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아라온호, 한국 원양어선 ‘썬스타호’ 남극 유빙에서 구출

등록 2015.12.21.
2011년 러 선박 이어 한국 원양어선 썬스타호 유빙에서 끌어내

“구조 신호가 들어오면 바로 현장에 가야 합니다. 특히 국가가 운영하는 쇄빙선(碎氷船)인 아라온호라면 국적선 구조가 당연한 일이죠.”

19일(한국 시간) 남극해에서 39명이 탄 한국 선적 원양어선을 구조한 아라온호 김광헌 선장(53)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베테랑 항해사인 김 선장은 본보와의 위성통화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전원 무사히 구조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아라온호가 선박 구조 요청을 받은 것은 18일 오후 10시경. 메로(비막치어)잡이 어선인 썬스타호가 남극해 유빙(流氷)에 걸린 지 2시간 3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썬스타호는 메로 조업을 위해 칠레에서 남극해로 항해하다 두께 2m의 유빙(가로 15m, 세로 7m) 위에 올라타고 말았다. 좌현 바닥이 유빙에 걸치면서 선박이 오른쪽 방향으로 13도가량 기울었다. 함께 조업하던 코스타호가 예인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남극 장보고기지 물품 보급을 마치고 뉴질랜드로 향하던 아라온호는 당시 사고 현장에서 약 240km(약 130해리) 떨어진 곳을 지나고 있었다. 해양수산부가 “조난당한 선박이 있다”고 전화 통보하자 뱃머리를 사고 현장으로 돌렸다. 11시간 뒤인 19일 오전 10시 썬스타호 인근에 도착했다.

유빙 위에 올라탄 어선 예인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걸려 있는 유빙 외에 인근 해역이 모두 유빙으로 덮여 있었다. 아라온호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1시간 30분 정도 주위 유빙을 없애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길을 튼 이후엔 썬스타호 직접 예인을 결정했다. 썬스타호 선원이 던져 준 밧줄을 아라온호 선미에 걸고, 지그재그 방향으로 당겼다. 김 선장이 현장을 지켜보며 몇 시 방향으로 배를 당길지 세부 조정을 지시했다. 그는 “그냥 잡아당기면 배와 얼음이 함께 끌려와 예인이 불가능하다”며 “눈길에 빠진 자동차를 꺼낼 때 핸들을 여러 방향으로 돌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아라온호는 현장 도착 후 3시간이 지난 19일 오후 1시 10분 썬스타호를 구출했다. 좌초 17시간 40분이 지난 시점. 김 선장이 “스톱 엔진(엔진 가동 중지), 상황 종료, 뉴질랜드 당국에 보고하라”고 외치자 아라온호 내부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썬스타호는 구조된 후 안전지대까지 자력으로 이동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칠레나 뉴질랜드 쇄빙선을 불렀다면 좌초 시간이 길어져 선박 안전이 위험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선장은 1985년 한국해양대 졸업 이후 줄곧 배를 타고 있다. 아라온호 선장으로 선발되기 직전엔 40만 t 규모의 광석 운반선 선장으로 있었다. 그는 “다양한 종류의 배를 지휘해 본 것이 이번 구조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아라온호가 남극 인근의 민간 선박 구조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9년 12월 처음 출항한 아라온호는 2011년 12월 25일에 유빙에 갇혀 표류하던 러시아 선박 스파르타호를 구조해 해외 언론으로부터 ‘남극해의 산타’라는 칭호를 얻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2011년 러 선박 이어 한국 원양어선 썬스타호 유빙에서 끌어내

“구조 신호가 들어오면 바로 현장에 가야 합니다. 특히 국가가 운영하는 쇄빙선(碎氷船)인 아라온호라면 국적선 구조가 당연한 일이죠.”

19일(한국 시간) 남극해에서 39명이 탄 한국 선적 원양어선을 구조한 아라온호 김광헌 선장(53)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베테랑 항해사인 김 선장은 본보와의 위성통화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전원 무사히 구조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아라온호가 선박 구조 요청을 받은 것은 18일 오후 10시경. 메로(비막치어)잡이 어선인 썬스타호가 남극해 유빙(流氷)에 걸린 지 2시간 3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썬스타호는 메로 조업을 위해 칠레에서 남극해로 항해하다 두께 2m의 유빙(가로 15m, 세로 7m) 위에 올라타고 말았다. 좌현 바닥이 유빙에 걸치면서 선박이 오른쪽 방향으로 13도가량 기울었다. 함께 조업하던 코스타호가 예인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남극 장보고기지 물품 보급을 마치고 뉴질랜드로 향하던 아라온호는 당시 사고 현장에서 약 240km(약 130해리) 떨어진 곳을 지나고 있었다. 해양수산부가 “조난당한 선박이 있다”고 전화 통보하자 뱃머리를 사고 현장으로 돌렸다. 11시간 뒤인 19일 오전 10시 썬스타호 인근에 도착했다.

유빙 위에 올라탄 어선 예인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걸려 있는 유빙 외에 인근 해역이 모두 유빙으로 덮여 있었다. 아라온호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1시간 30분 정도 주위 유빙을 없애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길을 튼 이후엔 썬스타호 직접 예인을 결정했다. 썬스타호 선원이 던져 준 밧줄을 아라온호 선미에 걸고, 지그재그 방향으로 당겼다. 김 선장이 현장을 지켜보며 몇 시 방향으로 배를 당길지 세부 조정을 지시했다. 그는 “그냥 잡아당기면 배와 얼음이 함께 끌려와 예인이 불가능하다”며 “눈길에 빠진 자동차를 꺼낼 때 핸들을 여러 방향으로 돌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아라온호는 현장 도착 후 3시간이 지난 19일 오후 1시 10분 썬스타호를 구출했다. 좌초 17시간 40분이 지난 시점. 김 선장이 “스톱 엔진(엔진 가동 중지), 상황 종료, 뉴질랜드 당국에 보고하라”고 외치자 아라온호 내부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썬스타호는 구조된 후 안전지대까지 자력으로 이동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칠레나 뉴질랜드 쇄빙선을 불렀다면 좌초 시간이 길어져 선박 안전이 위험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선장은 1985년 한국해양대 졸업 이후 줄곧 배를 타고 있다. 아라온호 선장으로 선발되기 직전엔 40만 t 규모의 광석 운반선 선장으로 있었다. 그는 “다양한 종류의 배를 지휘해 본 것이 이번 구조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아라온호가 남극 인근의 민간 선박 구조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9년 12월 처음 출항한 아라온호는 2011년 12월 25일에 유빙에 갇혀 표류하던 러시아 선박 스파르타호를 구조해 해외 언론으로부터 ‘남극해의 산타’라는 칭호를 얻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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