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정현, 호주오픈 1회전 조코비치에 0-3 패배… ‘소중했던 경험’

등록 2016.01.19.
호주오픈 1회전 조코비치에 0-3 패배… 1시간 55분 소중했던 경험



평소 소 한 마리라도 먹을 것 같이 식성 좋은 스무 살 정현은 아침 식사를 거의 못 했다. 숙소인 호텔 뷔페식당에서 접시에 빵 5개를 담았지만 돌 씹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거의 다 남겼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오르는 표정은 도살장으로 가는 소처럼 잔뜩 굳어 있었다.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의 대결은 그만큼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코트에 선 정현은 달라졌다. 성난 기세로 세계 최강이라던 조코비치와 당당히 맞섰다. 최고의 수비 능력을 갖춘 조코비치는 정현의 스트로크에 엄지손가락을 세우거나 박수를 보내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사이드라인을 파고들어 상대가 손 댈 수도 없게 만드는 정현의 스트로크는 조코비치를 상대로도 위력을 잃지 않았다. 1시간 55분의 경기가 끝난 뒤 승자와 패자 모두 미소를 머금으며 악수를 나눴다. 비록 패했지만 정현은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했다. 그래서 100점 만점에 80∼9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코비치는 정현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대단한 경기였다”며 덕담을 했다.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은 18일 호주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1회전에서 조코비치를 상대로 한 단계 이상 올라설 소중한 경험을 했다. 0-3(3-6, 2-6, 4-6)이란 스코어는 큰 의미가 없었다. 이날 세계 랭킹 51위 정현은 세계 1위로 대회 통산 최다 타이인 6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조코비치와 대등한 랠리를 펼쳤다. 서브 최고 속도도 정현이 199km였고, 조코비치는 198km로 뒤지지 않았다. 첫 번째 서브의 평균 속도는 두 선수 모두 180km대였다. 힘에서는 별 차가 없었어도 조코비치는 강약과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에서 정현을 압도했다. 서브에서 뛰어난 위치 선정으로 정현보다 두 배 많은 10개의 에이스를 낚았다. 정현은 “조코비치는 경기 내내 놀라운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나와 달랐다. 구질도 묵직했다. 무엇보다 강하게 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절묘하게 섞었다”고 평가했다. 정현은 발리와 같은 네트 플레이에서도 조코비치에게 열세를 보였다. 정현은 “조코비치가 워낙 공을 길게 치고 좌우로 흔들어 놓아 좀처럼 네트 앞으로 나갈 기회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조코비치는 “정현과는 연습도 해 본 적이 없어 그의 과거 경기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보고 연구했다. 잃을 게 없는 정현은 베이스 라인 게임이 매우 훌륭하고 안정적이었다. 백핸드도 강했다. 경험과 시간이 흐르면 톱 선수로 성장할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다”고 칭찬했다.

이날 저녁 한국식당을 찾은 정현의 얼굴은 다시 환해졌다. 비로소 허기를 느꼈던지 부지런히 젓가락을 움직였다. “후회 없이 졸지 않고 해볼 건 다 했잖아요”라는 정현은 한층 커진 자신감으로 안 먹어도 배부를 것만 같았다.



1회전 진출만으로도 3만4500호주 달러(약 2900만 원)의 상금을 받은 정현은 이번 대회 복식에도 출전한 뒤 유럽 지역에서 열리는 투어 대회에 나설 계획이다.

멜버른=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호주오픈 1회전 조코비치에 0-3 패배… 1시간 55분 소중했던 경험



평소 소 한 마리라도 먹을 것 같이 식성 좋은 스무 살 정현은 아침 식사를 거의 못 했다. 숙소인 호텔 뷔페식당에서 접시에 빵 5개를 담았지만 돌 씹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거의 다 남겼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오르는 표정은 도살장으로 가는 소처럼 잔뜩 굳어 있었다.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의 대결은 그만큼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코트에 선 정현은 달라졌다. 성난 기세로 세계 최강이라던 조코비치와 당당히 맞섰다. 최고의 수비 능력을 갖춘 조코비치는 정현의 스트로크에 엄지손가락을 세우거나 박수를 보내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사이드라인을 파고들어 상대가 손 댈 수도 없게 만드는 정현의 스트로크는 조코비치를 상대로도 위력을 잃지 않았다. 1시간 55분의 경기가 끝난 뒤 승자와 패자 모두 미소를 머금으며 악수를 나눴다. 비록 패했지만 정현은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했다. 그래서 100점 만점에 80∼9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코비치는 정현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대단한 경기였다”며 덕담을 했다.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은 18일 호주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1회전에서 조코비치를 상대로 한 단계 이상 올라설 소중한 경험을 했다. 0-3(3-6, 2-6, 4-6)이란 스코어는 큰 의미가 없었다. 이날 세계 랭킹 51위 정현은 세계 1위로 대회 통산 최다 타이인 6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조코비치와 대등한 랠리를 펼쳤다. 서브 최고 속도도 정현이 199km였고, 조코비치는 198km로 뒤지지 않았다. 첫 번째 서브의 평균 속도는 두 선수 모두 180km대였다. 힘에서는 별 차가 없었어도 조코비치는 강약과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에서 정현을 압도했다. 서브에서 뛰어난 위치 선정으로 정현보다 두 배 많은 10개의 에이스를 낚았다. 정현은 “조코비치는 경기 내내 놀라운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나와 달랐다. 구질도 묵직했다. 무엇보다 강하게 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절묘하게 섞었다”고 평가했다. 정현은 발리와 같은 네트 플레이에서도 조코비치에게 열세를 보였다. 정현은 “조코비치가 워낙 공을 길게 치고 좌우로 흔들어 놓아 좀처럼 네트 앞으로 나갈 기회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조코비치는 “정현과는 연습도 해 본 적이 없어 그의 과거 경기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보고 연구했다. 잃을 게 없는 정현은 베이스 라인 게임이 매우 훌륭하고 안정적이었다. 백핸드도 강했다. 경험과 시간이 흐르면 톱 선수로 성장할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다”고 칭찬했다.

이날 저녁 한국식당을 찾은 정현의 얼굴은 다시 환해졌다. 비로소 허기를 느꼈던지 부지런히 젓가락을 움직였다. “후회 없이 졸지 않고 해볼 건 다 했잖아요”라는 정현은 한층 커진 자신감으로 안 먹어도 배부를 것만 같았다.



1회전 진출만으로도 3만4500호주 달러(약 2900만 원)의 상금을 받은 정현은 이번 대회 복식에도 출전한 뒤 유럽 지역에서 열리는 투어 대회에 나설 계획이다.

멜버른=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더보기
공유하기 닫기

VODA 인기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