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위해 가려진 누드상… “누드가 어때서?”

등록 2016.01.28.
“누드가 어때서?”

26일 이탈리아 소셜 미디어는 때아닌 누드 조각상 사진과 함께 이런 항의성 코멘트로 후끈 달아올랐다. 전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의 정상회담 장소였던 로마 캄피돌리오 박물관 누드 조각상에 얽힌 뒷이야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이날 로마제국의 유서 깊은 궁궐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이곳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기마동상 아래서 170억 유로(약 22조 원) 규모의 경제협력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인 이란이 로마 제국의 후예 이탈리아에 막대한 공물을 안겨주며 한껏 경의를 표한 듯 여겨질 만했다.

하지만 두 정상의 회담과 만찬이 진행되는 동안 박물관의 누드 조각상들이 하얀 상자에 갇혀 있었다는 이탈리아 언론 보도가 터져 나오면서 이탈리아 민심이 끓어올랐다. 게다가 그 조치가 총리실의 지시로 이뤄졌으며 해당 조각상들이 회담장도 아닌 그 옆방에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굴욕적’이란 반응이 쏟아졌다. 이슬람 문화권 국가인 이란에 대한 배려로 만찬에 으레 등장하는 와인을 뺀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누드 조각상까지 감춘 것은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비판이 많았다. 특히 “22조 원 때문에 이탈리아의 영혼과 서구 문화를 부끄럽게 만들었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면서 #statuenude(누드조각상)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항의성 트위터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탈리아가 자국을 방문한 이슬람 국가 지도자를 위해 누드 조각상을 가린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무함마드 알 나하얀 왕세자가 피렌체를 방문했을 때도 누드 조각상을 가려줬다. 이슬람 문화권에선 사람의 형상을 한 조각을 우상 숭배로 간주한다. 여성의 신체 노출도 엄격히 금지한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총리실은 별도의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별도의 요청을 하진 않았지만 손님을 편안하게 하려고 최선을 다해준 점을 매우 고맙게 여긴다”고 밝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누드가 어때서?”

26일 이탈리아 소셜 미디어는 때아닌 누드 조각상 사진과 함께 이런 항의성 코멘트로 후끈 달아올랐다. 전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의 정상회담 장소였던 로마 캄피돌리오 박물관 누드 조각상에 얽힌 뒷이야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이날 로마제국의 유서 깊은 궁궐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이곳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기마동상 아래서 170억 유로(약 22조 원) 규모의 경제협력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인 이란이 로마 제국의 후예 이탈리아에 막대한 공물을 안겨주며 한껏 경의를 표한 듯 여겨질 만했다.

하지만 두 정상의 회담과 만찬이 진행되는 동안 박물관의 누드 조각상들이 하얀 상자에 갇혀 있었다는 이탈리아 언론 보도가 터져 나오면서 이탈리아 민심이 끓어올랐다. 게다가 그 조치가 총리실의 지시로 이뤄졌으며 해당 조각상들이 회담장도 아닌 그 옆방에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굴욕적’이란 반응이 쏟아졌다. 이슬람 문화권 국가인 이란에 대한 배려로 만찬에 으레 등장하는 와인을 뺀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누드 조각상까지 감춘 것은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비판이 많았다. 특히 “22조 원 때문에 이탈리아의 영혼과 서구 문화를 부끄럽게 만들었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면서 #statuenude(누드조각상)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항의성 트위터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탈리아가 자국을 방문한 이슬람 국가 지도자를 위해 누드 조각상을 가린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무함마드 알 나하얀 왕세자가 피렌체를 방문했을 때도 누드 조각상을 가려줬다. 이슬람 문화권에선 사람의 형상을 한 조각을 우상 숭배로 간주한다. 여성의 신체 노출도 엄격히 금지한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총리실은 별도의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별도의 요청을 하진 않았지만 손님을 편안하게 하려고 최선을 다해준 점을 매우 고맙게 여긴다”고 밝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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