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밑 70m 땅굴 파 기름 21억어치 훔쳐…6개월간 ‘두더지 작업’

등록 2016.02.04.
8억 들여 6개월간 ‘두더지 작업’… 송유관에 호스 꽂아 162만L 빼내

청주서 석유도둑-경찰 등 8명 적발

두더지가 혀를 내두를 만한 집념이었다.

6개월 동안 땅굴 70m를 파 송유관에서 석유 21억여 원어치를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준비 자금만 8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범죄는 ‘전문업체’를 방불케 하는 수준이었다.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가로지르기로 마음먹은 40대 남성 셋은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충북 청주시의 컨테이너 야적장을 빌리고 25t 화물차와 30t 유조차까지 사들였다. 자금을 댄 정모 씨(44)는 중장비를 동원했고 김모 씨(45)는 전문가들을 섭외해 땅굴 파는 것을 맡았다. 이모 씨(40)는 가운데에서 운반, 감시 등 ‘기름도둑질’을 총지휘했다. 땅굴 내부에는 전기, 배수 시설은 물론이고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했다.

이들은 송유관에 구멍을 내고 고압호스를 설치해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161만9100L에 이르는 기름을 빼돌렸다. 승용차로 따지면 약 3만 대에 주유할 수 있는 양이다. 훔친 기름을 팔기 위해 이 씨는 인근 주유소까지 매입했다. 경기·충청권 주유소에 시세보다 싼 값으로 기름을 팔아 취한 부당이익은 21억9000여만 원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들 일당 6명을 검거하고 그중 정 씨 등 네 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들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지역경찰관 김모 씨(45) 등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도주한 김 씨와 이 씨는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땅굴 내부에서는 균열된 지점 8곳이 발견됐다. 자칫하면 고속도로 붕괴라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8억 들여 6개월간 ‘두더지 작업’… 송유관에 호스 꽂아 162만L 빼내

청주서 석유도둑-경찰 등 8명 적발

두더지가 혀를 내두를 만한 집념이었다.

6개월 동안 땅굴 70m를 파 송유관에서 석유 21억여 원어치를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준비 자금만 8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범죄는 ‘전문업체’를 방불케 하는 수준이었다.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가로지르기로 마음먹은 40대 남성 셋은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충북 청주시의 컨테이너 야적장을 빌리고 25t 화물차와 30t 유조차까지 사들였다. 자금을 댄 정모 씨(44)는 중장비를 동원했고 김모 씨(45)는 전문가들을 섭외해 땅굴 파는 것을 맡았다. 이모 씨(40)는 가운데에서 운반, 감시 등 ‘기름도둑질’을 총지휘했다. 땅굴 내부에는 전기, 배수 시설은 물론이고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했다.

이들은 송유관에 구멍을 내고 고압호스를 설치해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161만9100L에 이르는 기름을 빼돌렸다. 승용차로 따지면 약 3만 대에 주유할 수 있는 양이다. 훔친 기름을 팔기 위해 이 씨는 인근 주유소까지 매입했다. 경기·충청권 주유소에 시세보다 싼 값으로 기름을 팔아 취한 부당이익은 21억9000여만 원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들 일당 6명을 검거하고 그중 정 씨 등 네 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들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지역경찰관 김모 씨(45) 등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도주한 김 씨와 이 씨는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땅굴 내부에서는 균열된 지점 8곳이 발견됐다. 자칫하면 고속도로 붕괴라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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