수이자 상징인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1990년 이후 처음 참여하는 총선이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지 여사는 이날 오전 양곤 자택 인근 바한 구 투표소에 나와 미소를 지으며 유권자들에게 인사한 뒤 투표를 마쳤다. 기자들이 투표를 마친 여사에게 “소감이 어떠냐” “(당신이 이끌고 있는 야당이) 승리할 것 같으냐”고 질문 공세를 퍼부었지만 여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미소를 머금은 채 사라졌다.

○ 91개 정당, 후보 6000여 명

이번 선거는 당초 하원의원 330명과 상원 168명 등 상하원 의원 498명, 주 및 지역의회 의원 644명, 민족대표 29명 등 총 1171명을 뽑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반군과의 분쟁, 홍수 등으로 7개 선거구에서 투표가 취소돼 상하원 491명의 의원을 뽑을 예정이다. 선거에는 모두 91개 정당이 참여해 후보 6000여 명을 냈으며, 무소속 후보가 310명 출마해 모두 6300여 명이 입후보했다.

이렇게 정당과 후보가 난립하다 보니 집권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과 NLD 외에는 정당과 후보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유권자가 대다수다. USDP도 1130여 명, NLD도 1150여 명을 입후보시켰다. 유권자는 전체 인구 약 5300만 명 중 3500여만 명이다.

시민들은 이번 선거가 1990년 총선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누구라도 출마하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정당에 가입해 후보가 될 수 있는 자유 총선거이다 보니 선거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온마르 씨(38·여)는 AP와의 인터뷰에서 “투표하러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돼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정치 불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30대 후반의 한 택시운전사는 “야당이 이기면 군부가 불복해 정치 불안이 조성될 수 있고, 여당이 이기면 민주주의 진영의 불만이 커져 사회가 오히려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미얀마의 개혁개방을 이끌고 있는 테인 세인 대통령은 8일 TV 방송에 나와 “선거 결과를 존중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들었다”며 “정부와 군은 자유 공정 선거의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결과를 9, 10일 1차로 발표하고 검표를 거쳐 11월 중순 최종 결과를 공표한다.



테인 세인 대통령 “선거결과 존중할 것”군 출신인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8일 수도 네피도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기표를 마친 뒤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네피도=AP 뉴시스

○ 야당의 대거 의회 진출만으로도 정치 지형도 바꿔

군부 독재 국가인 미얀마는 1990년 총선 때 가택 연금된 상태에서 수지 여사가 이끄는 NLD가 492석 중 392석을 얻는 압승을 거뒀지만 군부가 무효 선언을 했다. 군부는 2010년 다시 총선을 실시했으나 정부는 수지 여사의 출마를 불허했고 NLD는 부정, 관권 선거를 이유로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선 NLD가 얼마나 의석을 확보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역사학자 탄트 미인트우는 “이번 선거는 미얀마가 민주화로 가느냐, 현 체제에서 머무를 것이냐를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지 정치 전문가들은 USDP의 우세를 점치는 여론과 NLD, USDP 모두 과반 확보가 쉽지 않다는 여론이 있지만 NLD가 과반 확보에 실패하더라도 의회에 대거 진출한다면 미얀마 정치 지형도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NLD가 집권하면 1962년 네윈의 군부 쿠데타 이후 반세기가량 지속된 군부 지배가 막을 내린다. 하지만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의석의 25%가 무조건 군부의 몫으로 배정되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군부가 확보한 166석에다 집권 USDP가 선거에서 163석만 확보하면 군부와 USDP는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군부와 USDP가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테인 세인 현 대통령이 차기 대선 후보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얀마에서는 또 정권 인수 여부와 무관하게 국방장관, 내무장관, 국경안보장관 등 주요 장관은 군부의 몫으로 할당된다. AP는 “미얀마에서는 군부의 지지 없이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NLD가 과반 의석을 확보해도 수지 여사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미얀마 헌법은 배우자와 자녀가 외국 국적인 국민의 대통령 후보 출마를 금지하고 있다. 수지 여사는 영국인 학자와 결혼해 영국 국적의 아들 2명을 두고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지, 군부독재 종식 이룰까… “제대로 된 민주주의 한번 해보자”

폭력사태 없이 투표소마다 장사진… 군부, 여당에 의석 25% 先배정

NLD, 과반확보는 쉽지않을듯… 투표결과, 이르면 9일 1차 발표



“이번 총선으로 군부 독재가 끝날 수는 없겠지만 야당이 의회에 대거 진출해 미얀마도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한번 해보았으면 합니다.”

반세기 이상 군부가 국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미얀마에서 8일 25년 만에 자유 공정선거를 표방한 총선이 치러진 데 대해 국민이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 “제대로 ‘한 표’를 행사하자”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전역에 설치된 4만500여 개의 투표소에서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상하원 의원 498명 등을 뽑는 투표가 진행됐다. 오전 8시를 넘기면서부터는 유권자들의 참여가 크게 늘어나 어떤 투표소에선 1000명 이상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미얀마 전통 의상인 롱지를 입은 남녀도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 투표하러 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양곤에서는 보라색 투표 인주가 묻은 새끼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밝은 표정을 짓는 시민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손가락에 묻은 보라색 인주는 이미 투표를 마쳤다는 의미로 민주화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여준다. 투표소 앞에는 선거 관리를 위해 특별히 교육받은 특수경찰 3∼5명이 배치됐으나 폭력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으며 유권자들도 편하고 밝은 표정이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번 선거는 특히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기수이자 상징인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1990년 이후 처음 참여하는 총선이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지 여사는 이날 오전 양곤 자택 인근 바한 구 투표소에 나와 미소를 지으며 유권자들에게 인사한 뒤 투표를 마쳤다. 기자들이 투표를 마친 여사에게 “소감이 어떠냐” “(당신이 이끌고 있는 야당이) 승리할 것 같으냐”고 질문 공세를 퍼부었지만 여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미소를 머금은 채 사라졌다.

○ 91개 정당, 후보 6000여 명

이번 선거는 당초 하원의원 330명과 상원 168명 등 상하원 의원 498명, 주 및 지역의회 의원 644명, 민족대표 29명 등 총 1171명을 뽑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반군과의 분쟁, 홍수 등으로 7개 선거구에서 투표가 취소돼 상하원 491명의 의원을 뽑을 예정이다. 선거에는 모두 91개 정당이 참여해 후보 6000여 명을 냈으며, 무소속 후보가 310명 출마해 모두 6300여 명이 입후보했다.

이렇게 정당과 후보가 난립하다 보니 집권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과 NLD 외에는 정당과 후보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유권자가 대다수다. USDP도 1130여 명, NLD도 1150여 명을 입후보시켰다. 유권자는 전체 인구 약 5300만 명 중 3500여만 명이다.

시민들은 이번 선거가 1990년 총선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누구라도 출마하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정당에 가입해 후보가 될 수 있는 자유 총선거이다 보니 선거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온마르 씨(38·여)는 AP와의 인터뷰에서 “투표하러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돼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정치 불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30대 후반의 한 택시운전사는 “야당이 이기면 군부가 불복해 정치 불안이 조성될 수 있고, 여당이 이기면 민주주의 진영의 불만이 커져 사회가 오히려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미얀마의 개혁개방을 이끌고 있는 테인 세인 대통령은 8일 TV 방송에 나와 “선거 결과를 존중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들었다”며 “정부와 군은 자유 공정 선거의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결과를 9, 10일 1차로 발표하고 검표를 거쳐 11월 중순 최종 결과를 공표한다.



테인 세인 대통령 “선거결과 존중할 것”군 출신인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8일 수도 네피도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기표를 마친 뒤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네피도=AP 뉴시스

○ 야당의 대거 의회 진출만으로도 정치 지형도 바꿔

군부 독재 국가인 미얀마는 1990년 총선 때 가택 연금된 상태에서 수지 여사가 이끄는 NLD가 492석 중 392석을 얻는 압승을 거뒀지만 군부가 무효 선언을 했다. 군부는 2010년 다시 총선을 실시했으나 정부는 수지 여사의 출마를 불허했고 NLD는 부정, 관권 선거를 이유로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선 NLD가 얼마나 의석을 확보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역사학자 탄트 미인트우는 “이번 선거는 미얀마가 민주화로 가느냐, 현 체제에서 머무를 것이냐를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지 정치 전문가들은 USDP의 우세를 점치는 여론과 NLD, USDP 모두 과반 확보가 쉽지 않다는 여론이 있지만 NLD가 과반 확보에 실패하더라도 의회에 대거 진출한다면 미얀마 정치 지형도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NLD가 집권하면 1962년 네윈의 군부 쿠데타 이후 반세기가량 지속된 군부 지배가 막을 내린다. 하지만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의석의 25%가 무조건 군부의 몫으로 배정되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군부가 확보한 166석에다 집권 USDP가 선거에서 163석만 확보하면 군부와 USDP는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군부와 USDP가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테인 세인 현 대통령이 차기 대선 후보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얀마에서는 또 정권 인수 여부와 무관하게 국방장관, 내무장관, 국경안보장관 등 주요 장관은 군부의 몫으로 할당된다. AP는 “미얀마에서는 군부의 지지 없이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NLD가 과반 의석을 확보해도 수지 여사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미얀마 헌법은 배우자와 자녀가 외국 국적인 국민의 대통령 후보 출마를 금지하고 있다. 수지 여사는 영국인 학자와 결혼해 영국 국적의 아들 2명을 두고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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