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문시장 11년만에 또 재앙… 점포 670여곳 전소

등록 2016.12.01.
30일 불이 난 대구 중구 서문시장 4지구 현장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은 듯 처참했다. 오전 2시 8분경부터 시작된 불은 연면적 1만5386m²에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을 모조리 태웠다. 화재 발생 약 6시간 만에 큰 불길은 잡혔다. 하지만 건물 내 좁은 공간 등에 남은 불이 있어 밤늦게까지 진화 작업이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소방관 2명이 부상을 입었다. 건물 외벽은 시커멓게 그을려 뭐가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골목 곳곳에는 쌓인 잿더미가 넘쳤다. 타다 남은 제품들은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 잿더미 된 점포 앞에서 상인들 망연자실

“요즘 경기가 어려워 하루하루 겨우 버텼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서문시장 4지구 1층에서 양복집을 운영하는 유철종 씨(62)는 새벽에 불이 났다는 직원의 연락을 받고 30분 만에 뛰쳐나왔다. 머릿속에 3, 4년 전부터 점포 운영이 어려워 화재 보험을 넣지 않은 기억이 계속 맴돌아 온몸이 떨렸다. 유 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상가는 훨훨 타고 있었다. 그는 “손쓸 틈도 없어 화마를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40여 년 정성을 쏟았던 점포가 하룻밤 새 모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대구시는 피해 점포를 679개로 잠정 집계했다. 하지만 비어 있는 곳도 있어 실제 피해 점포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중구에 따르면 피해액은 점포당 수천만 원에서 최대 수억 원까지 다양하다. 상인연합회 측은 겨울 장사를 위해 준비해 놓은 제품이 많아 피해액이 1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상인은 “이제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모든 재산을 날렸다”며 절망스러워했다.



○ 되풀이되는 전통시장 화재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서문시장 역시 화재에 취약한 구조다. 40년 이상 된 건물은 낡은 데다 점포 사이 칸막이가 없고 불에 타기 쉬운 의류와 침구, 커튼이 쌓여 있었다. 방화시설이 부실했을 가능성도 높다. 상인들은 “LP가스 폭발음이 있었고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4지구는 시장 가운데 위치해 소방차 접근이 어려웠다. 출동한 소방차 90여 대 가운데 상가 입구 앞까지 들어간 소방차는 1, 2대 정도고 시장 정문 등 외부에 있는 소방차가 많았다. 일부 상인은 초기 진압이 되지 않아 불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4지구에서 약 100m 거리에 대신119안전센터가 있는데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1, 4지구 사이에서 난 불을 잡지 못한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구소방본부는 안전센터 소속 소방관이 화재 신고 접수 후 3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해 진압을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서문시장에서는 2005년 12월 4지구 앞 2지구 상가에서 큰불이 발생해 600여억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당시 상인 1000여 명이 다른 건물에서 임차 생활을 하다가 2012년 신축 건물로 옮겨 겨우 재기했다.



○ 원인 규명 및 보상 지연 우려

 불이 워낙 컸던 탓에 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복원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건물 안전 진단을 실시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비롯해 관련 기관과 합동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문시장은 동부화재에 단체보험(78억 원)을 가입했지만 예상 피해액에 크게 못 미친다.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언젠가는 좋아질 거라는 생각으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회원이 적지 않은데 생계가 막막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30일 불이 난 대구 중구 서문시장 4지구 현장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은 듯 처참했다. 오전 2시 8분경부터 시작된 불은 연면적 1만5386m²에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을 모조리 태웠다. 화재 발생 약 6시간 만에 큰 불길은 잡혔다. 하지만 건물 내 좁은 공간 등에 남은 불이 있어 밤늦게까지 진화 작업이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소방관 2명이 부상을 입었다. 건물 외벽은 시커멓게 그을려 뭐가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골목 곳곳에는 쌓인 잿더미가 넘쳤다. 타다 남은 제품들은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 잿더미 된 점포 앞에서 상인들 망연자실

“요즘 경기가 어려워 하루하루 겨우 버텼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서문시장 4지구 1층에서 양복집을 운영하는 유철종 씨(62)는 새벽에 불이 났다는 직원의 연락을 받고 30분 만에 뛰쳐나왔다. 머릿속에 3, 4년 전부터 점포 운영이 어려워 화재 보험을 넣지 않은 기억이 계속 맴돌아 온몸이 떨렸다. 유 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상가는 훨훨 타고 있었다. 그는 “손쓸 틈도 없어 화마를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40여 년 정성을 쏟았던 점포가 하룻밤 새 모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대구시는 피해 점포를 679개로 잠정 집계했다. 하지만 비어 있는 곳도 있어 실제 피해 점포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중구에 따르면 피해액은 점포당 수천만 원에서 최대 수억 원까지 다양하다. 상인연합회 측은 겨울 장사를 위해 준비해 놓은 제품이 많아 피해액이 1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상인은 “이제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모든 재산을 날렸다”며 절망스러워했다.



○ 되풀이되는 전통시장 화재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서문시장 역시 화재에 취약한 구조다. 40년 이상 된 건물은 낡은 데다 점포 사이 칸막이가 없고 불에 타기 쉬운 의류와 침구, 커튼이 쌓여 있었다. 방화시설이 부실했을 가능성도 높다. 상인들은 “LP가스 폭발음이 있었고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4지구는 시장 가운데 위치해 소방차 접근이 어려웠다. 출동한 소방차 90여 대 가운데 상가 입구 앞까지 들어간 소방차는 1, 2대 정도고 시장 정문 등 외부에 있는 소방차가 많았다. 일부 상인은 초기 진압이 되지 않아 불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4지구에서 약 100m 거리에 대신119안전센터가 있는데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1, 4지구 사이에서 난 불을 잡지 못한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구소방본부는 안전센터 소속 소방관이 화재 신고 접수 후 3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해 진압을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서문시장에서는 2005년 12월 4지구 앞 2지구 상가에서 큰불이 발생해 600여억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당시 상인 1000여 명이 다른 건물에서 임차 생활을 하다가 2012년 신축 건물로 옮겨 겨우 재기했다.



○ 원인 규명 및 보상 지연 우려

 불이 워낙 컸던 탓에 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복원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건물 안전 진단을 실시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비롯해 관련 기관과 합동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문시장은 동부화재에 단체보험(78억 원)을 가입했지만 예상 피해액에 크게 못 미친다.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언젠가는 좋아질 거라는 생각으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회원이 적지 않은데 생계가 막막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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